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작가의 원작 만화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무빙'이 디즈니 플러스 최고의 시청률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치 역시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첫 방송으로 4회 분량의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첫 공개로 4편을 선택한 이유는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들 이야기가 모두 등장하며, 이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엔딩이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이후 전개될 이야기가 무엇이고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예측하게 했다는 점에서도 반가웠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긴머리를 늘어트리고 앉아 있는 여성이 있습니다. 매일 늦은 시간 집에 가던 현민(엄태구)은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매일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에게 말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질문에 그 여성은 "나 알아요"라고 되묻습니다.
그 인연은 결국 비오는 날 그 여인을 집으로 들이면서 시작됩니다. 대학병원 ICU(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영지(박보영)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중환자실은 위급한 환자들만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외부인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습니다.
두꺼운 파커를 입고 솜이불을 덮고도 추워 죽겠다는 남자는 개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잠들지 못하고 헤매던 그가 찾은 곳은 조명가게였습니다. 그 조명가게에는 주인 정원영(주지훈)은 조명을 찾는 이들을 상대하고 있었습니다.
원영에게는 단골 손님인 현주(신은수)가 있습니다. 고등학생은 현주는 매일 집에 가기 전 조명가게를 찾아 엄마가 사 오라는 전구를 사가고는 합니다. 조명가게를 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긴 골목길을 지나가야만 합니다.
친구들은 그 골목 끝에서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친구들 속에 현주도 끼어있기는 하지만 서로가 대화를 하거나 알아보고 있지 않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야자를 하던 와중에 학교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는 말을 합니다.
분명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좀처럼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라는 이야기는 현주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주만 바라보는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여름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도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명가게를 가는 과정에서도 현주는 열심히 이야기를 하지만 아이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듯 행동합니다.
현주는 조명가게가 좋고 주인인 원영이 친근합니다. 현주가 오면 항상 사탕을 까주는 원영의 행동이 불만이기는 합니다. 아이가 아닌데 아이 다루듯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현주는 미아 방지 목걸이를 하고 다닙니다. 아버지가 준 선물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이상하기만 하죠.
원영은 현주에게 낯선 사람들 이야기를 해줍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낯선 사람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정원의 말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다가오기만 합니다. 그런 원영의 모습은 젊고 매력적인 것과 달리, 그는 나이 많은 노인이었습니다. 나이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운 정도로 늙은 그는 누구일까요?
조명가게로 가기 위해서는 골목을 지나야 하는데 그곳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습니다. 그런 그 집에 선해(김민하)가 이사옵니다.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들어온 그 집에서 부동산업자는 닫힌 방은 열지 말라고 합니다. 그게 입주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선해는 조용하다는 이유로 그집에 들어왔고, 저녁에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조용하던 골목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가 있습니다. 남학생 지웅(김기해)은 골목을 지나가며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크게 부르며 불안을 쫓아내기 위해 여념이 없었습니다.
항상 그 골목을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던 지웅은 갑작스럽게 한집에서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선해는 매번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거슬리기 시작했고, 그래서 지웅이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순간 문을 열고 이야기를 건네봅니다.
선해가 창문을 연 곳은 절대 열지 말라고 했던 방이었습니다. 선해가 그 약속을 깨고 열게 된 것은 자꾸 정전이 되는 상황에 유독 그곳에서만 환하게 빛이 나는 것을 보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죠. 지웅은 자신을 부르는 선해를 보고 기겁해서 정신없이 뛰어갑니다. 왜 그런지 선해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아파트에서 노크 소리만으로도 히스테리를 부리는 여성은 분노해 오열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인 그 여성은 살짝 열린 문으로 눈만 빛나는 남성을 보게 됩니다. 천호동 빌라 3층에서 여자가 질식사 방화로 발견됩니다.
외로운 노인은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형사(배성우)는 현장을 보면서 급성 심근경색 사망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리모컨의 위치만으로도 이상함을 감지합니다. 형사가 중국집을 찾아다닌 이유는 노인의 얼굴에 있는 검은 점은 점이 아니라 짜장이었습니다.
형사는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지만 완결하지 않고, 의심하기만 합니다. 완결시키지 않는 바람에 형사는 제대로 진급도 하지 못하죠. 그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었고 그런 이유로 집요할 정도로 사건에 집착합니다. 아무리 주변 중국집을 찾아다녀도 배달을 가거나 한 이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포기하려던 순간 짜장면을 파는 국숫집에 들어섭니다. 그곳에서 짜장면을 팔고 있음을 알고 형사는 슬쩍 성내동 할아버지를 언급합니다. 배달을 갔다는 주인 상훈(김대명)의 말에 형사는 범인이라 확신했습니다.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갔네"라는 말로 밀어붙입니다.
형사는 현장에서 철가방 흔적을 봤습니다. 여기에 검버섯이라 생각했던 노인의 얼굴에서 짜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상훈이 범인이라 확신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자연사로 꾸밀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웃으며 죽은 노인의 모습은 더욱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상황에 상훈 주변에서 감시하던 사이 도망치는 여성을 추격하는 오토바이 탄 남성을 막아세웁니다. 그건 상훈이었습니다. 형사는 상훈이 범인이라 확신했지만 도망치던 여성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여성은 이미 사망한 천호동 빌라 방화사건의 피해자였기 때문입니다.
상훈도 형사가 귀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형사는 조명가게를 찾습니다. 상훈을 추격하다 놓쳐서 그곳에 왔다는 형사와 그를 바라보는 원영의 표정이 미묘합니다. 그 조명가게에는 커다란 트렁크를 가지고 온 여성이 있었습니다.
트렁크에서 떨어지는 피는 바닥에 흔적을 남겼고, 눈썰미가 좋은 형사는 불러 세웁니다. 형사의 의심에 지영(김설현)은 몸이 안 좋다고 합니다. 그런 지영의 말에 당황하는 것은 형사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영의 트렁크에는 뭐가 있는 것일까요? 현민의 집에서 그가 흉기를 꺼내들었다는 것을 보면 살해했다고 추측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현빈을 트렁크에 넣어 그렇게 배회하는 것인지도 의아합니다. 간호사 지영은 출근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남성을 보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말을 거는 지영에게 오히려 상대가 놀라는 것도 의아하죠. 신화운수 운전수라는 그 남성은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났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울기 시작하는 승원(박혁권)으로 인해 엘리베이터는 삽시간에 물로 가득 찼습니다.
영지는 귀신을 볼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과거 사고로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영지는 파트장이 코마 상태였던 자신의 귀에 이어폰을 끼어주며 들려준 음악 때문인지 모르지만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파트장을 따라 간호사가 된 그는 자신처럼 혼수상태의 환자에게 노래를 들려줍니다.
공교롭게 그 노래는 남학생 지웅이 부르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었습니다. 이 노래가 선택된 것은 우연일 수는 없습니다. 이들을 연결하는 중요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선후의 문제일 뿐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조명가게는 생과 사를 오가는 이들이 드나드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조명가게로 가기 위해 지나쳐야 하는 그 골목은 생과 사의 기로에 선 이들이 건너는 길입니다. 죽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길목에 조명가게가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낯선 사람들은 바로 죽은 이들을 언급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골목에서 현주가 비 맞고 걷는 머리가 긴 여성 혜원(김선화)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기괴한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이 여성이 갑작스럽게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카락이 길어지기 시작하더니, 키까지 엄청나게 커집니다. 이 모습을 보다 현주는 원영의 말을 기억해 냈습니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낯선 사람들과 마주했을 때는 모르는 척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애써 모른척하고 조명가게를 향해 뛰어가고, 빨간 구두를 신은 여성은 발목이 꺽인 채 현주를 따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런 빨간구두를 본 원영은 현주에게 빨리 집으로 가라고 보낸 후 항상 쓰던 선글라스를 벗고 거대해진 여성을 보자 뒤돌아 돌아갑니다. 영원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귀신을 보는 영지는 알코올 중독 환자도 자신과 같은 섬망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도 누군가를 보고 있었고, 그런 상황이 두려워 술을 마신 것이었죠. 그리고 병원에서 뭔가를 찾던 남성은 사경을 헤매던 환자였습니다.
사채 빚으로 생매장당했던 남성은 그렇게 사경을 헤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영지가 끼워준 이어폰의 노래는 그를 살려낼 수 있을까요? 현주 어머니 유희(이정은)는 왜 매일 전구를 사 오라고 했을까요? 빨간 구두 귀신에게 놀라 도망친 현주는 그날 전구를 사 오지 못했습니다.
전구를 사 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딸을 꼭 안아주는 유희는 앞서 등장한 장례를 치르기 전 염을 받기 위해 놓여 있던 시체였습니다. 그 전구는 이생에서 생명을 연결해주는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현주가 전구를 사오지 못하자, 꽃으로 장식된 관이 준비된 것을 보면 더욱 명료해 보이죠.
현주는 살아있을까요? 영원처럼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 사망한 모습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어린 딸을 보내고 서럽게 살아가던 유희는 그렇게 딸과 함께 하고 싶어 조명가게에서 전구를 사 오도록 시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웅 역시 자신이 영원히 그 골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그런 지웅이 골목 끝에 서 있는 현주를 봤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역으로 현주가 귀신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문제의 집에서 나오지 못해 구해달라는 선해의 외침 역시 코마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행동일 겁니다.
지웅이 기겁했던 이유는 누구도 살지 않은 집이라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선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선해를 뒤에서 껴안고 있었던 빨간구두 혜원을 봤기 때문이었죠.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훈은 구천을 떠도는 귀신들을 잡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죽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죽음의 신일까요? 그것도 궁금해집니다.
4회까지 등장했던 출연자들은 모두 중환자실에서 코마상태로 누워있는 환자들이었습니다. 이 장면이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예측도 가능한 상황들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5회부터 시작될 이들의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죽은 것이 아닌 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명가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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