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참 어렵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단순한 것이 사랑이지만, 깊게 들어갈수록 수많은 딜레마들은 혼란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외침이 등장했던 드라마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은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사랑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 같기도 합니다. 수많은 변주들을 품고 있어 어느 한순간 자칫 잘못하면 내가 의도한 것과 너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것이 사랑입니다. 인간이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이 사랑은 더욱 위태롭기만 합니다.
미경은 수영과 상수가 호텔을 찾아 뜨거운 밤을 보내는 상상까지 했습니다. 사랑은 미경의 추측처럼 불안을 만듭니다. 미경이 종현을 응원하는 순간 그 역시 불안해지기 시작하며,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드러나지 않은 실체를 들키게 만듭니다.
상수는 오늘을 넘기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미경은 미루고 싶었습니다. 상수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헤어지자는 말에 수영이 종현과 동거 중이라는 말을 해도 상수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미경은 상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했습니다. 그렇기에 상관없다는 미경은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집착하는 것일까요? 버스 정류장에서 사랑을 언급하는 종현에게 수영은 사랑이길 원하냐는 질문을 합니다.
사랑인지 동정인지 모호한 관계 속에서 종현은 확인받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선재와 지내는 관계 역시 유사하지만 그는 수영과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이라 주장하고 싶은 존재입니다. 어쩌면 그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보석이 수영이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상수의 문자를 받고 집을 나서는 수영, 그리고 평소와 다른 그의 행동에 창으로 다가서는 종현은 상수와 함께 인 수영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수는 밖이라 했지만, 그곳은 수영 집 앞이었습니다. 야밤에 울리는 개울음소리가 그들이 한 공간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죠.
"그냥 이렇게 걷고 싶어서"라는 말을 하며 함께 산책하는 수영과 상수는 더는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들에게 놓은 앞길이 순탄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은행에서 수영과 마주한 미경은 거짓말을 합니다. 그 거짓말은 수영이 모를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요? 의도적인 거짓말일 겁니다. 수영과 상수가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미경이 상수 이야기를 하고, 생일 언급을 하는 것은 의도적인 것이죠.
양석현의 일은 앞으로 닥칠 수영과 상수의 일이기도 합니다. 결혼 후에도 과거 연인을 만나 석현은 본사에서도 알게 되며 정직 2개월에 처해지게 되었습니다. 수군거림과 질타가 쏟아지는 상황은 수영과 상수가 만나게 되면 벌어질 일의 예고편이기도 합니다.
석현과 연인의 신상이 전부 공유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수영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상수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석현 이야기를 하며 후회할게 뻔한데 왜 그런 짓을 했냐는 미경의 말은 수영에게 전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너희들도 이런 꼴을 당할 것이라는 경고말이죠.
자신의 삶이 엉망이 될지 알면서도 석현은 "너무 늦을까봐. 너무 늦으면 놓쳐버릴까 봐"라 합니다. 그건 상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미경이라는 정해진 성공의 길이 존재함에도 상수가 아무것도 없는 수영을 선택한 것은 그게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미경의 엄마는 상수 엄마를 찾았습니다. 친구처럼 지내던 시절과 달리, 결혼을 생각하는 미경 엄마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수 엄마는 이 결혼을 탐탁지 않아 하죠. 이런 상황이 오히려 당황스러운 것은 미경 엄마였습니다. 자신이 부자이기에 선택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상수를 만난 후에도 드러났습니다. 딸이 사랑하는 남자, 가난한 것을 빼고는 흠잡을 데 없는 상수와 함께 백화점 데이트를 하는 미경 엄마 미선은 행복했습니다. 아들이 없는 미선은 친구들처럼 아들과 함께 쇼핑해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합니다.
고급 양복을 보고 상수에게 입혀보려는 미선에게 "괜찮습니다"라는 말은 정중한 거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선에게 그 말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괜찮은 옷이었습니다. 이런 서로 엇갈리는 생각들은 이들이 가족이 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경까지 부른 자리에서 미선은 자신이 이 결혼 허락한다고 선언합니다. 당연히 감사하고 좋아할 것이란 생각과 달리, 상수는 헤어졌다고 말하고 맙니다. 굳이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해야 했냐고 미경은 말하지만, 그대로 침묵했다면 그건 미경 어머니에 대한 조롱이라 생각했습니다.
종현과 스터디를 하는 친구들로 인해 술자리에 함께 하게 된 수영은 선재의 당돌함을 봤습니다. "우리 50일 이에요"라는 발언은 선재가 종현과 그런 사이라고 말하고 싶은 행동이었습니다. 물론 바로 시험이 50일 남았다고 정정하지만, 수영은 이미 이들 관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두 사람에게는 추억이 존재하는 동네 가게가 폐업한다는 사실을 보게 됩니다. 종현의 소원을 들어줬던 그곳. 비를 맞으며 손잡고 뛰어가던 그 모든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음을 공간은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종현에 요구로 손을 잡고 집으로 가던 수영은 땀이 난다며 손을 놨습니다. 그전에는 볼 수 없는 행동에 종현은 뻘쭘할 수밖에 없었죠. 다음날 종현의 부탁으로 데이트를 하러 가는 두 사람은 버스에서 다른 승객들에 의해 멀어졌습니다.
평범하게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종현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아이 울음으로 떠들썩하게 되는 과정도 이들 관계의 균열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다른 장소에서 커플링을 내밀지만, 수영의 손가락에 맞지 않는 반지는 이들의 관계는 더는 이어질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상수는 수영이 종현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미경이 홧김에 한 거짓말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이었습니다. 수영을 주려고 샀던 타르트를 가지고 어머니 가계로 간 상수는 이미 자신이 미경이 아닌 다른 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은 평생 시뮬레이션을 해보며 살았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죽음 후 그가 살았던 세상은 그랬습니다. 하지만 상수는 자신이 불안해져도 상관없게 만드는 이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수영이라면 자신이 몰락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 상수는 사랑 중입니다.
수영은 자신이 상수와 만나게 되면, 상수는 석현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미경 아버지가 상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수영을 답답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장소를 찾은 미경은 수영을 더욱 힘겹게 합니다.
상수에게 홧김에 수영이 종현과 동거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합니다. 그런 미경에게 "미워해도, 싫어해도 괜찮아요"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경은 더 망설이라고 합니다. "너 마음 불편하라고 나는 너 계속 좋아할거야"라는 미경의 말은 수영에게는 잔인한 선언이었습니다. 수영을 너무 잘 파악한 미경의 공격이자 솔직한 표현이었으니 말입니다.
멍해 있는 수영에게 경필은 대학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필은 미경이라 지칭하지 않았지만 자신과 비교도 안 되게 부잣집 여자와 사랑하다 사촌 오빠가 찾아왔다 합니다. 세 번째 찾아온 사촌 오빠가 무슨 말을 했는지 시청자들은 모르지만 그게 무엇인지 우린 알고 있습니다.
미경과 헤어진 소문이 바로 그 실체이기 때문이죠. 경필이 미경 친구들과 자고 다녀서 헤어졌다는 소문은 그가 실제 그래서가 아니라, 사촌 오빠가 만든 헤어지는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둘 다에게 첫사랑이었지만, 서로 다른 경제적 신분은 그렇게 상처를 만들었습니다.
미경이 상수의 이별에 그렇게 힘겨워하는 것 역시 경필과 이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이렇게 이별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오기처럼 상수를 붙잡는 이유로 다가옵니다. 그런 점에서 미경은 서글프고 아픈 존재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잣집 딸이라는 이유로 사랑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이니 말입니다.
종현도 상수에게 경고를 했습니다. 반지를 끼고 이제 수영 만나러 간다는 그 행동은 모두 상수에게 보내는 경고였습니다. 수영은 반지를 낀 종현을 보고 미안해서인지 들어가지 않는 반지를 껴봅니다. 어렵게 반지가 들어가자 상수에게 문자가 오고, 화들짝 놀라 반지를 빼는 수영의 행동은 이미 상수를 향해 모든 마음이 기울었다는 의미였습니다.
다음날 갑자기 휴가를 낸 수영으로 인해 출장소로 간 상수는 그가 바닷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급하게 그곳으로 향합니다. "생각 잘하고 결정한거냐?"는 경필에게 "안 해 생각, 그런지 오래됐어"라는 상수는 오직 직진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수영과 사랑하겠다는 상수의 의지말이죠.
모래성을 쌓고 옆에 앉아 있는 수영을 찾은 상수. 그런 상수를 보고 환하게 웃는 수영은 행복했습니다. 슬쩍 번데기 언급을 하며 지난 추억을 덧입히는 것도 그들만이 나눌 수 있는 행복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만들었다는 모래성은 그들의 관계이기도 했습니다.
모래성이 부서지는 것이 두려워 집에서 잠도 자지 못할 정도였다고 수영은 말합니다. 그런 두려움을 치유하는 방법을 수영은 내 손으로 무너트리는 것이었다 했습니다. 스스로 무너트리면 부서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그런 수영의 손을 잡으며 아닐 수도 있다는 상수는 모래성도 무너지지 않고 오래오래 있을 수도 있다 합니다. 그런 상수에게 따뜻한 음료수 좀 사다달라는 수영. 그런 수영에게 자신의 재킷을 건네고 급하게 음료수를 사러 간 상수는 수영이 존재하지 않는 모래성만 남은 바닷가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휴대전화까지 꺼놓고 수영이 찾아간 곳은 아버지가 있는 가게였습니다. 딴 사람이 욕을 하든 말든 그 사람이 좋았냐며, 바람났던 과거 아버지를 공격했습니다. 그런 상황에 아버지는 막을 수도 멈출 수도 없었다 합니다. 사랑이란 그렇게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이니 말이죠. 하지만 아버지는 지금은 후회한다며, 과거로 돌아간다면 하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그런 아버지의 말을 듣고 수영은 아버지는 과거나 지금이나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건 바람피웠던 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수영이 집으로 돌아가다 전화를 건 것은 상수였을까요?
다음날 은행에 출근하자마자 상수를 수영을 찾습니다. 갱의실에 있다는 말에 급하게 그곳을 향한 상수는 어제 일을 언급하지만, 수영은 상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갑니다. 어제와 너무 다른 수영의 행동이 당황스러웠던 순간 은행에 달려온 것은 종현이었습니다.
평소 모습과 너무 다른 종현은 잔뜩 화가 난 상태였죠. 그리고 수영에게 화를 내며 "말해봐"라고 외치자 수영 역시 "들었잖아"라는 말로 대응합니다. 분노한 종현의 시선은 수영 뒤에 있던 존재들이었습니다. 상수와 경필이 서 있었는데 종현이 다가가 주먹을 휘두른 이는 상수가 아닌 경필이었습니다.
수영과 잤다며 분노하는 종현을 상수가 말리자, "너도 안수영이랑 잤냐"고 분개하는 종현은 그렇게 무너졌습니다. 수영과 경필이 하룻밤을 보냈다고 믿는 이는 없을 겁니다. 경필은 이미 해법을 알려줬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방법을 경필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여줬고, 수영은 결심한 것이죠.
자신이 상수를 사랑하면 상수는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수영은 자신을 망가트리기로 결정합니다. 그 선택이 얼마나 치욕적인 상황을 만들지 수영도 경필도 알고 있었습니다. 경필 역시 그 선택으로 지금까지 낙인이 찍혀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수는 수영이 종현과 함께 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탓하거나 분개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마저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영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종현에게 수영이란 존재는 사랑이 아닌 정복에 가까운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자기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에 분개했던 것이죠. 여기에 선재라는 존재까지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종현 역시 이런 상황을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내 탓이 아닌 수영 탓으로 헤어졌다고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종현의 사랑은 딱 그 정도일 뿐이었습니다.
상수를 사랑해서 스스로 망가져 버린 수영. 모래성이 무너질까 두려워하기 보다 스스로 파괴함으로도 마음에 안정을 찾은 수영은 다시 그 선택을 했습니다. 경필이 알려준 그 방법으로 다시는 상수와 가까워질 수 없도록 만든 이 선택마저 상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지독한 사랑의 열병은 이들에게 더 지독하고 잔인한 사랑을 던져줬습니다. 그 사랑을 그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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