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4회에서 나온 도시괴담급 이야기들의 서사가 이번 회차들에서 모두 풀렸습니다. 그들 각각의 서사와 함께 왜 중환자실에 있어야만 했는지도 드러났습니다. 결국 조명가게는 생가 사 사이에 갇힌 이들이 찾는 곳임이 명확해졌습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그들은 과연 누군지 모호한 상황에서 몇몇은 중환자실에 누운 환자라는 것까지 지난 4회에서 전개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서사가 5회와 6회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전 회차에서 등장했던 이들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현민과 지영은 연인이었고 결혼까지 결심한 관계였습니다. 지영은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현민 어머니는 그런 이유로 아들과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지영으로서는 현민 어머니의 말에 반박할 수도 없었습니다. 사랑하지만 그래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아무것도 모르는 현민은 지영 집으로 가겠다고 문자를 보냅니다. 말리고 싶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집으로 온다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현민은 지영에게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려 했지만 놓쳤고, 버스를 선택했습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당연하게도 현민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니, 지영도 이후 문제의 버스에 타게 될 이들의 운명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사고였습니다.
선해와 혜원은 연인이었습니다. 혜원은 조명가게를 가기 위해 꼭 가야만 하는 골목길을 서성이는 머리카락이 긴 거인이 되는 인물입니다. 선해보다 나이 많은 혜원은 자신들의 사랑이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랑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죠.
선해는 혜원을 엄마처럼 보는 것이 싫었습니다. 연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를 거부하는 혜원을 보면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선해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혜원의 행동이 오히려 너무 사랑해 화가 난 것이었습니다.
현주와 유희는 너무 다정한 모녀였습니다. 학교와 가까워 엄마 유희는 항상 딸 현주를 마중 나가고는 했습니다. 하필 그날 비도 오는데 엄마는 딸을 배웅 나가며 차를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그저 엄마가 마중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현주는 자신에게 건넨 우산을 거부하고 엄마와 함께 딱 붙어 쓰고 있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362번 버스 운전기사인 승원은 차량 문제를 회사에 알렸습니다.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고 운행을 중단하려 했지만, 회사는 운행 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비도 내리던 그날 찝찝함을 안고 운행을 시작한 승원은 차례대로 이들을 태웠습니다.
선해와 혜원, 현민, 지웅 그리고 현주와 유희 모녀까지 태운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현주 모녀를 지나쳐 버스가 가자, 현주가 뛰어가 버스를 잡은 것이었죠. 엄마를 위해 빨리 집에 가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그게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되었다는 사실은 씁쓸함으로 다가옵니다.
현주는 차 안에서 두 여성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둘 모두 빨간 구두를 신고 있음을 보고 엄마에게 신호를 보냈죠. 현주는 두 사람이 연인이라 생각했고, 엄마 유희는 나무랐습니다. 상대에게 실례되는 행동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지영은 사랑하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말에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습니다. 지영이 왜 집 주변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잘 달리던 버스는 다리 위에서 갑작스럽게 바퀴가 터지며 흔들리다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버스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카메라 워킹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버스에서 타고 있는 이들이 추락하는 과정에서 붕떠서 움직이는 상황을 슬로모션으로 잡으며 유영하듯 비추는 장면은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몰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지영은 충격적인 이 상황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다리에서 차량이 추락하는 장면을 보자마자 지영은 119에 전화를 했지만, 말을 하지 못해 신고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추락 장소로 뛰어가지만 지영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현민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통화는 되지 않았습니다.
지영은 사고난 차량에 현민이 타고 있음을 직감하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대형 사고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자신에게 이별을 강요했던 현민 어머니를 다시 볼 용기는 없었기 때문이죠. 병원 수술실에서는 다급하게 탑승자들을 수술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버스기사인 승원은 복수가 차서 사망했습니다. 하나둘 수술방에서 나오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모습은 서글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명확하게 갈리는 응급 수술실 밖 상황은 보는 이들도 울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현민이 죽지는 않았지만 어머니는 지영에게 "너 때문에 죽었다"는 식으로 문자를 전달해 현민이 죽었음을 알렸습니다. 물론 죽지 않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지영 때문으로 몰아가고 싶은 어머니의 그 행동은 지영을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갔습니다.
집에서 현민을 따라가기 위해 목을 멘 지영은 죽음 직전 현민 모에게 온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민이 죽지 않았음을 알았지만, 이미 늦어버렸죠. 목을 휘감은 끈을 끊어내기 위해 손톱이 빠질 정도로 애썼지만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영의 손이 돌아가 있는 모습은 그의 마지막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장례를 준비하는 이들은 '3일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는 남겨진 이를 위함이 아닌, 죽었다는 이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며 특정 기간을 기다린다는 말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도 지영을 기억하지 못하던 현민을 멈춰 세운 것은 소리였습니다. 어쩌면 두 사람이 함께 공유하던 신호였을 수 있는 지영이 벤치를 손으로 치는 행위는 이들 관계를 더욱 처량하게 만듭니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서로를 모두 기억하지 못합니다.
흥미롭게도 죽은 자는 산자를 기억하지만, 아직 산자는 죽은 자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런 관계성은 안타깝게 다가올 수밖에 없죠. 선해가 그렇게 사랑했던 혜원을 그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사망한 혜원은 늘 선해 근처에 머물며 그를 지키고 있습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민에게 지영이 할 수 있는 뭘까요? 초반 지영이 갑작스럽게 무기처럼 보일 수 있는 도구를 펼치고, 커다란 트렁크와 피가 연결되며 현민을 죽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죠. 하지만 죽어가는 현민을 구하기 위해 지영이 할 수 있을 했습니다.
현민은 죽어가며 몸이 마치 바람빠진 행사장 인형처럼 무너져갔습니다. 그런 현민을 위해 지영은 수시로 바느질을 했습니다. 데이트를 했던 장소들에서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현민을 수시로 꿰매는 지영의 행동은 실제 현실에서 현민의 생존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담당 의사들마저 의학적으로 사망할 수밖에 없음에도 생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할 정도였습니다. 이미 사망했지만 구천을 떠들며 자신이 사랑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귀신이라니. 감동스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형사는 아이를 잃었습니다. 임신한 아내에게 무한한 사랑을 느꼈던 형사였지만 그에게는 일도 소중하고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사건 현장을 다니던 형사는 아내가 계류유산으로 아이를 잃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4개월 동안 뱃속에 품고 있던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형사는 오토바이 소리에 민감해졌습니다. 그는 누군지 알고 싶었습니다. 아니 본능적으로 형사는 모든 비밀을 풀기 위해 오토바이 맨 상훈이 절실했습니다.
상훈은 귀신을 보는 존재이기도 하고, 죽은 자를 어딘가로 인도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역할은 이후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명가게 주인인 원영은 직접적으로 그들을 돕거나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현주는 집으로 가다 자신을 쫓아오는 듯한 남자를 보고 당황합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현주를 지나쳐 옆집 번호를 누르고 있었죠. 그러면서 이상한 말을 합니다. 내가 여기에 살고 있었냐는 질문은 황당할 수밖에 없죠. 산 자와 죽은 자 경계에 있는 현민은 그렇게 아무 기억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현주의 상태는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건 그 역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런 현주는 현민과 지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더욱 당황스러웠던 것은 현민이 갑자기 무너지듯 쓰러지고, 이를 붙잡은 지영이 내 남자니까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지영이 부러웠던 것은 현주와 엄마 유희는 서로를 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죽은 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를 기억하지만, 반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염을 앞둔 유희는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현주는 현민과 같은 처지로 보인다는 점에서 지영은 부러워했던 것이죠.
현재 지영은 시체 보관소에 있습니다. 지영의 가족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시체 보관소 냉장고에 들어있지만,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이는 지영이 염을 하고 장례를 치르게 되면 현민을 구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지영의 사랑은 지독할 정도로 강하고 애절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현주에게 엄마 유희가 전구를 사오라고 한 것은 삶을 이어가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주가 전구를 사 오지 못한 그날 유희는 염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현주로서는 이게 무슨 일인지, 왜 엄마가 자꾸 자신에게 전구를 사 오도록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해서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는 엄마로서는 딸을 안아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딸을 구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요? 버스가 추락하는 순간 혜원은 선해를 꼭 안았습니다. 그 행동으로 혜원은 사망했지만 선해는 죽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간호사 영지는 산자와 죽은 자 사이의 '어시스트'라고 했습니다. 귀신을 보는 영지는 그렇게 죽은 자를 위로하고, 죽어가는 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 역시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점에서 영지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어시스트라고 언급한 것은 그가 죽어가는 이들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조명가게 원영은 그 경계에 선 자와 귀신들 사이에서 조용하게 관망하는 존재라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뭔가를 해나가고 있는 상훈은 간호사 영지와 유사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지독할 정도로 켜지지 않던 라이터가 켜졌습니다. 오토바이를 추적하다 지친 형사에게 불을 켜진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그리고 그 불빛에 비친 그림자에는 자신의 머리 반이 날아간 것을 보게 됩니다.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상훈이 살아있는 세계를 오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영지와 상훈은 죽어가는 이들에게 삶을 선사해줄 인물로 다가옵니다. 3일이 지나면 영원히 죽을 수밖에 없는 그들이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그들도 깨어나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제 마지막 에피소드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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