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다 겪은 명 회장은 손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악랄하고 가족보다 돈이 더 귀중한 그에게 타인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습니다. 그저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 정도로만 인식되는 명 회장에게 그 모든 것은 무의미했습니다.
갇힌 신세이지만 용은 주도면밀했습니다. 사경을 헤매던 준경이 회복되며 이들의 반격은 본격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함진 부장까지 이들의 편에 서면서 기석과 명 회장 조합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용은 기석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합니다. 명 회장 재산을 모두 줄 테니 자신을 풀려나게 해 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기석으로서는 용의 제안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인 명 회장을 제거하는 것은 기석에게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이 논리는 적일 수밖에 없는 용과 기석이 손을 잡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공동의 적이 된 명 회장을 제거하기 위해 그들의 작전은 잘 전개되었습니다. 태춘은 형사부로 복귀하고, 그 사무실에서 용이 명 회장을 무너트릴 작전을 세우는 상황은 기괴하지만 흥미로웠습니다.
수사 자문으로 검사실에서 용이 한 것은 금감원 자료를 분석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삼촌을 보며, 문제의 USB만 있었다면 억울한 누명도 쓰지 않았을 것이라 미안해하지만, 기석의 성향상 그렇다고 용을 포기할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어떤 식으로든 상황은 비슷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황기석은 차장검사로 승진하고 정치권으로 입성하기 위해 전문가를 만나며 커다란 한방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증권 범죄 특별 수사단을 발족한 그는 다양한 사건들을 원하지만 대중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될 사건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것은 태춘이었습니다. 용이 준비한 사건을 기석을 비롯한 증권 범죄 특별 수사단에서 발표하자 기석은 박수를 쳤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파악한 용이 선택한 사건은 분명 큰 건이 될 수 있었습니다.
머리 검은 외국인이 '블록딜'이라는 불법이 아닌 기술을 통해 주가 조작을 한 사건이 기석을 흔들었습니다. 여의도 암행어사라는 닉네임을 얻고, 정의로운 특수단이라는 말에 적합한 것은 이 사건 외에는 없음을 용은 알고 있었고, 황기석의 욕망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수사는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그 중심에는 황기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까지 꿈꾸는 기석에게 이 상황들은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렇게 기석은 용이 제안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장인과 화해하는 척 하며 주가조작할 수 있는 기업 매물들을 주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해 줍니다. 절대 남을 믿지 않는 명 회장을 속이기 위해서는 이런 성공들을 통해 기석이 주는 정보를 믿게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이런 방식이 반복되자, 경계심을 낮춘 명 회장은 있는 자금을 모두 몰아넣고 덫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기석이 알려준 정보대로 큰 돈을 벌었지만, 모든 돈을 날린 명 회장은 자신이 당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믿었던 사위가 용과 손을 잡고 자신을 제거하려 했다는 사실을 말이죠. 뒤늦게 돌아보니 이 수법은 용이 아니면 짤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바우펀드' 자금으로 공매도로 큰돈을 벌었던 명 회장은 믿었던 사위가 지휘하는 검사들이 자신의 투자처를 일제히 공격해 투자금을 동결시키며 모든 것이 멈추게 되자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과 기석이 손잡고 자신을 무너트리려 공격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사위와 만나기로 한 별장에는 딸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명 회장의 개인 자산으로 '바우펀드' 자금을 충당하고, 자신에게 넘겨주라고 합니다. 그 누구도 아버지 편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은 명 회장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늦은 시간 용은 기석의 최측근인 이 검사의 요청으로 검사실로 향했습니다. 사복을 입고 용이 찾은 곳은 명 회장의 별장이었습니다. 명 회장은 급히 필요한 펀드 자금이 1조가 넘는다고 주장하지만, 용은 6천억일 거라 확신합니다. 누구보다 명 회장 수법을 잘 아는 용은 그가 부풀려 말하는 버릇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6천억을 주면 나에게 뭘 줄 수 있냐는 말에 명 회장은 기석을 무너트릴 수 있는 자료를 내보입니다. USB 자료 두 개가 6천억이라는 사실이 황당했지만, 명 회장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명 회장은 이 거래 자체를 포기해 버렸습니다.
바우펀드 환매 중단을 하게 되면 개인 투자자들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경악한 용은 이 사태는 막고 싶었지만, 명 회장은 이미 모든 상황을 진행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대표인 명 회장이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명 회장의 돈을 받아왔던 고위적 검사들이 그를 조사할 수조차 없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명 회장의 자신만만함은 환매가 중단되고 사회적 파장이 커진 상황에서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기석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명 회장은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그동안 기석에게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최악의 금융 사기사건이 발생했고, 이를 주도한 자가 이렇게 뻔뻔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명 회장은 자신의 파트너였던 이수동 변호사게에 모든 죄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언제라도 책임자가 되어 죽을 존재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황기석에게 준경에게 빼앗은 USB를 들어 보이며 "니 목줄은 내가 쥐고 있다"며 모멸감을 주는 명 회장은 과거의 그가 아니었습니다. 더는 사위 눈치 볼 필요도 없다는 그의 이 당당함은 오히려 그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기석은 용이 자신 몰래 명 회장과 이중 거래로 뒤통수를 쳤다고 분노하며, '바우펀드' 사채와 관련해 정볼르 흘린 내부자로 태춘을 엮겠다는 경고까지 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기석은 용의 가장 약한 고리인 태춘을 언급한 것이었습니다.
명 회장이 궁지에 몰리자, 기석을 물었고 그런 상황에서 기석은 용의 아킬레스건인 태춘을 문 것이죠. 자신을 찔렀던 이진호를 납치한 준경은 사망한 오창현과 명 회장 간의 수상한 타임라인을 보고 의혹을 더욱 크게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창현 죽음에 명 회장이 깊숙하게 관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죠. 약에 중독된 진호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겠다며 약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 약은 독약이었고, 그건 명 회장이 진호를 제거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오열하는 이진호의 모습은 그가 중요한 존재로 명 회장을 무너트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게 합니다.
공격은 찻잔 속의 태풍처럼 잦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용을 보호하던 조폭들을 다린 교도소로 옮기게 되면서, 생명에 대한 위협까지 받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남은 4번의 이야기는 속 시원하고 통쾌한 복수극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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