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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서른, 아홉 2화-달달한 로맨스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시한부 통보

by 자이미 2022.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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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행복하거나 불행한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절묘하게도 인간의 삶에는 희로애락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다. 이를 잘 이용하는 사람만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멘털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산다. 거의 대부분의 생명체는 유한하다. 사멸의 시점이 다를 뿐 모두가 동일할 뿐이다.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심해에 사는 생명체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시간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죽은 것처럼 영원히 산다는 점에서 그걸 원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은 직접 경험을 해보지 않아도 얼마나 힘들지는 알 수 있다. 이를 직접 경험한 이는 삶 자체의 지향점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오만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경험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20년 동안 절친한 친구로 지낸 미조와 찬영, 주희는 이제 곧 맏이 할 40대에 대한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40대를 맞이하며 묵은 것들을 씻어내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기도 한다. 미조는 힘들게 달려온 시간을 잠시 멈추고 자신만을 위한 충전의 시간을 원한다.

 

찬영은 그 긴 시간 이어왔던 진석과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 이혼하지 못하는 남자와 영원히 말도 안 되는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성직자도 아닌데 그런 고역스러운 고행을 이어갈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찬영에게 39살은 진석과 오랜 관계를 정리할 절호의 기회다.

 

주희에게 39살은 진짜 연애를 한 번 해보고 싶은 시점이다. 그동안 주희에게 남자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고 3이던 시절 어머니의 암 판정으로 대학도 포기했던, 그에게 삶은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소심하기까지 했던 주희에게 남자는 낯선 존재였다. 그런 그에게 동네에 새롭게 문을 연 퓨전 중국집 사장은 첫사랑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플로리다로 떠나 1년 동안 좋아하는 골프만 치며 살고 싶은 미조는 그동안 자신의 병원을 지켜줄 의사를 소개받았다. 미국에서 피부과 의사로 지냈던 인물을 진석의 소개로 만나게 된 그날 미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원나잇으로 생각했던 남자가 바로 오늘 만나기로 한 피부과 의사였으니 말이다. 실수라고 말하는 자신과 그건 실수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선우의 모습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미조는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의사라는 점에서 병원에 나오기 시작했다. 떠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몇 달 동안 함께 진료를 하며 분위기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니 말이다.

 

찬영은 진석을 만나 이별하자고 말한다. 정신적인 교감을 이어가며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지친 찬영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방법 외에는 없다. 그럼에도 자꾸 매달리며 진석이 이혼하고 자신과 살기를 원한다. 아들 역시 자신이 잘 키울 수 있다고 말하고 나서 후회하는 찬영은 그 순간까지도 사랑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별하고 돌아온 찬영을 위로해주는 미조는 함께 미국에 가자고 한다. 진석을 잊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데 장소가 달라진다고 바뀌지 않는단 말에 반박할 수가 없는 미조다. 

 

미조가 안식년을 가지려는 이유는 약 없이는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미조로서는 번아웃 증세까지 더해진 상황에 과감하게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잘살기 위한 선택이고, 멋진 40대를 시작하기 위한 투자이기도 했다.

잠들지 못하고 창밖을 바라보는 찬영을 잠에서 깨 물을 마시러 나온 미조가 보고 다가가 안아준다. 그리고 그런 미조의 배려에 장난으로 정리하는 찬영의 행동은 이들이 20년 지기 친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다.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는 주희에게 동네 단골 가게에 생긴 퓨전 중식집이 낯설기는 하다. 하지만 우연하게 마주쳤던 이 남자에게 끌리는 것도 당연하다. 저녁 8시에 영업 종료라는 말에 퇴근이 8시라고 혼잣말하는 주희를 설레가 한 사건이 벌어진다.

 

다음날 출근하던 주희는 그 식당의 마감 시간이 8시가 아닌 10시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연애 경험이 전무한 주희이기에 가능한 착각이었다. 현준으로서는 동네 특성을 살려 마감 시간을 확정한 것일 뿐이니 말이다.

 

주희는 백화점에서 오빠 카드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젊은 여성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돈이 아닌 남자 친구의 돈으로 쇼핑을 해서가 아니다. 연애를 하는 모습이 부럽게 다가왔을 뿐이다. 40대가 되기 전 진짜 연애를 하고 싶은 주희에게 퓨전 중식당 현준은 특별한 존재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미조는 안식년을 가지기 전에 친구들과 종합검진을 받았다. 자신만이 아니라 친구들 역시 이제는 정기적인 검사를 받을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미조에게 이들은 가족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존재들이니 말이다. 종합검진을 받은 날에는 음식을 조절해야 하지만 주희의 썸 타는 남자 이야기에 친구들은 함께 현준을 보러 갔다.

 

큰 키에 잘생긴 남자, 그리고 주희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썸일 가능성이 있었다. 상대방의 생각은 알 필요 없었다. 친구가 그렇게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만들어가면 그만이니 말이다. 한껏 들뜬 그들에게 찬물을 끼 얻는 이는 주희가 백화점에서 봤던 그 여성이었다. 알고 보니 현준의 여자 친구였다.

 

이 모습을 본 즉시 고량주를 시키는 주희의 동상이몽은 이번에도 처참함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선우는 동생을 만났다. 동생을 위해 만두를 먹기 위해 멀리까지 가는 선우에게 동생 소원은 마흔이 되기 전에 풀어야 할 숙제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국으로 와버린 소원.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이 커지며 그 아이는 파양을 언급했다고 한다. 입양되어 미조처럼 좋은 부모와 오빠를 만나 행복하게 살던 소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심정적 위기는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이제 남이라는 말을 꺼낼 정도로 소원은 혼란스럽게 불안하기만 하다. 파양을 언급한 것은 어쩌면 자신을 잡아주기 바라는 마음이 만든 호소 일지 모른다. 그만큼 불안한 입양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미조는 동생을 보고 온 선우를 통해 공감을 표하게 된다.

 

자신도 입양아라는 점에서 소원에게는 선배와 같은 존재다. 미조 역시 자신 역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쩔 줄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어느 순간 가장 사랑했던 존재가 사라지면 만들어지는 지독한 공백은 허탈과 분노로 함께 오기도 하니 말이다.

그 불안을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느냐가 선우가 풀어야 할 과제였다. 하룻밤 상대처럼 생각했던 선우가 미조의 마음속에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했다. 자신이 살았던 보육원 봉사를 왔다는 점만으로도 경계심이 낮아질 수 있었는데, 그 역시 입양아 동생이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서로를 알아가며 미조 역시 선우를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굳이 외면하거나 거부할 이유가 없다. 피부과 의사로 좋은 곳에서 근무하던 선우는 간호사들이 반색할 정도로 호감형이다. 그리고 성격도 크게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굳이 외면할 이유는 없다. 

 

미조와 선우의 관계는 친구들의 개입으로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다. 친구들이 방해꾼이 되기도 하지만, 미조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보다 가까워진 둘 사이는 회식 후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모두가 떠나고 둘만 남은 상황에서 작약을 사주겠다며 꽃집을 찾아간 선우의 행동이 미조는 당황스러웠다.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약 보러 가자며 하룻밤을 보냈으니 선우의 그 행동이 술김에 다시 하룻밤을 보내자는 신호처럼 다가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선우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싶었다.

 

10년 만에 한눈에 반한 여자를 만났는데 미국으로 간다는 말에 성급해진 선우는 술기운에 고백을 했다. 그게 고백인지 협박이니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며 "좀 찡찡거린다"고 언급하는 미조는 기분 상한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고백인데 이런 식은 아니라는 생각 정도다. 이는 둘 사이 그린 라이트가 켜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근한 미조 책상에는 작약이 가득하다. 새벽에 꽃시장을 가서 사 왔다며 밝게 이야기하는 선우의 모습이 싫지 않은 미조는 사랑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날의 기억을 '사고'가 아닌, '참 묘한 날'이라고 표현이 바뀐 것만으로도 미조의 마음이 변하고 있음을 알게 하니 말이다.

 

그 행복한 순간 전화를 받은 미조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가운을 입고 병원을 나섰다. 그가 향한 곳은 종합검진을 받은 병원이었다. 그리고 선배가 꺼낸 말은 충격이었다. 4기라는 말에 미조는 잘못 안 것 아니냐는 할 필요도 없는 말들을 했다. 의사인 자신이 너무 잘 아는 상황임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친구가 곧 죽는단 사실이다.

찬영은 추가 검진을 받으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친구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한심하게 진석만 좋아하다 자신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몰랐던 찬영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 거기에는 진석을 만나게 한 자신과 진석에 대한 분노도 함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미조가 찾은 곳은 찬영이 아닌 진석의 사무실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진석과 술을 하기로 한 선우도 와 있었다. 오열하며 사무실로 들어선 미조는 진석의 멱살을 잡고 죽일 거라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진석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너 때문이고, 나 때문이야"라며 바닥에 쓰러져 오열하는 미조, 그런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는 선우는 다그침보다 충분히 쏟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조는 자신의 손을 잡아준 선우의 손이 따뜻했다고 기억했다. 선우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다는 것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흔을 앞두고 사망한 친구는 찬영이었다. 그의 장례식에 모여 오열하는 이들의 모습과 함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처음부터 죽음을 확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남겨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예정된 죽음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들의 모습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결말을 내고 시작하는 것은 찬영의 시한부 판정을 바라보며 삶의 가치를 다시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죽어가는 이가 바라보는 삶과 남겨질 이들이 이후 살아가야 할 삶은 다르다. 이를 남은 이야기는 충실하게 담아낼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너무 당연하지만 실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대다수의 우리에게 이 드라마는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냐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죽음은 누군가의 끝이고, 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는 의식이다. 그 과정에 보다 성숙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20년 지기 세 친구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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