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치려는 최 상무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아인의 선택은 회장 딸이자 새롭게 대행사에 상무로 부임한 한나였습니다. 한나가 첫 출근하는 날 아인이 한 행동은 강렬하게 각인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는 상황에서 아인은 이와 정반대 행보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까지 모인 상황에서 아인은 뭘 하기 전에 물어보고 하라며, 어린아이 대하듯 했습니다. 욕심은 많지만 자기편이 없는 한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주목을 끄는 것이었습니다. 한나를 자기편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아인에게는 분명하게 존재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철저하게 준비한 아인의 환영식은 한나를 잔뜩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표정 관리하며 자신의 사무실 앞까지는 웃으며 걷던 한나는 들어서는 순가 분노의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인은 '미친년'이 되었습니다.
다른 직원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광고주들에게 그런 메일을 보낸 것도 모자라, 회장 딸이 첫 출근하는 날 의도적으로 약올리는 아인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흐뭇해하는 것은 최 상무와 그를 추종하는 자들이었습니다.
아인의 최측근이자 누구보다 아인을 이해하고 믿고 따르는 한 과장에게 최 상무는 이제 자신의 편으로 들어오라 합니다. 이 상황은 아인이 자책골을 넣었다고 확인한 자리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인이 그렇게 무지하고 한심한 존재는 아니죠.
고립되어 있는 한나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와 방법 모두 아인은 알고 있었습니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한나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이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합니다. 할아버지는 이 상황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하고 같은 부류라고 합니다.
'또라이는 또라이를 알아본다'는 말로 같은 종족임을 알아차린 할아버지는 여자로서 그 자리까지 올라설 정도라면 감정적인 행동이 아닌, 이유가 있어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 합니다. 그러면서 "니가 절대 해낼 수 없는 일 맡기면 되지"라는 말로 주도권을 잡을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합법적 권한으로 힘 과시하는 아인의 행동은 불법이 아니었습니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미친년처럼 행동하기"라는 말로 자신과 아인이 같은 과라고 이야기하는 한나와 그런 그를 보며 당황하는 영우는 할 말이 많지만 말은 할 수가 없었죠.
아인은 한 부장과 논의하며 새판짜기에 들어갔습니다. 유능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직함으로 일을 하지 못했던 이들을 제자리에 앉혀 극대화시키는 작업이 아인이 생각하는 판 짜기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기편을 만드는 것은 기본으로 깔린 전략입니다.
아들과 많은 시간을 나누기 위해 사직서를 내민 은정은 CP로 승진한다는 말에 급히 사직서를 거둬들여야 했습니다. 카피라이터로서 능력이 좋았던 은정은 아인이 함께 일하며 승진 대상으로 삼았던 인물입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을 통해 검증했다는 점에서 은정이 어떤 존재인지 아인도 잘 알고 있었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은정은 어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결혼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남편이 다 해준다는 말에 일찍 결혼해 아이도 낳았지만 결국 그게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되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필요한 아이를 위해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던 은정은 CD로 승진해 기쁘게 퇴근했지만, 엄마가 사직서 냈다고 좋아하는 아들을 보고 차마 승진했다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출퇴근 버스에서 이제는 동지가 된 같은 처지의 직장인들에게 자신의 현재를 하소연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아인과 동기이지만 최 상무 라인의 권 CD팀에서 고생만 했던 배원희를 상무실로 부러 의상을 언급하며 질타합니다. 아이의 행동에 당황한 원희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피라이터가 일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남들에게 보여주는 의상에 집착해야 한다는 말을 권 CD도 아닌, 아인에게 듣게 되었으니 말이죠.
아인이 원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최 상무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회장은 아인을 그저 자신의 딸에게 꽃길을 만들어주기 위한 도구로 생각했고, 회사를 포장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았습니다. 그런 자들에 대한 분노를 풀기 위해 원희에게 의상 언급을 했죠.
탁월한 능력을 갖췄음에도 광고주와 면담이 힘든 원희는 CD 직함을 달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아인은 원희에게 CD 직함을 주며, 광고주 만나는 것 제외하고 최선을 다하라 합니다. 수단 방법 필요 없이 무조건 잘하라는 아인이 하나 더 건넨 말이 원희를 고민하게 했죠.
CD가 되면 권CD를 팀원으로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자리가 바뀌는 것은 상관없지만, 지독할 정도로 일도 못하면서 거들먹거리는 이 자와 함께 일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 은밀하게 작업한 결과물이 초짜 상무에 대한 비방 포스터를 만들어 로비에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시기를 노리던 아인은 한나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자기편이 없는 회사에서 오빠와 달리, 취임과 함께 기자회견도 마련하지 않은 것을 보고, 아인은 직접 보도문을 만들고, 질문과 응답문까지 준비해 한나를 찾아갑니다.
내용들 중 한나를 반짝하게 만든 것은 차기 부회장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아는 아인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혹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아인이 광고주에게 보낸 메일을 한나가 수습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박 차장의 의심에 아인의 명확한 답을 줬습니다.
자신이 수습하면 사고가 되지만, 한나 상무가 나서면 혁신이 된다는 말로 정의했습니다. 직원들을 위해 광고주들이 그동안 벌인 악습 타파에 나섰다는 것은 한나 스스로 생각해도 환상적이었습니다. 한나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오빠인 한수가 싫어하는 것이 떠오르며 만족스러워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인이 한 행동이 괘씸했던 한나의 표정을 읽은 아인은 "남한테 이익되는 것이 싫어 내 이익을 포기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겠죠"라는 말로 한나의 마음까지 읽고 정리했습니다. 아인이 훅하고 들어온 루저가 될 수 없었던 한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한나의 기자회견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아인이 준비한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재벌 3세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말은 기자들 입장에서도 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그런 재벌 3세가 아니라, 개혁하는 한나의 모습이 신선하고 기대감을 키우는 이유로 다가왔으니 말이죠.
원희는 권 CD가 뭘 하려 했는지 망가진 포스터를 보고 알게 되었죠. 그리고 바로 아인에게 보냈고, 아인은 오히려 판을 키워준다며 반가워했습니다. 아인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광고주들을 초대한 최 상무는 권 CD에게 직접 비방 글을 로비에 붙여 직원들이 아인을 반대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라고 합니다.
열심히 '초짜 임원'에 대한 비난글을 붙이고 있는 로비에, 아인의 제안으로 기자들을 배웅하는 한나와 계열사 광고주들이 모이게 되며 판은 커집니다. 아인이라는 이름이 없다는 점에서 그건 한나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기자들과 나눈 개혁을 비난하는 글들이었으니 말이죠. 조용하던 한나가 더는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과정은 이제 본격적으로 아인과 한나라는 조합이 구태의연한 조직들을 흔들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합니다. 그러기 전에 한나가 자신을 이용한 아인과 최 상무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한나의 등장은 '대행사'를 더욱 풍성하고 제 괘도에 들어서게 만드는 이유로 작용합니다. 그렇게 한나의 지분이 커지고 넓어져야만 아인과 함께 남성이 지배하는 회사를 새롭게 개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나의 분노는 반갑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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