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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스물다섯 스물하나 1회-김태리 남주혁 존재감만으로 충분했던 첫회

by 자이미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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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가 났던 해를 관통했던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다룬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흥미롭게 시작되었다. 김태리와 남주혁이라는 배우가 주는 무게감과 기대치는 첫 회만으로도 충분했다. 왜 많은 시청자들이 주인공이 누구인지 민감해하는지 이들은 첫 회부터 잘 보여주었다.

 

한때는 펜싱 천재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희도(김태리)는 이제는 IMF로 사라진 펜싱부에 안절부절못할 뿐이다. 어린 시절 천재성은 사라지고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희도는 고교생으로 금메달을 딴 고유림(보나)의 팬일 뿐이다.

이야기는 희도의 딸 민채가 발레에 회의를 느끼며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외할머니 집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민채는 오래된 엄마 일기장을 읽으며 엄마의 열여덟 청춘을 엿보기 시작했다. 펜싱은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에만 집중하지도 않는 희도에게 일생일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IMF는 희도가 다니는 학교 펜싱부 해체를 불러왔고,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비로소 자신이 펜싱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확인하는 순간들이었으니 말이다. 오열하는 희도에게 교사가 던진 "네 꿈을 빼앗은 건 시대야"라는 말은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신문배달을 시작한 이진(남주혁)은 한순간 나락에 떨어졌다. 재벌가 아들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이진이지만 IMF는 아버지 회사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그렇게 도련님은 홀로서기에 나서야 했다. 낡은 방하나를 얻고, 새벽에는 신문 배달하고 낮에는 책 대여점에서 일을 하는 이진에게 우연처럼 희도와 만나는 일들이 잦아졌다.

 

천재 소리까지 들었던 희도가 방황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그날 이후 펜싱에 집중하지 못했던 방송국 앵커인 엄마와도 사이가 나빴다. 펜싱부 해체로 인해 태양고로 전학 가고 싶다는 말에 이제 펜싱 그만두고 공부나 하라는 엄마와 다투던 날도 이진은 신문배달 중이었다.

 

이진이 던진 신문은 희도 집에 있던 '오줌 누는 동상'에 맞고 부러지고 말았다. 이를 목격한 희도는 이진에게 화풀이를 시작했다. 논리적인 이진과 달리, 희도는 그저 누군가에게 화풀이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이진이 근무하는 책 대여점은 희도의 단골이었다.

 

희도는 어떻게든 전학을 가야 하지만 엄마에게 부탁하기도 싫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강제전학이었다. 같은 학우를 때려 강제 전학당한 아이처럼 자신도 싸움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학교 일진은 펜싱부인데 몸조심하라고 오히려 걱정할 뿐이다.

 

패싸움을 한다는 사실을 화장실에서 우연히 들은 희도는 경찰에 연락부터 하고, 일진을 때리는 남학생을 우산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펜싱부 실력을 패싸움에서 보여주게 되었다. 이 상황에 경찰이 출동했지만, 자신을 잡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걱정하며 도망친 아이들 찾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 실패하자 희도가 선택한 것은 나이트클럽에 가서 경찰에 체포되는 것이었다.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다며, 엄마 옷과 화장품으로 잔뜩 멋을 내고 들어간 희도가 웨이터에게 끌려간 룸에는 공교롭게도 이진과 그의 친구들이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우연은 이들의 인연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이진은 돈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친구들을 찾았다. 물론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재벌집 아들이 몰락한 후 친구들을 찾았다는 것은 뭔가 부탁할 것이 있을 것이라는 친구의 언급은 이런 추측을 하게 한다.

있어서는 안 되는 장소에 있는 희도를 데리고 나가려 이진은 비상벨을 눌렀고, 그렇게 나이트클럽을 나선 희도는 오히려 이진에게 화를 냈다. 내 원대한 꿈을 막은 것에 대한 분노였지만, 어린 희도가 품은 그 상상은 어른들의 현실과 다르다 한다.

 

이진은 희도를 보며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계획은 틀렸어도 의지는 좋았다. 잃은 것만 생각하는 자신과 달리, 희도는 얻을 거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을 포기한 자신에게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으려는 희도가 특별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희도에게 이진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그에 걸맞게 행동하라고 한다. 어린 나이의 특권이라는 이진말에 희도는 용기 내서 엄마에게 전학 보내달라고 한다. 펜싱을 계속하고 싶다는 희도와 천재 소리 듣던 아이가 이제는 엉망이라며 열정도 능력도 없는 딸을 지적했다.

 

자신의 옷을 입고, 화장품까지 사용하고 나이트에 갔다는 사실에 분개해 희도가 빌려온 만화책을 찢어버린 엄마의 분노에 희도도 폭발했다. 자신의 일에만 집중했던 엄마는 대회에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 그런 엄마보다 더 소중한 '풀 하우스'를 왜 찢느냐 분노하는 희도는 진심이었다.

 

엄마가 필요했던 희도에게 엄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엄마인 재경 역시 할 말이 없었다. 그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찢어진 만화책을 보며 오열하는 희도는 어떻게든 복원해 반납해야만 한다. 하지만 젖고 찢어진 페이지는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도가 희도 삐삐에 '풀 하우스' 반납하라는 메시지까지 남긴 상황에서 밤늦게 반납구에 넣고 가려던 희도는 아직 가게에 남았던 이진에게 걸리고 말았다. 찢어진 페이지는 희도가 그린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다. 울며 엄마 때문이라 하지만, 알아듣기도 어려울 정도다.

 

희도가 그린 말도 안 되는 그림과, 엉성한 맞춤법을 보는 이진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바닥까지 떨어진 이진에게 희도는 어쩌면 희망과 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엉뚱하고 철없지만 순수한 희도를 보며 이진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희망을 품게 되었다.

 

희도 엄마인 재경은 태양고 양찬미 코치를 찾았다. 아이 전학을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을 찾아왔던 희도가 재경이 딸인지 알았고, 그의 전학을 받아주려고 생각했었다. 희도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봤다는 찬미는 그곳에 재경은 없었다는 말로 정곡을 찔렀다.

이 둘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재경은 딸을 위해 용기를 냈다. 그렇게 전학이 결정된지도 모르고, 찬미를 찾아가 테스트를 해달라는 희도는 먹다 던진 사과를 칼로 받아내고 의기양양하게 두 번째 미션을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홀짝이지만 진심을 다했고 결국 졌다. 탈락을 외치는 순간 오열하는 희도에게 시합은 단순히 실력만 가지고 할 수 없다며. 운도 중요하다고 한다. '운빨과 기세'가 중요한데 자신에게는 운빨이 있다는 말과 함께 다음 주 전학 오라고 한다.

 

홀짝으로 신발까지 잃고 비닐봉지로 감싸고 집으로 가는 희도는 그래도 행복했다.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이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1998년 국가부도 시절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이어졌다. 김태리와 남주혁만으로도 충분히 볼 수밖에 없는 드라마였다.

 

추억을 소환하는 방식이 주는 익숙함에 코믹함을 뒤섞은 청춘 로맨스라는 사실은 무난함으로 다가온다. 첫 회부터 망가진 김태리와 묵직하지만 여전히 좋은 남주혁은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신고식을 했다. 본격적으로 평생 라이벌과 함께 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채팅하던 상대인 인절미는 결국 이진일 가능성이 높다. 구남친이 현재의 남편인지 여부는 전형적인 남편 찾기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익숙함이 주는 식상함도 존재하지만 좋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그마저 새롭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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