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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왜 오수재인가 1회-왜 서현진인가 보여준 첫 회, 그 자체로 완벽했다

by 자이미 2022.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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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과 소지섭은 첫 대결은 서현진의 승리로 보입니다. 물론 다른 결이라는 점에서 이를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소지섭의 '닥터 로이어'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재임에도 과거의 드라마를 보는 듯 낡은 방식으로 이어져 아쉽기만 했습니다.

 

국내 10대 로펌 중 하나인 TK로펌은 오수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만큼 오수재가 대표적인 변호사로 맹활약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가 맡은 사건은 언제나 성공한다는 점에서 재벌과 유력 정치인들의 사건을 주로 맡는 거물급 변호사가 바로 오수재죠.

하지만 오수재가 처음부터 이렇게 중요한 존재일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 이곳에 온 수재는 왕따였습니다. 말 그대로 명문대를 나와 거대 로펌에 들어온 이들에게 고졸 여자 변호사가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는 고문단 역시 장관부터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고, 그런 그들에게도 오수재는 비하하고 싶은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동석도 못하고 식사도 함께 하지 못할 정도로 외면받았던 수재는 어느덧 TK 로펌의 에이스가 되었습니다. 선배들을 자신의 발밑에 깔고 있는 수재는 선과 악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냉혈한이기도 합니다. 공감 능력도 없는 사이코패스 변호사 같은 기분까지 느끼게 할 정도였죠.

 

오수재의 능력은 환경오염 사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내부고발자를 뇌물수수로 몰아가고, 아이가 아프다며 소송을 걸었던 그들 부부의 거짓말을 밝혀내며, 사건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과정은 오수재라는 변호사가 어떤 방식으로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섰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조사원들이 많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오수재였습니다. 위법이 아닌 수준에서 모든 것을 다 동원해 승리하는 오수재는 탁월한 변호사였습니다. 그런 오수재가 움찔하는 장면이 등장했죠. 입양아를 학대한 환경오염 고발자 부부의 행태를 보며 그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는 것을 보면 그의 과거를 생각하게 합니다.

 

아버지와 특별한 인연이 그의 추억으로 남겨져 있지만, 엄마의 전화는 받지도 않습니다. 그에게는 남자 형제들도 있지만, 수재에게 유일하게 가족이라 생각나게 하는 인물은 아버지입니다. 일찍 돌아가는 아버지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수재는 독하게 변호사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음을 직감하게 합니다.

TK 로펌 최태국 회장은 원대한 꿈이 있습니다. 그와 함께 어울리는 한수그룹 한성범 회장과 함께 5선인 이인수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 의원을 돈으로 밀어주고, 법으로 막아준 이유는 단 하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대표 변호사는 오수재가 아닌, 민영배였습니다. 능력은 오수재에게 밀리지만 자신들이 조정하기 쉬운 존재가 대표가 되어야만 하는 그들에게 오수재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이들에게 수재는 그저 일 잘하는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99% 민영배로 대표가 확정된 상황에서 이를 뒤집은 것도 오수재였습니다. 한 회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이오 회사 인수건과 관련해 민영배가 다른 경쟁자와 만난 사실을 오수재가 확인했기 때문이죠. 그런 수재는 한 회장의 아들인 한기택을 바보로 만들듯 그의 사무실을 털어버립니다.

 

변호인에게 한치의 거짓이나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로 한 회장 일가의 비밀을 얻은 수재의 행동은 이후 중요한 변수로 다가올 수밖에 없죠. 대표 변호사로 사내에 알려지며, 고졸 출신 여성이 국내 10대 로펌 중 처음으로 대표 변호사가 되었다는 상징성은 대단했습니다.

 

수재를 비하하고 조롱했던 이들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 회장은 그에게 사건 하나를 처리해달라 합니다. 이 의원과 대선 경쟁 상대인 같은 당의 안강훈 의원 사건을 정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룸에서 일하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사건 정리는 수재로서는 들어줘야만 했습니다.

안 의원은 수재가 잠시 사귀던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살기 위해 수재에게 무릎까지 꿇고 부탁했습니다. 그런 안 의원에게 우린 만난 적도 없다는 말로 정리한 수재는 성폭행 피해자라는 박소영과 로펌에서 마주합니다.

 

그날은 하얀 옷에 안 의원이 사귀던 때 사줬던 고가의 희귀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 의원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소영 역시 수재와 같은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이를 앞세워 수재에게 기싸움을 거는 소영과 자신과 같은 구두를 신었다는 것만으로 자존심 상한 수재의 대립은 의외의 결과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어설프게 싸워 수재를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편하게 정리할 수도 있었지만, 수재는 과하게 상대를 압박했습니다.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가족까지 언급하고 죽음을 이야기하는 수재의 행동은 그 구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피투성이가 된 수재가 화장실에서 구두에 박힌 보석을 떼어내는 장면에서 잘 드러나죠.

 

야근까지 하고 로펌을 나서는 수재는 행복했습니다. 꿈일 수도 있는 로펌 대표가 된 수재는 그 자체로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밖으로 나선 순간 건물에서 뭔가가 떨어지고, 하얀 옷을 입은 수재는 피로 범벅이 되고 말았습니다.

 

TK로펌 로고에 떨어진 이는 바로 자신이 몇 시간 전 조롱하듯 죽음까지 언급하며, "난 너랑 달라"라고 저주까지 퍼부었던 박소영이었습니다. 수재가 나서자마자 추락한 그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누군가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짓일까요?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수재가 대표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자가 꾸민 것으로 보입니다. 최 회장이 지시해 안 의원도 지키고, 수재를 밀어내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이후 중요한 변수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유리천장을 뚫고 목적지에 올라서려는 순간 수재는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언론의 비난과 남성우월주의와 학연으로 똘똘뭉친 로펌에서도 수재는 궁지로 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그들 앞에서 서서 싸우는 수재는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수산시장에서 회를 먹으며 최 회장은 수재에게 로스쿨 겸임교수로 1년만 가 있으라 합니다. 최 회장의 요구는 지시라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 때마침 돌아왔다는 것은 자신이 작전의 희생양이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죠. 

 

회를 먹으며 최 회장의 성향이 잘 드러났습니다. 그가 굳이 수산시장을 찾는 이유는 살아있는 생선을 선택해 회를 떠서 먹는 행위에서 특별한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가 어떤 인간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런 최 회장과 수재가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고 기대가 큽니다.

 

내쳐진 상황에서 공찬은 고기를 쏟고 말았습니다. 살아있는 생선이 자신 앞에서 퍼득거리는 과정이 마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던, 수재는 공찬의 뺨을 때리며 분풀이를 했습니다. 악연일 수밖에 없는 이들의 관계는 로스쿨로 이어집니다.

 

해당 횟집 공동 사장이기도 한 공찬이 열심히 노력해 로스쿨에 합격했고, 그날 수업은 수재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업시간이 끝날 때쯤 등장한 수재는 자신의 이름과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방법을 한 줄로 정리하고 나가버립니다.

학생들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공찬과 최윤상은 달랐습니다. 최 회장의 둘째아들인 윤상은 자신의 가정교사이기도 했던 수재를 짝사랑했고, 고백까지 했었습니다. 아버지와는 다른 윤상은 수재에게 큰 힘이 돼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죠.

 

공찬은 10년 전 김동구라는 이름으로 교도소에 있었습니다. 그런 자신을 담당한 변호사가 바로 오수재였습니다. 초짜 변호사였던 오수재를 알고 있는 공찬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오직 변호사로서 열정이 가득했던 순수했던 오수재를 되돌릴 수 있는 인물이 바로 공찬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하얀 옷에 피를 묻힌 오수재로 시작한 '왜 오수재인가'는 말 그대로 '왜 서현진인가'를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서현진이 아니라면 불가능해 보이는 그의 매력은 첫 회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서현진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었던 그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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