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까지 촘촘하게 잘 짜인 이야기는 매력적이었습니다. 장르적 집착이 아니라 메시지도 명확하게 담아낸 이 작품은 올해 가장 큰 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은 결말에 대해 아쉬움이나 의문을 품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통상의 드라마라면 범인이 처벌을 받고 그 내용을 알려주며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정상일 겁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범인은 체포되었지만 그 이후를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판사의 선고가 아닌 남겨진 이의 삶이었습니다.
그날의 진실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수현이 갇힌 곳을 여는 이는 성희였습니다. 성희는 상처 투성이로 묶여 있는 수현에게 영민의 말을 들으라고 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처럼 영민이 무서움과 그가 보호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성희의 행동을 모두 바라보는 이가 있었는데 그건 아들 도윤이었습니다. 수현을 구해준 도윤은 도망치라고 했고, 집을 나서다 성희가 영민을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힘겹게 도망치던 수현은 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는 이는 하빈이었습니다.
하빈이 두려워 피했지만 그보다 더한 공포를 경험한 수현은 친구에게 도움을 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들은 조금씩 어긋나며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수현이 차라리 경찰에 연락을 했다면 범인을 잡아내는 일이 어려울 수는 있었겠지만 죽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폐공장에 숨은 수현은 하빈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현을 찾아다녔던 하빈은 연락을 받고 급하게 그 장소로 향하죠. 하필 그 순간 하빈의 엄마 지수는 통화를 엿듣게 됩니다. 하빈이 수현의 연락을 받고 나가는 것을 보고 뒤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현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지수는 불안했습니다. 그렇게 딸을 뒤쫓던 지수는 폐공장에서 나오는 하빈을 보고 그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수현의 죽음을 목격하게 됩니다. 지수는 이 간극의 차이를 딸이 친구를 죽였다고 판단하고 다급하게 시체를 옮겨 묻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차이는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었습니다. 수현은 도망쳐 하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빈보다 먼저 그곳에 온 것은 성희였죠. 성희는 집으로 돌아가자 하고, 수현은 그의 민낯을 알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모두 알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가려다 당했습니다.
자신의 실체를 알고 있다는 수현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몽둥이에 맞아 쓰러진 수현의 목을 조른 성희에게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성희가 수현을 죽인 직후 하빈이 그곳에 도착해 친구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놀란 성희는 다급하게 수현을 으슥한 곳에 감추고 하빈이 돌아가기를 기다린 후, 시체를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수가 그곳에 온 것이죠. 이번에는 시체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었던 성희는 몸만 숨겼습니다. 자신의 두려움과 달리, 지수는 수현의 시체를 보고 서럽게 울더니 자신의 차에 싣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장면을 담은 성희는 영민에게 어떤 여자가 수현을 죽였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영민 역시 성희에 의해 희생당한 꼭두각시일 뿐이었습니다. 지수에게 이 사건으로 협박해 돈을 뜯겠다는 것도 성희의 계획이었고, 실행자는 영민일 뿐이었습니다.
상황을 뒤늦게 파악한 민아가 돈을 요구했을 때도 성희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알면서 경찰에 쫓기는 영민을 제거했습니다. 어진이 추론했던 수현을 죽인 사실을 아는 자들을 죽였다는 프로파일링은 하빈이 아닌, 성희였습니다.
프로파일러들이 성희가 진범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계기도 있었습니다. 도윤이 경찰서를 찾은 날 대홍은 확신했습니다. 성희가 엄마의 자격으로 동석할 수 있냐는 질문에 흔쾌하게 응한 대홍은 도윤의 답변을 수정하고 이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며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희를 내보내고 대홍은 영민이 사용하던 약을 사탕이라며 도윤에게 권하지 아무런 의심 없이 받으려 합니다. 그건 도윤이 자신이 민아를 죽게 만든 사탕을 알지도 못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바로 그 약으로 민아를 잠들게 하고 죽였는데, 도윤은 그게 뭔지도 몰랐으니 말입니다.
성희는 자신을 이해하고 도와준 대홍에게 언제 밥이라고 한번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하고는 통화하는 성희가 잠시 멀어지자, 도윤은 대홍에게 "엄마가 주는거 먹으면 안 돼요"라고 했습니다.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대홍마저 죽으면 안 된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는 폭로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설마라는 생각을 했던 대홍은 취조실에서 보인 성희의 행동에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진은 하빈을 취조하며 압박했지만 자백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모든 것이 하빈을 가리키고 있다고 어진은 확신했습니다.
그런 어진에게 태수는 하빈이 범인이라 확신하냐 묻고는, 그런 확신부터 의심하라고 조언합니다. 단순히 내 딸을 의심하는 후배에 대한 질타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은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한 어진에 대한 질책이었습니다. 이 말에 어진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정말 공정한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확신한 그 범죄가 자신이 알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면 그건 낭패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영민이 사용한 대포폰들을 확인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영민의 대포폰 두 대가 사건 현장에서 모두 잡혔다는 사실은 중요했습니다. 그건 영민만이 아니라 누군가 있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포폰에서 중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건 진범이 누군지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성희는 태수의 질문 앞에서도 특유의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그날의 진실을 왜곡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타자화하고 모든 것을 사망한 영민의 짓으로 몰아가는 성희는 너무 능숙했습니다. 타고난 거짓말쟁이처럼 익숙하게 베테랑 프로파일러 앞에서 이런 식의 행동을 할 수 있는 범죄자는 많지 않습니다.
성희가 진범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습니다.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그건 사망한 지수가 확보한 폐공장 앞 슈퍼에 있던 CCTV 영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망한 지수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에 결정적 증거를 찾게 됩니다.
엄마가 죽던 날 행동을 기억해보라는 태수의 말에 하빈은 뭔가 편지 같은 것을 썼다고 언급했습니다. 지수는 수현에게 편지를 썼고 그 안에 중요한 정보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수는 수현에게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그 안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딸 하빈이 수현을 죽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딸을 믿으려 노력한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죠. 수현을 묻고 집에 돌아온 지수는 식탁 위에 올려진 음식과 딸의 메시지를 보고 더욱 마음을 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의 우울증을 걱정하는 소중한 딸이 친구를 죽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매번 요구한 장소에 돈을 놓아두던 지수는 이를 수거해 가던 민아를 뒤쫓아 갔습니다. 그 장소가 바로 성희의 집이었습니다. 그 집에서 나온 성희를 본 지수는 수현을 죽인 것이 딸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딸을 믿지 못해 수현을 암매장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협박하는 성희로 인해 모든 것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딸을 믿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자책이 곧 죽음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차마 딸에게 너무 수현이를 죽였냐고 물어볼 자신이 없었던 지수는 스스로 지옥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혹시라도 하빈이 수현일 죽였다면 그 사실을 감당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하빈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태수는 빨리 지수가 숨겼을 현장 CCTV 파일을 찾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하빈은 분노했습니다. "그 여자만 잡으면 죄책감에서 해방될거 같아"라며 분노한 하빈은 "아빠가 죽인거야"라며 질타했습니다.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하면 김성희 그 여자 잡지 마"라는 말을 남기고 나가버립니다. 분노한 딸이 어떤 짓을 벌일지 태수는 알고 있습니다. 격정적인 그 아이가 엄마를 죽인 자를 그대로 놔둘 가능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빈은 도윤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습니다.
경찰서는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빈이 도윤을 데려간 것에 대한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홍은 죄도 없는 아이를 왜 데려갔냐며 불안해했고, 그렇게 왁자지껄한 상황 속에 하빈은 홀로 경찰서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하빈이 도윤을 의도적으로 데려간 것은 형사들을 밖으로 빼내기 위함이었습니다. 도윤의 실종은 당연하게 큰 사건이 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성희에 대한 취조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정교하게 노린 하빈은 그렇게 경찰서로 향했고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태수의 외침이 들려왔고, 다급하게 성희를 쫓아가는 하빈을 붙잡는 아버지는 딸을 막아야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하빈이 보다 적극적으로 성희를 죽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더는 그 행위를 할 수 없을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딸의 칼을 손으로 잡은 태수는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은 하빈을 차분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피는 하준의 죽음과 연결되고, 그건 현재의 하빈을 만든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피는 중요한 매개이기도 합니다.
"내가 괴물이라서 버린 거잖아"라며 울먹이는 하빈은 진심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분노는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태수는 그런 딸에게 "버린 게 아니라 도망쳤어. 내 속에 있는 그 의심 확인하는 게 무서워서"라고 했습니다.
지수처럼 태수도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습니다. 자기 딸에게 살인했냐고 쉽게 물을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딸을 아끼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할 수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가족 간에도 신뢰가 중요한데 그 질문은 금기를 깨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네가 정말 하준이 죽였어"라는 태수에게 하빈은 "내가 안 죽였어"라는 딸의 모습은 그 긴 시간 동안 둘 사이를 밀어냈던 의심을 삽시간에 씻어내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 질문을 하며 울먹이는 태수의 눈빛과 이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 행복해 보이는 울먹이는 하빈의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알아. 아빠가 너무 늦게 물어봐서 미안해"라며 딸을 안고 오열하는 태수의 눈물은 하빈에게도 모든 고통을 씻어내는 치유이기도 했습니다. 성희 범죄는 영민의 대포폰에서 삭제된 영상을 복원하며 명확해졌습니다. 수현이 죽은 시점 하빈이 폐공장에 들어오는 상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준태가 민아 사망 이유가 약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는 숨기지 않고 사실을 경찰에 밝혔습니다. 민아를 아들이 죽였다고 생각해 유기했던 준태의 아버지 두철은 이송되며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이 보내고 싶었던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를 읽으며 오열하는 준태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준태에게도 아버지는 친밀한 배신자였습니다. 가장 믿었던 아버지가 살인자가 되어버린 현실에 준태가 겪었을 상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엄마 성희의 악행을 모두 목격한 도윤도 친밀한 배신자를 둔 피해자였습니다. 그의 목격은 성희의 범죄를 명확하게 해주는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사건이 정리된 후 태수와 하빈은 집에 함께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며 하빈은 "나도 성희 같은 사람 아닐까?"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성희가 자신의 아들을 이용한 것처럼 자신도 엄마 혹은 누군가를 이용하는 악마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의 표시였습니다. 그런 딸에게 아빠는 "네 옆에 있을게.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 때까지"라는 태수의 말은 하빈에게는 든든함으로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태수는 사표를 냈습니다. 사건이 정리되었으니 다시 생각해 보라는 정환에게 경찰로서 선을 넘는 순간 이미 각오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짐 정리를 하고 나서는 태수를 위해 팀원들은 회식을 언급합니다. 거부하고 나서던 태수는 다시 돌아와 "나중에 소주나 한 잔 합시다"라는 말로 마음을 열었습니다.
딸 때문에 집에 가봐야 한다는 태수는 케이크를 앞에 두고 딸이 불을 끄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태수는 하빈에게 축하한다며 선물을 건넸습니다. 하빈에게 준 선물은 손목시계였습니다. 왜 시계냐는 질문에 태수는 "그냥"이라고 답할 뿐이었습니다. 긴 식탁 중간에 앉은 태수는 그렇게 다정하게 딸과 식사를 했습니다.
밝아진 집은 하빈에게 친구가 생겼고, 그 친구 수현이 처음으로 초대받았던 때와 같습니다. 환한 집에 지수는 꽃을 꽃병에 담으며 행복해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지수가 준비했던 꽃은 그들의 집에 존재합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간 모습은 해피엔딩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기호였습니다.
오손 웰스의 명작 '시민케인'은 영상 문법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영화에서도 동일한 목적으로 사용한 긴 식탁을 통해, 부녀 사이의 마음의 거리를 보여줬습니다. 그런 초반 분위기와 달리, 마지막에 태수는 하빈 곁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이들의 관계가 회복되었음을 알려줬죠.
마지막 장면은 태수가 선물한 시계 초침 소리에 이어 꽃이 흩날리는 집 전경을 담으며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선물한 시계의 의미가 명확해지는 부분입니다. 시계는 약속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믿음의 근원이 됩니다. 그리고 시계가 12시에서 시작되는 장면을 담은 것은 태수가 다시는 하빈을 의심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의심에서 시작되어 벌어진 사건들은 그렇게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지만, 더욱 단단해진 관계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내용과 무관한 좋아하는 문구를 제목으로 삼았다고 언급했지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의미도 분명하게 담아냈습니다.
등장인물들 사이에 친밀한 배신자들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가장 친밀한 배신자는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시작된 '의심'이었습니다. 드라마의 제목이 언급하는 것은 주제이기도 한 '의심'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는 점에서 완벽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송연화 피디의 섬세한 연출과 한아영 작가의 촘촘한 필력,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걸작을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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