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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서른, 아홉 1회-죽음 예고하며 시작한 마흔 앞둔 세 친구 이야기

by 자이미 2022.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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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을 원작으로 한 <서른, 아홉>이 첫 방송되었다. 서른이 된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마흔을 앞둔 여성들의 이야기로 설정이 바뀌었지만 유사성들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드라마 완성도 측면에서는 중국 드라마보다는 매력적이었다는 것이 위안 아닌 위안이다.

 

역사왜곡 등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문화는 공유되고 소통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편견 없이 기본 줄거리를 따온 <서른, 아홉>이 어떻게 그려질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남자들이 중심인 드라마들 속에서 오롯이 여성들이 중심인 드라마라는 점에서 중국 원작임에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선점할 수 있는 소재였음에도 놓쳤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유독 중국 자본이 집중된 몇 방송사에서 나온 중국 원작이라는 점이 여전히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시청자들에게 요구되기도 한다. 자칫 쇄국정책으로 위기를 맞은 과거처럼 문화마저 폐쇄적으로 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차미조, 정찬영, 장주희 서른아홉의 20년 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시작한다. 마흔을 앞두고 20년 동안 사귀었던 친구를 떠나보낸다는 미조(손예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이 드라마는 아홉수에 걸린 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루기 시작했다.

 

미조는 피부과 의사로 근무 중이다. 언니 미현(강말금)이 실장으로 함께 하는 미조는 5년 동안 개업의로 열심히 일했다며, 1년 동안 골프만 하며 쉬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아직 부모님들에게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미조의 이 선택에 언니 미현은 노발대발이다.

 

연기를 가르치는 찬영(전미도)과 백화점 코스메틱 매니저로 일하는 주희(김지현)는 티격태격하지만 떨어질 수 없는 친구다. 이들이 친구가 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우연이 만든 필연적 관계는 둘도 없는 친구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미조는 입양아다. 그는 열아홉이 되던 그날 지하철에서 울고 있었고, 그런 미조에게 말을 건넨 이가 바로 찬영이었다.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미조에게 만원 한 장을 건네며 꼭 갚겠다는 말에 괜찮다며 "불우이웃 도왔다 생각할게"라는 말에 발끈하고 말았다.

 

성격이 괄괄한 찬영은 돈 갚겠다는 말에 그럴 필요 없다는 의미였지만, 입양아로 엄마를 찾겠다고 나선 미조로서는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것 같아 힘들었다. 그렇게 싸우던 그들은 분식집에 앉았다. 주인아주머니를 힐끔거리는 두 아이들이 찾은 곳은 미조가 찾고자 했던 곳이었다.

 

실로암 분식이라는 곳을 보육원에 놀러 갔다 본 미조는 그곳에 친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찾아왔던 것이다. 그렇게 힐끔거리는 상황에 주희가 등장했다. 착한 딸은 학원 가기 전에 엄마 일을 돕기 위해 잠시 분식집에 들렀다.

그런 주희에게 나이와 친엄마가 맞는지 등을 묻는 찬영은 미조보다 더 열을 받았다. 쌍둥이냐며 같은 나이의 미조는 왜 버려졌냐며 화를 내지만, 그건 그저 미조의 잘못된 확신이 만든 결과일 뿐이었다. 친모라는 확신도 없이, 그저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었던 미조가 만든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오해가 만든 인연은 이들을 평생 친구로 만들어줬다. 미조의 연락을 받고 분식집을 찾은 부모들은 친딸 이상으로 아이를 아꼈다. 엄마는 울먹이며 함께 찾지 왜 그랬냐며 아쉬워했고, 아버지는 딸을 보살펴줘서 고맙다며 미조의 손을 꼭 잡았다.

 

입양되었지만, 그 사실을 잊고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미조는 구김살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고 장난처럼 이야기할 정도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았다.

 

그런 미조가 절친인 찬영에게 까칠하다. 그건 동네 오빠인 진석(이무생)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석은 결혼했고 아이도 있다. 그럼에도 찬영이 진석을 좋아하는 것은 불륜이다. 그렇게 불륜을 언급하며 찬영에게 헤어질 것으로 강요하는 미조는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세 친구와 고깃집에서 술을 마시던 미조는 부탁을 하기 위해 진석을 불렀고, 그렇게 그는 찬영에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부잣집 아들 진석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찬영은 함께하지 못했다. 그렇게 유학 같던 진석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선주와 결혼했다.

 

자기 마음대로 살다 미국에서 우연히 본 진석에 반했고, 그렇게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찬영은 자신이 먼저 만났으니 불륜이 아니라 주장하고 있다. 찬영 입장에서는 선주가 자신의 사랑에 끼어든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욱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혼 후에는 진석과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며 자신은 불륜이 아니라 주장한다.

 

진석 역시 찬영을 좋아한다. 선주가 갑자기 임신했다며 결혼을 요구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났지만, 여전히 진석은 찬영을 좋아한다. 하지만 찬영이 이야기하는 이혼 요구에는 외면하고 있다. 미조와 싸우면서도 자신의 사랑은 특별하다 이야기하지만 그 믿음도 조금씩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가 자신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매번 확인하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담배를 끊듯, 오빠도 끊을 거라는 통보를 한다. 정말 그 감정들을 끊어낼 수 있을까? 서글픈 찬영은 예고편에도 등장하지만 암에 걸리게 되고 그가 마흔이 되기 전에 사망한 존재일지 지켜볼 일이다.

착하고 순둥순둥한 주희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찬영에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남자와 만나는 것이 서툴고 부담스럽기까지 한 주희다. 그런 주희에게는 뭔지 알 수 없는 운명의 끈이 놓이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잘 가던 동네 가게가 갑자기 문을 닫았다. 서운했던 주희는 새로운 가게가 오픈을 앞두고 있자, 술에 취한 채 안을 살펴보다 주인인 현준(이태환)과 눈이 마주쳤고, 오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나오는 현준이 무서워 도망치는 주희는 과연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될까?

 

미조는 스스로에게 내리는 안식년을 두고 언니와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남편과 바람난 여자를 찾아왔다며 중년의 여성들 셋이 병원을 찾아 난장을 피우며 이들은 경찰서를 찾게 된다. 오해가 만든 이 상황에 소식을 듣고 나타난 언니 미현은 화려한 스포츠 댄스 복장으로 "누가 내 동생 때렸어"라며 언니미를 뽐냈다.

 

미조는 자신이 살았던 보육원을 정기적으로 찾는다. 물론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어느 때나 다름없이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과 놀던 그들 앞에 영어를 가르쳐주는 선우(연우진)가 등장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준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렇게 짧은 인연으로 끝날 것 같았던 관계는 미조가 시계를 두고 오며 이어지게 되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직접 시계를 전해주러 오는 선우를 기다리다 작계 꽃을 샀다. 그렇게 시계와 작계가 교환되고, 배 고프다는 선우와 함께 국숫집을 찾은 그들은 관계가 그렇게 조금씩 연장되어 갔다.

 

선우에게 선물하기는 했지만 사실 작약은 자신이 좋아서 샀다. 하지만 시계를 전해준 그 남자를 보자 선물하게 되었고, 그 감정들은 결국 서로를 '시계'와 '작약'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게 만들었다. 통성명도 하지 않고 그렇게 인연을 이어오던 이들이 다시 만난 곳은 연주회였다.

 

친구와 약속이 어긋나며 혼자 연주회에 들어갈지 망설이던 선우 눈에 미조가 들어왔다. 그 역시 홀로 연주회를 찾았고, 모든 연주가 끝난 후 둘은 로비에서 다시 만났다.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다 작약 이야기가 나왔고, 선우는 작약 보러 갈거냐 물었다.

훅 들어온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 그 나이 정도 되면 안다. 자신과 자고 싶다는 제안이었으니 말이다.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미조는 선우의 집을 찾았고, 그렇게 함께 잠자리를 가졌다. 그게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안식년을 위해 미국으로 가려던 미조에게 이 낯선 경험은 하나의 사고처럼 생각하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운명이라면 이들 관계를 그렇게 허투루 흘려버리지 못한다. 미국으로 쉬러 가기 전 영어를 배우기 위해 진석 오빠가 소개한 남자를 기다리던 미조는 놀라고 말았다. 그 상대가 바로 선우였으니 말이다. 피부과 의사인 선우는 그렇게 미조와 다시 재회했다. 

 

선우가 그 보육원을 찾아 영어를 가르쳐준 것은 그가 그 출신이 아니라 여동생 소원(안소희)이 그곳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에 살던 그들은 갑작스럽게 사라진 소원을 찾기 위해 오빠인 선우가 돌아왔고, 그렇게 행방을 찾던 와중에 미조를 만나게 되었다.

 

입양된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출생의 비밀과 뿌리를 찾고자 하는 욕망을 소원도 경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첫 회 <서른, 아홉>은 나쁘지 않았다.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모두 출연하며 이들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했다.

 

마흔을 앞둔 나이처럼 이들의 연애는 청춘들과는 다른 묵직함도 있었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들의 모습은 안정 속 불안이다. 이제 정점에서 내려와야만 하는 나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마흔이라는 나이는 불안의 상징과도 같으니 말이다.

 

원작은 서른과 다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는 전혀 다르다. 서른이라는 새로운 시작과 마흔을 앞둔 불안이 먼저 찾아오는 나이의 차이는 이야기 전체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 어떤 전개로 시청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이끌지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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