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향이 가져온 파괴력은 대단했습니다. 행복한 가족을 되찾기 위한 선우의 행동은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었고, 사랑하는 연인 민영을 조카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20년 전 레코드판에 적힌 글귀로 기억을 되살린 민영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삼촌인 선우가 자신의 연인이었다는 기억은 그녀를 지독한 고통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습니다.
뒤틀린 운명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선우와 영훈만 알고 있던 시간여행을 민영도 알아채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그들의 행동이 과거의 실체를 다르게 만들어 망각하게 했지만,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 민영이 기억을 되살리며 상황은 급변하게 만들었습니다.
형을 위해 선우가 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주민영을 박민영으로 만들었고, 그런 상황에서도 선우는 모든 것을 잊고 민영의 행복을 바랐습니다. 하지만 네팔 포카라에서 들었던 레코드에 메시지를 남긴 사실을 선우도 알지 못했습니다. 우연하게 드러난 글씨는 민영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었고, 이 기억의 시작은 더욱 선명하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선우에게 강제로 한 키스는 과거 자신과 선우가 연인 사이였음을 확실하게 인지시켜주었습니다. 지독한 재앙 같은 기억은 그렇게 민영을 장악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선우가 과거 자신에게 해주었던 이야기 속에 그 진실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선우는 결코 민영이 기억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했던 말이지만, 기억을 떠올린 민영에게는 이는 중요한 메시지였습니다. 여자가 기억상실증이라 기억을 못한다던 삼촌. 다시 만나면 패륜이 된다는 출생의 비밀을 담은 슬픈 이야기가 그저 장난이 아닌 자신을 위한 이야기였음을 민영은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바뀐 과거는 새로운 현재를 만들어냈고, 이렇게 변한 현실에서 선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향도 없어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는 선우로서는 민영의 기억을 막거나 무시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강하게 혼도 내고 비난도 해보지만 한 번 돌아온 기억은 더는 사라지지 않고 민영을 옥죄기만 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그 기억의 힘은 존경하는 삼촌이 막말을 해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3일을 앞두고 살아난 이 지독한 기억은 민영과 선우에게 선택을 강요하게 됩니다. 그들이 선택하는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 수는 없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크게 자리하고 있는 마음은 그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했습니다.
선우에 의해 자신의 모든 야욕이 무너져버린 최진철은 방법을 모색하기에 급급합니다. 10년 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던 최진철은 잠깐 든 잠이 깨어나며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잠이 들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진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과거와 현재가 함께 움직이는 상황에서 최진철의 기억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선우의 아버지를 죽인 정우를 협박해 병원을 차지한 최진철. 그는 정우를 미국으로 강제 유학을 시키려합니다. 정우마저 떠나보내면 자신을 압박할 수 있는 존재는 더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 여행을 통해 과거를 바꾼 선우로 인해 진철은 현재의 선우가 과거로 돌아간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민영과 마찬가지로 향으로 인해 뒤바뀐 운명을 박진철도 알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뭐든지 하는 이 탐욕스러운 존재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은 곧 이들의 운명을 다시 한 번 심한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민영을 잊으려 노력하던 선우는 민영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놀라고 맙니다. 민영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민영에게 새벽이 되어서야 전화가 옵니다. 그리고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점점 또렷해지는 자신의 기억을 원망합니다. 박민영인 자신이 주민영이었던 그 기억 속에서 박선우에게 첫 키스를 한 장소에 와있다고 밝힙니다.
자신만 기억하고 있다면 누구도 알 수 없는 이 특별한 장소. 그곳에서 너무나 또렷한 기억에 두려워 울고 있는 민영은 이런 상황이 저주스럽기만 합니다. 갑자기 드러난 기억이라는 정체는 현재의 민영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억을 추적해 온 놀이터에서 다시 선우와 마주한 민영이 힘겨워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민영만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장소는 선우가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던 장소였습니다. 신입이었던 민영과 동료들이 자신의 집 근처 놀이터에 찾아와 술을 사달라며 조르던 그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술에 취해 선배를 찾은 민영이 선우에게 강제로 첫 키스를 한 장소가 바로 놀이터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에 홀로 그네에 앉아 울고 있는 민영에가 향한 선우는 더는 마음을 거스르는 행동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억이 돌아온 민영을 그렇게 방치할 수 없었던 선우는 민영에게 조카와 삼촌이 아닌, 연인으로서 열정적인 키스를 보냅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바로 "삼촌"이라는 말을 남긴 선우에게 더는 이런 거짓된 행동은 필요 없었습니다.
뒤틀린 운명을 되돌리려는 이들의 행동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흥미롭습니다. 과거의 선우가 불에 탄 병원에서 거한 향이 결과적으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정우가 향을 발견한 것도 선우가 다시 향을 찾아 뒤틀린 운명을 되돌리는 것 역시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선우와 민영의 빗속 키스는 잔인한 선택을 강요하게 합니다. 정우에게 민영과 결혼했다고 밝힌 선우와 그런 그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밖에 없는 정우의 운명은 더욱 잔혹함으로 다가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충돌은 결국 잔인한 방식으로 제자리를 찾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처한 최진철이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20년 전 본 현재의 선우를 협박하는 과정도 남은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요소가 될 것입니다. 송두리째 돌아온 기억에 힘겨워하던 민영과 그런 민영을 위해 다시 뒤틀린 현실을 바꾸려는 선우의 노력이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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