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헤어져야만 했을까? 모든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합니다. 영원한 짝을 만났고 그 관계가 탄탄하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들도 언제나는 따로 갈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까지 동일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우연이지만 필연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재회는 그들이 다니던 고등학교였습니다. 이사장과 교사로 재회한 이들은 보는 순간 티격거렸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하게 된 회식 자리에서 폭탄선언을 하고 맙니다. 과거에는 기말고사를 두고 내기를 하더니, 이번에는 몇 년 동안 꽃을 피우지 못하는 나무를 두고 선택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간밤에 있었던 일이 어느새 학교 전체에 퍼지며 아이들까지 관심을 두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사귀기 바라는 이들의 응원까지 더해지며, 이들의 두 번째 내기는 둘 만의 이야기가 아닌 학교 전체가 주목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학교가 떠들썩한 상황에서 지혜가 이사장인 지원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고백을 합니다. 과거부터 좋아했었다고 말이죠. 너무 급작스러운 고백인데,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위기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혜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원을 짝사랑했습니다.
그런 지원을 친구이자 동명이인인 지원과 사귀게 되었다는 사실을 뜬금없는 순간 듣게 되며, 그는 좌절과 함께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짓을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기말고사를 두고 내기를 하던 현장에 있었던 지혜는 이번에도 둘이 사귈지 말지를 두고 벌이는 내기를 언급하는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과거에는 지원의 절친으로, 지금은 학교 동료교사라는 입장이 더 큰 상태로 목격자가 되었습니다. 지혜는 과거처럼 이번에도 둘이 다시 사귀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조바심으로 인해 지원을 찾아 고백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했습니다.
윤지원이 지원과 사귄 것은 3개월 뿐이라는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힘겨워한 지원 곁에 있었으면서도 사랑에 눈이 먼 지혜는 거짓말로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행동들에 쉽게 흔들릴 관계라면 인연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을 겁니다.
이사장 취임식이 필요없다는 지원과 꼭 성대하게 해야 한다는 아버지 경태로 인해 학교는 정신이 없습니다. 경태는 쫓겨나듯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에 대한 반발심이 강한 그로서는 아들이 성대한 취임식을 통해 자신들이 돌아왔음을 증명하고 싶어 합니다.
교장이 되고 싶은 교감은 회장님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철저하게 준비하라 지시합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책임자로 몰리게 된 것은 체육교사인 지원입니다. 다른 교과와 달리,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체육교사가 하는 것이 옳다는 교감의 생각은 지원을 우울하게 할 뿐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말을 함께 듣게 된 이사장으로서도 난감하기만 합니다. 비록 서로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별하게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를 사랑합니다. 비록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어린아이들이 투정 부리듯 행동할 뿐입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아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은 저수지는 두 지원에게는 중요하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장소입니다. 낚시터로 사용되기도 하는 그곳에 교사가 된 지원이 후배가 될 수도 있는 교생 문수와 함께 찾았습니다.
지원이 굳이 그곳을 간 이유는 교감에 대한 작은 복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체육교사라는 이유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은 지시를 너무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회의가 있어 망고라도 사놓는 것이 좋다며 심부름을 시키자, 과일가게에서 100만 원에 달할 정도의 과일을 구매해 버렸습니다.
학교에서 돌아가던 이사장 지원도 그 장소를 지나가며 추억에 빠졌습니다. 귀신이 나온다는 말로 비서를 당황시켰지만, 그보다 더 강렬하게 남겨진 기억은 사랑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고백했던 지원을 지원은 애들 앞에서 삭발하게 생겼다며, 받아줬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달달한 로맨스를 이어갔습니다. 마침 방학을 맞이한 이들은 바닷가로 놀러 가 행복한 기억들을 만들었고, 문제의 귀신이 나온다는 낚시터에서는 둘만의 첫 키스를 나눈 장소가 되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봐왔던 두 사람이 성장하고 연인이 되어 키스를 한다는 사실이 뭔지 모르게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석지원은 진심을 다해 눈부터 감고 전진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윤지원은 기분이 이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꾸 웃는 지원으로 인해 맘이 상하기도 했던 지원은 웃는 그에게 갑작스럽게 키스를 합니다. 준비보다는 상대가 생각하지 못한 순간 다가온 키스는 둘만의 달콤한 첫 키스였습니다. 한없이 행복할 것만 같았던 둘 사이는 작은 것들로 싸우기도 했습니다.
약속시간에 축구 때문에 늦었다는 지원 때문에 "다신 연락하지 마"라는 말을 쏟아내고서도 자기 방에서 지원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 역시 사랑이었습니다. 연락하지 말라고 해서 직접 왔다는 지원에게 더는 화낼 수도 없는 지원은 행복했습니다.
지원이 고백하기 전 후배의 제안으로 서울에 가는 것으로 알고 있던 와중에 비가 오니 어디도 가지 말라는 말로 막아보는 석지원의 시각에서 윤지원은 차갑고 냉정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상황에 윤지원의 시각으로 본 그날의 마음은 달랐습니다.
석지원의 이 말 한마디가 가슴을 흔드는 발언이었고, 말도 조금 더듬을 정도로 강렬하게 들어왔습니다. 윤지원은 석지원이 생각날 때마다 수첩에 바를 정자로 숫자를 작성할 정도였습니다. 그 수첩에 엄청 많은 숫자는 윤지원이 석지원이 고백하기 전부터 사랑해 왔음을 알게 합니다.
이들이 헤어지게 되는 순간은 개학을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가려던 지원은 지혜를 만나 그의 강권으로 아이들이 있는 개울로 끌려갑니다. 그곳에는 친구들이 캠핑을 하고 있었죠. 당연히 그곳에는 지원도 함께였습니다.
라면을 가져오기로 했던 지원이 김치만 가져오는 바람에 의도하지 않게 두 지원이 심부름을 가게 되죠. 아이들이 안 보이는 곳에 이르자 손을 잡고 행복해하는 비밀 연애를 하는 이들은 이런 순간들마저 짜릿하기만 했습니다.
문제는 라면을 사 오는 사이 석지원 앞에 어떤 여학생이 수줍게 선물을 주며 사랑 고백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부터입니다.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싫지 않은 석지원의 모습에 윤지원은 마음이 상했습니다. 연인이 있는데 단호하게 이를 거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며 이제 1학년인데 어떻게 차갑게 이야기할 수 있냐는 석지원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은 윤지원이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욱해서 욕이 나오는 상황은 이들에게 다시 멀어지게 만든 이유가 되었습니다.
울며 집으로 오던 윤지원은 구급차 소리에 놀랍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집에서 나온 이는 석지원과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구급차에 실려가는 와중에 지원의 휴대폰이 떨어졌고, 그렇게 구급차에 의해 망가져버린 전화는 이들의 단절을 예고했고, 확신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석지원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원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망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서울로 갔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연락이라도 올 거라 생각했지만 지원에게는 전화조차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원을 그리워하고 울며 잠든 그날 윤지원은 열병이 나서 병원에 실려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하필 그렇게 병원에 실려간 날 기다리던 전화가 왔습니다.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던 석지원은 겨우 휴대전화를 산 후에야 연락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받지 않는 전화로 인해 힘들기만 했습니다. 두 사람은 약속을 했죠. 첫눈이 오는 날 서울타워에서 보자는 지원은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헤어졌을 때 행동강령이었지만, 그곳에 지원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날 석지원은 윤지원을 보기 위해 용기 내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빨간 목도리와 천 마리의 학을 서로 주기로 했던 약속을 생각해, 서툴지만 자신이 직접 뜬 빨간 목도리를 가지고 윤지원의 집으로 향합니다.
싸우고 헤어진 후 세 번의 작은 돌멩이로 지원의 방 창문을 두드리는 것이 둘 만의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던져도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그들은 그렇게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석지원은 자신이 직접 뜬 빨간 목도리를 쓰레기 버리는 곳에 던져버렸습니다.
서울까지 가서 지원을 기다렸던 윤지원은 다시 열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지원이 아파다는 말에 집을 찾은 지혜는 비밀을 알게 됩니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에서 지혜에게 그동안 비밀로 해왔던 연애를 토로했죠. 그리고 연락되지 않은 석지원에 대한 그리움을 울면서 털어놨습니다.
지쳐 쓰러져 잠든 지원에게 석지원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이 번호로 전화 달라는 지원의 문자에 지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연락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휴대폰 전원까지 꺼버렸습니다. 석지원으로서는 윤지원이 자신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윤지원으로서는 자신이 몸살을 앓을 정도로 지독한 사랑의 열병에 시달렸음에도 끝내 석지원은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더는 연락을 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고, 원수처럼 18년 만에 학교에서 재회했습니다.
지혜가 18년 동안 그들의 관계를 끊어놨지만, 영원할 수는 없었습니다. 낚시터에서 다시 싸운 후 문수와 맥주를 마시고 돌아가려던 지원은 물에 빠지고 맙니다. 나무가 무너지며 물에 빠진 것이죠. 놀란 문수가 어쩔 줄 몰라하다 물에 뛰어들려고 했지만, 돌아서 가던 지원이 더 빨랐습니다.
풍성 소리와 함께 기계적으로 움직인 지원은 앞뒤 생각하지 않고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깊게 빠져들던, 지원을 향해 지원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지혜의 행동은 오히려 석지원에게 윤지원에 대한 감정을 더는 숨길 수 없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12부작 중 3회가 마무리되었지만, 제법 빠른 속도로 이들의 굴곡진 사랑을 따르게 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은 모든 오해를 어떻게 풀어내고 다시 사랑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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