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유명 작가인 김은희의 남편으로 더욱 알려진 장항준 감독이 작가로 참여한 신작 <드라마의 제왕>은 시작부터 흥미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한류를 이끈 가장 큰 힘인 한국 드라마 제작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 작품은 셀프 디스를 통한 한국 드라마의 올바른 길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여기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바로 김명민의 드라마 복귀입니다.
연기의 제왕 김명민의 복귀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2002 한일 월드컵과 2008년 광우병 파동과 함께 하며 실패했던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불패의 신화를 작성한 드라마 외주 제작사 대표인 앤서니 김(김명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드라마 제작자입니다. 드라마 성공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감수하는 그는 진정한 프로임은 분명합니다.
최고의 외주제작사의 미다스 손이 되기까지 그가 겪었을 어려움과 고통들은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PPL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그들에게는 드라마의 예술적 완성도보다는 상업적인 성공이 보다 중요합니다.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문제로 인해 메인 작가와 다툼이 있었던 앤서니는 보조 작가인 이고은(정려원)을 통해 <우아한 복수>의 마지막 회를 수정하기 시작합니다. 유명 작가로서 자존심을 앞세워 절대로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는 메인 작가를 대신해 PPL을 성공시킬 수밖에 없는 인물은 보조 작가 외에는 없다는 확신은 곧 신념을 바뀌었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게 됩니다.
거짓말이 일상이 되고 과장이 몸에 밴 현장 사람들답게 능숙한 거짓말로 보조 작가를 끌어들인 앤서니는 실시간으로 촬영 현장과 연결하며 수정에 집중합니다. 오렌지 주스가 들어가야지만 3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앤서니의 뇌구조는 단순합니다. 무조건 오렌지 주스를 등장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앤서니는 메인 작가가 글을 수정하기 위해 작업실로 돌아오는 순간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로 순진한 보조 작가 고은을 속이고 맙니다.
고은은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경성의 아침>을 차기작으로 해주겠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5년 동안 자신을 키워준 메인 작가의 글을 수정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앤서니에 의해 작가가 수정을 하려 했다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실시간으로 현장을 통제하고 PPL을 극대화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하며 촬영 현장으로 향하는 앤서니와 고은의 모습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카메라 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모든 드라마 제작사가 앤서니의 모습처럼 화려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드라마를 위한 드라마인 느낌도 강하지만 말입니다.
초를 다투는 작업 속에서 효과적인 수정 작업이 완료되고 마지막 촬영까지 마친 <우아한 복수>는 이제 서울에 있는 방송사에 테이프를 넘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원 계획대로라면 서울에서 현장 근처까지 헬기를 띄우고 택배기사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3시간 남은 방송 시간 안에 모든 것이 정리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서울 기상악화로 헬기가 띄지 못하게 되면서, 촬영 현장에서 서울까지 아무리 빨리 가도 4시간은 걸리는 상황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회 방송에서 방송 사고를 낼 수 없는 앤서니는 택배 기사에게 과감한 배팅을 합니다. 3시간 거리를 1시간 안에 돌파하면 천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한 달 내내 일을 해도 이백만 원을 받기 힘든 택배기사에게 이 제안은 솔깃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급하게 서울로 향하는 택시 기사를 따라 앤서니는 고은을 태우고 함께 합니다. 작가가 편집에 참여해야만 순서를 정확하게 인지시킬 수 있기에 그들 역시 죽음의 레이스에 참여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로에서 무리하게 질주하던 오토바이 택배 기사는 사고를 당하고 사경을 헤매고 맙니다. 급하게 119에 연락을 한 앤서니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택백 기사를 뿌리치고 품에 간직한 테이프를 가지고 방송국으로 향합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방송이 중요했던 앤서니의 행동으로 <우아한 복수>는 극적으로 방송이 되면서 30%를 넘기는 성과까지 만들어냅니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지만, 자신의 제안을 받고 무리한 질주를 하다 사고를 당한 택배 기사는 그만 숨지고 맙니다. 이 상황에서 앤서니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비록 "죽음보다 두려운 것이 실패 하는 것"이라며 죽음을 담보로 질주를 하던 냉혈한으로 등장하지만, 내면에는 그 누구보다 뜨거움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고사를 당한 택배 기사에게 자비 1억을 선뜻 내민 그의 모습에서 냉혈한이라고 손가락질 하기는 힘드니 말입니다. 법적인 하자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유가족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앤서니를 욕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앤서니의 이런 마음은 결과적으로 그를 몰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의 수발을 들던 제국 프로덕션의 상무인 오진환(정만식)이 배신을 하게 된 것이지요. 승승장구하던 앤서니를 음해하고 파멸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사고 사실을 기사화해서 논란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앤서니는 제국 엔터테인먼트 사장에서 짤리게 되면서 무직자 신세가 되고 맙니다.
이 과정에서 <우아한 복수> 성공을 위해 농락했던 이고은이 복수의 칼을 갈면서 일은 복잡하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런 그들의 관계가 결국 최고의 제작자와 작가로 연결되며 다시 한 번 '드라마의 제왕'에 올라서는 과정은 바로 이 드라마의 기본 골격일 것입니다.
드라마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인 아닌 대한민국은 아침부터 잠자기 전까지 드라마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우리 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모두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편의 드라마가 시간과 상관없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드라마 뒤에서 이를 만들어내는 이들의 이야기는 낯설기만 합니다.
드라마 작가와 제작자의 이야기를 담은 <온에어>라는 작품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카메라 뒷 이야기가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제왕>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드라마가 만들어지까지 어떤 과정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숨은 영웅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단순하게 드라마 이면에 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드라마 제작에 얽힌 산업적인 측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재미있습니다. 외주제작사와 방송국, 그리고 회당 수천 만 원을 받는 작가와 보조 작가 등 드라마 제작과 관련된 거미줄처럼 촘촘한 관계들 속의 냉혈한 비즈니스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연기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김명민이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이후 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는 사실은 그 무엇보다 반갑습니다. 그동안 영화에만 매진하던 그가 다시 안방극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반가움은 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김명민이 명불허전이라는 사실은 1회 방송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과도한 자기 맹신과 열정이 가득한 앤서니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김명민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명본좌라 불리는 그의 열연은 중요했던 첫 회를 화려하게 꾸며주었습니다. 속사포 같은 말들, 다중 성격과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순식간에 거짓말을 하는 앤서니의 농익은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준 김명민 하나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위기에 빠진 앤서니와 작가로서 절망에 빠진 고은이 어떻게 하나가 되어 최고가 되어갈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드라마의 제왕>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명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기대됩니다. 단순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드라마 제작 환경이 품고 있는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밖에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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