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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와 그녀의 아들 금은 궁궐로 들어와 숙의와 연잉군의 직위를 부여받으며 로열패밀리가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입궁을 환영하고 축하하지만 희빈 만은 그녀를 환영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앗아갈 수도 있는 유일한 존재인 숙의의 등장은 곧 자신의 몰락과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세자라는 슬픈 운명의 자리
숨기고 싶었던 비밀은 숙종에게는 환호가 되었습니다. 알고 싶지 않았던 비밀이 희빈 에게는 절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연잉군이 선재였다는 사실은 숙의에게는 숨겨야만 했던 비밀이었습니다. 이미 자신을 죽이기 위해 모진 일들을 벌였던 희빈이 존재하고 있고 그의 아들인 세자가 있는 상황에서 너무 똑똑한 연잉군은 첫 번째 제거 대상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아들 연잉군을 죽이기 위해 사가에 불까지 지른 이들이 언제라도 자신보다는 세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는 연잉군에 해코지를 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자의 영특함과 연잉군의 둔함을 비교해 후대 왕은 세자 밖에는 없음을 확신시키기 위한 희빈의 모략은 오히려 연잉군의 영특함을 만천하에 알린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일로 인해 숙종은 팔불출 아버지가 되었고 왕자 교육을 담당하는 시강원에 세자와 함께 교육을 맡기겠다는 숙종의 결의는 희빈과 남인들을 당황스럽게 합니다.
오직 세자만이 왕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가 등장한 상황에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는 희빈에게는 시강원만은 빼앗길 수 없는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공인된 왕자 교육기관에 세자가 아닌 왕족인 연잉군의 교육은 곧 후대 왕이 연잉군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희빈에게 들이닥친 위기는 한 둘이 아닙니다. 시강원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중전이 알고 있는 세자의 병세는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 무슨 일이 있어서 막아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중전이라는 넘어설 수 없는 존재감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한 순간 날려버릴 수 있는 상황들은 희빈을 미쳐가게 만듭니다.
시강원에 대한 반발은 숙종을 분노케 하지만 숙의로서는 부담스러운 시강원보다는 진실 된 스승이 될 수 있는 운학에게 인영군이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정치에서 멀어져 있는 운학이 과연 왕자의 스승이 될 거라는 믿음은 숙종마저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영군은 언제나처럼 스승의 집을 찾습니다.
왕자라는 위치와 상관없이 스승의 방을 직접 청소한 인영군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이는 없지요. 의도적인 설정이 아닌 자연스러움에서 묻어난 진솔함은 세상을 등지고 살던 운학마저도 돌아서게 만들었습니다.
지식을 쌓는 것을 나누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하는 어린 제자가 살뜰하고 특별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하늘이 자신에게 준 특별한 재능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 속에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가져야만 하는 자세일 겁니다.
"그냥 지 배나 불리고 살라고나 하지 그런 말씀을 들려주는 어머니를 두셨다니 왕자 마마의 앞날도 걱정입니다. 그려"
운학의 말은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지요. 자신의 욕심을 위함이 아닌, 힘없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베풀려는 마음은 기존 권력자들의 모습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학문을 익히는 왕자에게 앞날을 걱정하는 운학의 모습은 결코 쉽지 않은 왕자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천재가 아닌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이들을 돌아 볼 수 있는 이라면 자신의 신념을 꺾어도 상관없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숙종마저 암행을 나와 왕의 입장이 아닌 한 아이의 아비로서 연잉군에게 참스승을 찾아주려는 모습은 운학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확신하게 해줍니다.
실제 그랬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 아들 연잉군을 데리고 동이와 함께 자주 찾았었던 주막 나들이를 합니다. 돼지 껍데기와 술을 시키는 왕의 모습은 가식적인 방식으로 서민정책을 호도하는 권력자와는 다른 진솔함이었습니다.
차천수가 숙종에 의해 다시 궁으로 돌아오고 숙의와 연잉군을 지근거리에서 보살피라는 엄명을 받게 됩니다. 중전은 세자의 병을 알고 있는 의녀를 숨긴 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장희재의 수하들을 잡아들이며 희빈에 대한 압박을 점점 거세게 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중전으로서는 자신이 죽고 나서 엄청난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는 궁에서 숙의를 지키고 그의 아들인 연잉군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세자를 바꾸는 것밖에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후세를 볼 수 없는 세자가 왕이 될 수는 없는 법이고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연잉군이 왕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권력 구도는 희빈을 중심으로 세력을 차지하고 있는 남인들과 중전을 중심으로 세력을 펼치는 서인들 간의 권력 다툼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남인들은 희빈을 추종하는 세력이 아닌 희빈의 아들이자 세자인 후대의 왕을 위한 충성일 뿐이니 말입니다.
이런 배신의 씨앗은 이미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장무열이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는 세자의 병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시작하며 그들의 불편한 동거는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권력을 위해 손을 잡은 그들에게 신의나 인간적인 정이라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지요.
세자를 바꾸는 작업에서 실패하게 되면 숙의와 연잉군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는 숙의는 궁금할 따름입니다. 절대 이런 말을 쉽게 건넬 중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한 어조로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지요.
희빈모는 숙의의 사가에 불을 지른 일로 궁지에 몰렸습니다. 희빈은 자신의 모든 것인 세자의 병을 중전이 알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버렸습니다. 절대 권력자인 숙종과는 이미 남이 되었고, 내명부의 수장인 중전과는 철천지원수인 상황에서 희빈이 믿을 수 있는 것은 후대의 왕이 될 세자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 세자가 왕이 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다는 말과 다름없기에, 그녀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만 하는 비밀이고 존재입니다. 병세가 완연한 중전에 대한 모략이 넘쳐나고 마지막 순간까지 세자를 지켜내기 위한 희빈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망하게 할뿐이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어떤 병인지 무엇을 위해 약을 먹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세자는 궁금할 뿐입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약을 먹어야 하고,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전과 희빈의 관계도 세자를 힘들게 할 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항상 주눅 들어 있어야 하는 세자는 왕이 되어야만 한다는 중압감 속에서만 살아야 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권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은 쉽게 털어낼 수 없는 힘겨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희빈이 가장 싫어하는 숙의의 등장은 중전의 말처럼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그런 어른들의 다툼과는 상관없이 심성이 고운 세자는 연잉군을 친 동생처럼 챙깁니다.
어떤 가식과 거리낌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연잉군을 받아들이는 세자의 모습은 희빈과는 너무 다른 모습입니다. 욕심과 시기도 없이 있는 그대로 타인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줄 아는 세자는 이미 왕으로서 손색없는 성품을 타고 난 셈입니다. 숙종도 인정하듯 영특한 머리는 더욱 왕으로서 자질을 완벽하게 만들 뿐입니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죽일 준비가 되어 있는 궁에서 살아온 세자는 행복을 잘 모릅니다. 그렇기에 세자에게는 연잉군이 가지고 있는 행복한 미소는 낯설기만 합니다. 궁과 정치가 죽음을 담보로 하는 무서운 공간임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살아왔던 세자는 <동이>에서 가장 슬프고 안타까운 존재일 뿐입니다.
슬픈 운명을 타고난 세자가 어떤 상황들이 닥치고 이를 이겨내며 견뎌낼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더욱 슬프고 힘겨운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세자의 고난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연잉군이 건넨 대추에 담긴 상징적인 이미지와 그들의 순수함과 상관없는 궁궐 내 암투 등은 남은 <동이>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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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라는 슬픈 운명의 자리
숨기고 싶었던 비밀은 숙종에게는 환호가 되었습니다. 알고 싶지 않았던 비밀이 희빈 에게는 절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연잉군이 선재였다는 사실은 숙의에게는 숨겨야만 했던 비밀이었습니다. 이미 자신을 죽이기 위해 모진 일들을 벌였던 희빈이 존재하고 있고 그의 아들인 세자가 있는 상황에서 너무 똑똑한 연잉군은 첫 번째 제거 대상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아들 연잉군을 죽이기 위해 사가에 불까지 지른 이들이 언제라도 자신보다는 세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는 연잉군에 해코지를 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자의 영특함과 연잉군의 둔함을 비교해 후대 왕은 세자 밖에는 없음을 확신시키기 위한 희빈의 모략은 오히려 연잉군의 영특함을 만천하에 알린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일로 인해 숙종은 팔불출 아버지가 되었고 왕자 교육을 담당하는 시강원에 세자와 함께 교육을 맡기겠다는 숙종의 결의는 희빈과 남인들을 당황스럽게 합니다.
오직 세자만이 왕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가 등장한 상황에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는 희빈에게는 시강원만은 빼앗길 수 없는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공인된 왕자 교육기관에 세자가 아닌 왕족인 연잉군의 교육은 곧 후대 왕이 연잉군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희빈에게 들이닥친 위기는 한 둘이 아닙니다. 시강원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중전이 알고 있는 세자의 병세는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 무슨 일이 있어서 막아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중전이라는 넘어설 수 없는 존재감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한 순간 날려버릴 수 있는 상황들은 희빈을 미쳐가게 만듭니다.
시강원에 대한 반발은 숙종을 분노케 하지만 숙의로서는 부담스러운 시강원보다는 진실 된 스승이 될 수 있는 운학에게 인영군이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정치에서 멀어져 있는 운학이 과연 왕자의 스승이 될 거라는 믿음은 숙종마저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영군은 언제나처럼 스승의 집을 찾습니다.
왕자라는 위치와 상관없이 스승의 방을 직접 청소한 인영군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이는 없지요. 의도적인 설정이 아닌 자연스러움에서 묻어난 진솔함은 세상을 등지고 살던 운학마저도 돌아서게 만들었습니다.
"하늘이 누군가에 귀한 재주를 주었다면, 그건 다른 이의 재주를 모아 주었기 때문이니 제 것이 아니라고요. 그러니 열심히 익히고 닦아 저한테 그것을 빌려준 힘없고 가난한 자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저도 어머니의 그 말씀이 옳다고 생각 합니다"
지식을 쌓는 것을 나누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하는 어린 제자가 살뜰하고 특별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하늘이 자신에게 준 특별한 재능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 속에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가져야만 하는 자세일 겁니다.
"그냥 지 배나 불리고 살라고나 하지 그런 말씀을 들려주는 어머니를 두셨다니 왕자 마마의 앞날도 걱정입니다. 그려"
운학의 말은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지요. 자신의 욕심을 위함이 아닌, 힘없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베풀려는 마음은 기존 권력자들의 모습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학문을 익히는 왕자에게 앞날을 걱정하는 운학의 모습은 결코 쉽지 않은 왕자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천재가 아닌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이들을 돌아 볼 수 있는 이라면 자신의 신념을 꺾어도 상관없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숙종마저 암행을 나와 왕의 입장이 아닌 한 아이의 아비로서 연잉군에게 참스승을 찾아주려는 모습은 운학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확신하게 해줍니다.
실제 그랬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 아들 연잉군을 데리고 동이와 함께 자주 찾았었던 주막 나들이를 합니다. 돼지 껍데기와 술을 시키는 왕의 모습은 가식적인 방식으로 서민정책을 호도하는 권력자와는 다른 진솔함이었습니다.
차천수가 숙종에 의해 다시 궁으로 돌아오고 숙의와 연잉군을 지근거리에서 보살피라는 엄명을 받게 됩니다. 중전은 세자의 병을 알고 있는 의녀를 숨긴 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장희재의 수하들을 잡아들이며 희빈에 대한 압박을 점점 거세게 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중전으로서는 자신이 죽고 나서 엄청난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는 궁에서 숙의를 지키고 그의 아들인 연잉군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세자를 바꾸는 것밖에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후세를 볼 수 없는 세자가 왕이 될 수는 없는 법이고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연잉군이 왕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권력 구도는 희빈을 중심으로 세력을 차지하고 있는 남인들과 중전을 중심으로 세력을 펼치는 서인들 간의 권력 다툼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남인들은 희빈을 추종하는 세력이 아닌 희빈의 아들이자 세자인 후대의 왕을 위한 충성일 뿐이니 말입니다.
이런 배신의 씨앗은 이미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장무열이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는 세자의 병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시작하며 그들의 불편한 동거는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권력을 위해 손을 잡은 그들에게 신의나 인간적인 정이라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지요.
세자를 바꾸는 작업에서 실패하게 되면 숙의와 연잉군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는 숙의는 궁금할 따름입니다. 절대 이런 말을 쉽게 건넬 중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한 어조로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지요.
희빈모는 숙의의 사가에 불을 지른 일로 궁지에 몰렸습니다. 희빈은 자신의 모든 것인 세자의 병을 중전이 알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버렸습니다. 절대 권력자인 숙종과는 이미 남이 되었고, 내명부의 수장인 중전과는 철천지원수인 상황에서 희빈이 믿을 수 있는 것은 후대의 왕이 될 세자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 세자가 왕이 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다는 말과 다름없기에, 그녀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만 하는 비밀이고 존재입니다. 병세가 완연한 중전에 대한 모략이 넘쳐나고 마지막 순간까지 세자를 지켜내기 위한 희빈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망하게 할뿐이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어떤 병인지 무엇을 위해 약을 먹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세자는 궁금할 뿐입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약을 먹어야 하고,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전과 희빈의 관계도 세자를 힘들게 할 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항상 주눅 들어 있어야 하는 세자는 왕이 되어야만 한다는 중압감 속에서만 살아야 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권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은 쉽게 털어낼 수 없는 힘겨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희빈이 가장 싫어하는 숙의의 등장은 중전의 말처럼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그런 어른들의 다툼과는 상관없이 심성이 고운 세자는 연잉군을 친 동생처럼 챙깁니다.
어떤 가식과 거리낌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연잉군을 받아들이는 세자의 모습은 희빈과는 너무 다른 모습입니다. 욕심과 시기도 없이 있는 그대로 타인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줄 아는 세자는 이미 왕으로서 손색없는 성품을 타고 난 셈입니다. 숙종도 인정하듯 영특한 머리는 더욱 왕으로서 자질을 완벽하게 만들 뿐입니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죽일 준비가 되어 있는 궁에서 살아온 세자는 행복을 잘 모릅니다. 그렇기에 세자에게는 연잉군이 가지고 있는 행복한 미소는 낯설기만 합니다. 궁과 정치가 죽음을 담보로 하는 무서운 공간임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살아왔던 세자는 <동이>에서 가장 슬프고 안타까운 존재일 뿐입니다.
슬픈 운명을 타고난 세자가 어떤 상황들이 닥치고 이를 이겨내며 견뎌낼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더욱 슬프고 힘겨운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세자의 고난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연잉군이 건넨 대추에 담긴 상징적인 이미지와 그들의 순수함과 상관없는 궁궐 내 암투 등은 남은 <동이>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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