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 이제 가슴을 울리는 배우가 되어 가고 있다
시트콤이 황정음을 대중들을 깨우게 했던 작품이라면 <자이언트>는 그녀를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던 작품이라고 봅니다. 그녀가 주말 드라마인 <내 마음이 들리니>를 선택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막장이 판치는 세상이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는 주인공을 선택한 황정음은 드라마를 보는 눈을 가진 듯합니다.
드라마의 성공을 나누는 기준을 단순하게 시청률이라는 자대로 재단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막장 일일 극을 따라가기는 힘들 듯합니다. 과거와 달리, 일일 극 싸움은 이후 뉴스 시청률을 담보하고 있기에 방송국들이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시간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지 자극이 넘실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막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지요.
이런 막장이 대세인 세상에 전혀 다른 방향의 꼭지 점에 다가가 있는 '내마들'은 제목처럼 시청자들과 마음을 소통하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일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게 만든 상황은 작가가 등장인물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목이 이야기를 하듯 거짓과 음모가 판을 치는 말보다 마음을 전하고 자신의 진심이 들릴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여정을 담은 이 드라마는, 그래서 현대인들에게는 휴식 같은 드라마이자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반성을 하게 하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남들보다 지능이 떨어져서 그 높은 지능을 가지고 하는 시기와 질투, 음모와 질시, 온갖 거짓말과 욕도 할 수 없는 영규는 우리 시대 가장 정상인 존재입니다. 온갖 상황들을 판단을 흐리게 하는 상황에서도 바보 영규는 흔들림 없이 실체에 접근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바보이기에 정상인 우리와는 달리 거짓을 꿈꾸고 타인을 이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영규를 사랑하는 딸 우리 역시 동일한 존재입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엄마와 그런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아빠 영규. 함께 살며 행복해야만 했던 시절 우경 화장품 공장의 화제로 인해 모든 것이 뒤틀려버린 운명이지만 우리에게 영규와 할머니는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존재 자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집을 나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장사를 한다며 집밖으로 나선 황순금은 길을 잃고 경찰서에 맡겨졌습니다. 그런 경찰서에서 꽃밭이 가득한 포근함을 느끼고 있던 그녀를 깨운 것은 표독스러운 딸 신애였습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가 순금의 주머니에 넣어 둔 연락처로 경찰이 연락을 했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어머니가 치매 증세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우리를 윽박지르며 병원에 데려갈 생각도 하지 말고 집안에 모시고 감시나 잘하라는 그녀는 이미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은 존재였습니다. 이런 그녀의 말을 문 너머로 듣고 오열하는 황순금에게 진정한 가족이라고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영규와 우리가 전부입니다.
잃어버린 오빠일지도 모른다며 동주를 붙잡고 영규에게 확인을 부탁하는 우리. 보면 알 수 있는 영규는 동주를 '마루 아닌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자신 때문에 집을 나간 것이라 생각하며 죄책감에 살아가는 영규. 그런 아빠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오빠를 찾는데 집중하는 우리.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존재들이었습니다.
너무나 순수해 타인에게 오해를 받기도 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녀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게 합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내마들'을 보게 되는 이유의 상당부분이 바로 이 부녀지간의 모습을 보기 위함일 듯합니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을 통해 현실의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청량제 같은 존재. 식물원에 온 듯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이 아름다운 부녀를 위해 '내마들'을 보는 이들에게 그들은 참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남편 최진철에 대해 복수하기 위해 잔인한 선택을 한 태현숙. 철저하게 부유한 삶을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한 김신애,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삶에는 관심조차 없는 최진철. 너무나 정상적인 이 사람들이 벌이는 잔인하고 끔찍한 행동들은 우리가 일상으로 겪으며 살아가는 이젠 평범한 모습이 되어버린 악한 모습들입니다.
나쁜 것들도 자꾸 경험하게 되면 익숙하게 되듯 거짓이 판을 치고, 탐욕이 정당화되는 사회 속에서 나 이외의 모든 이들은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린 세상에 최진철이나 태현숙의 모습은 당연한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김신애처럼 그런 삶을 동경하며 살아가는 것도 우리 속에 숨겨져 있는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수와 욕망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우리를 만나게 되며 한없이 흔들리는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장준하. 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이면서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그들이기도 합니다. 순수와 탐욕의 중간에서 양방향을 오가는 장준하라는 인물은 그래서 '내마들'에서는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태현숙에 의해 자신의 아버지인 최진철을 복수하기 위해 길러진 인물. 자신의 꿈을 위해 가족을 버려야만 했던..아니, 가족을 버리도록 강요받았던 준하는 어쩌면 가장 불쌍한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부정하고 그 부정 위에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살아가야 하는 그가 행복할리는 없으니 말입니다.
어린 시절 꿈꾸었던 의사가 된 마루 아니 준하는 우리에게 오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한번 해보라 합니다.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하면 병이 된다는 말에 그동안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는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힘겹게 현재까지 살아왔는지를 토해냅니다.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는 그 긴 대사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황정음은, 이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이 마음속에서부터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연기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전할 수 없었던 긴 시간을 함축해 보여준 8회 마지막 대사는 황정음이라는 배우를 이제 진정한 배우가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 장면이었습니다.
그런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야 미안해"라며 눈물짓는 준하의 모습이 떡밥일 수밖에 없음은 이제 모두가 알 수 있는 트릭이지요. 의사 놀이를 통해 자신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품어내 스스로 억제하며 살아왔던 자신에게 치료를 하는 준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준하의 모습이 더욱 안쓰럽게 다가옵니다.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내마들'. 탁월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로 인해 더욱 흥미롭게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내마들'은 착한 드라마의 성공시대를 열어 줄 특별한 드라마가 될 것입니다. '내마들'을 통해 점점 성장해가는 황정음을 지켜보는 것도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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