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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음과 이나영이 남자로 변신해 재미를 선사한 캐릭터 황정남과 이나봉은 시트콤이기에 가능했던 출중한 재미였습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에서 그 둘의 등장은 재미와 함께 묘한 연결점을 잡아주며 '지붕킥' 마니아들에게는 잊지 못할 에피소드들로 남을 듯 합니다. 그들의 장기인 영화 패러디의 절묘한 결합 역시 놓칠 수없는 즐거움이었지요.
황정남과 이나봉의 미학
이 두여인의 코믹 역사가 쓰여지는 계기는 각자 다르지만 시청자들을 향한 그들의 모습은 시트콤 역사에 길이 남을 특별함이었습니다.
황정남은 자신에게 누나 소리를 안하는 준혁을 혼내주고 싶었던 정음이 만들어낸 상상의 인물이었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준혁에게 겁을 주기 위해 키도 크고 싸움도 잘하는 황정남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기한번 꺽어보겠다고 시작했던 정음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한번 만나보자는 준혁의 기세에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생각해낸 것은 변장이었습니다. 예비군복에 나무다리를 달아 키를 키우고 남자의 이미지를 주기위해 콧수염을 붙인 정음의 모습은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던 준혁으로 인해 친구들의 도움으로 일어서지도 못한채 준비한 광수의 목소리만 트는 정음. 처음부터 강하게 나오는 황정남에게 기분이 상한 준혁은 따지기 시작합니다.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정음은 계속해서 "됐고!"만 반복해서 틀어대고 마침 스프링쿨러는 정음의 분장마저 망쳐놓습니다. 그렇게 황정남의 변신은 망신창이로 끝나고 맙니다.
자신이 시작한 기싸움에 변변한 공격한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채 준혁에게 흠만 잡히고만 정음으로서는 잊고 싶은 기억이지만 그런 황봉남으로 인해 정음은 '지붕킥'의 최고 캐릭터로 거듭날 수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이나봉은 자신의 목적인 지훈에게 당당하게 접근을 하지요. 과거 애인인 지훈을 보기위한 나영의 행동은 정음과는 달랐습니다. 정음이 스스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일방적인 대사만 무한 반복을 했다면, 나봉은 상대방에게 말도 안되는 가상의 인물을 들이대며 당황스럽게 합니다.
공격자로서 정음의 어수룩함을 넘어서는 현명한 공격이 아닐 수없지요. 이름마저도 당황스러운 "절봉이"라고 부르는 나봉이의 출현은 지훈으로서는 당혹감으로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남의 "됐고"가 단절을 향한 절규였다면 나봉이 "됐고"는 지훈의 기억을 정지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설정을 들이밀었던 이유도 그의 기억에 혼란을 주기위함이었으니 나봉의 남장은 현명했으며, 그런 남장한 여자들의 대표발언이 되어버린 "됐고"는 효과적인 도구로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 어수룩하지만 훌륭했던 역할로 인해 지훈이 간직하고 있는 옛사랑의 기억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리게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쉽게 잊을 수없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연인보다 자세하게 기억할 수없는 가슴속에만 남겨진 사랑. 그런 쉽지 않은 사랑을 깨우는 나봉이의 사랑은 특별해 보였습니다.
치유의 약이기도 하고, 기억을 되살리는 약이기도 한 술에 온몸을 맡기고 난 후에야 겨우 과거의 기억을 타인에게 이야기할 정도로 지훈의 마음은 많이 아파있었습니다. 그녀들의 남장은 정음이 준혁을 혼내기위한 단편적인 이유였다면, 나봉이는 지훈을 가까운 곳에서 마지막으로 바라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여기에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지훈의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아닌 정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복합적인 결론을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정음과 나영의 남장 변신의 승패를 가늠해볼 수있는 대목은 화장실에서 조우한 이나영과 황정음이었지요. 변장을 지우는 과정을 목격한 정음을 향해 조용히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는 이나영의 모습에 놀란 정음은 만감이 교차할 뿐입니다. 노련한 나영의 완승은 당연했지요.
러브레터로 승화된 패러디의 미학
목적은 달랐지만 그들의 상대를 속이기 위한 방법으로 공통적으로 변장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여자에게 가장 적합한 변장은 눈밑에 점을 찍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성을 뒤집는 행위가 가장 훌륭한 변장임을 깨닫게 합니다. 그렇게 성을 바꾸는 행위에서 우린 여자가 남자를 바라보는 속성을 알 수있었습니다. 남자를 특징할 수있는 콧수염으로 상징되는 외모와 굵고 거친 목소리로 대변되는 "됐고"였습니다.
"됐고"는 상대의 말을 끊어버리는 단절의 호통이었습니다. 더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는 이 발언을 선택한 그녀들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사회속 남자의 모습으로 볼 수있습니다. 사회적 지위에서 앞서있는 남성은 여성에게는 그런 존재였던 셈이지요.
무슨 일이든 "됐고"로 일갈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위압감보다는 남자라는 사회적 지위가 가져다준 비정함만을 느꼈을 듯 합니다. 원할한 소통을 강하게 거부하는 그 단어는 자주 접하는 장면들입니다. "됐고"는 상대방의 주장을 막아서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때 사용됩니다. 이런식의 대화법은 사회에서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많을 수밖에는 없었지요.
그런 절묘하면서도 즐거운 유희를 선사하는 '지붕킥'의 센스는 여전합니다. 황정남의 코믹함을 나봉이라는 캐릭터로 승화시켜 지훈의 과거속 기억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재미와 함께 황정남과 나봉이를 적절하게 연결함으로서, 시청자들의 기억속 절대적인 재미를 승화시키는 재능은 '재미와 감동'을 어떤식으로 조절할 수있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정음이 자신을 능가하는 나봉이의 변신을 목격한 후 지훈의 방에서 과거 사진을 보는 장면에서 사용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영화의 패러디이기도 했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를 보면 이번 에피소드의 숨은 뜻과 영화 패러디의 정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있습니다.
자신의 숨진 애인의 2주기 추모식을 마치고 졸업앨범에서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연인을 위한 그녀의 행동이 의외의 깨닭음을 느끼게 했던건 동명이인의 자신과 닮은 여인이 있었음을 발견하고 부터이지요. 자신이 잊을 수없었던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그가 잊을 수없는 첫 사랑과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남자의 잊을 수없는 사랑 후지이는 '와타나베 히로코'로 인해 잊혀져갔던 과거의 첫사랑을 기억해내고 추억을 더듬게 됩니다. 그와의 만남들과 자주 만났던 장소들을 찾던 그녀는 도서관에서 의외의 발견을 하게되지요. 자신과 동명이인이자 사랑했던 단 하나의 존재의 가치를 말이지요.
어린 후배들이 후지이에게 책 한권을 전해줍니다. 바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지요. 생뚱한 그들의 모습에 당황한 그녀. 그런 그녀에게 마지막 장을 열어보라 합니다. 그곳에는 자신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대출 열람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려본 뒷 면에는 자신의 얼굴이 그려져있음을 발견하곤 가물거리기만 했던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후배들에게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은 신기한 인물이었습니다. 대출 열람표에 두번씩 적혀있는 그 이름이 장난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발견한 그림으로 모든 비밀은 밝혀진 것이지요. 결코 잊을 수없는 첫 사랑의 흔적을 남겨둔, 이젠 이세상에 없는 잊지 못할 남자 '후지이 이츠키'의 사랑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러브레터>에 대한 패러디가 탁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동명이인과 닮은 얼굴. 시트콤인 '지붕킥'에서는 말도 안되는 '나봉'이와 '절봉'이로 닮은 얼굴은 황정남과 이나봉의 남장으로 연결시키며 기존의 내용과 새로운 패러디를 적절하게 결합해내 '지붕킥'의 내용에 절묘하게 섞일 수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프루스트의 책 속에서 지훈과 나영의 과거 행복했던 사진을 발견하는 정음과 자신을 그린 첫사랑의 흔적을 확인한 후지이의 모습은 절묘한 매치업을 보여줍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을 차용하면서도 다른 느낌들을 전달함으로서 패러디의 한계를 뛰어넘는 탁월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소도구와 주제들을 자신의 내용속으로 차용해 새로움으로 창조하는 '지붕킥'의 능력은 대단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11년전 영화속 의미들을 끄집어내어 단순한 코믹 캐릭터였던 황정남을 다시 불러내고, 이나영의 나봉이를 특별함으로 만든 85회의 재미는 '지붕킥' 최고의 에피소드로 기억되어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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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남과 이나봉의 미학
이 두여인의 코믹 역사가 쓰여지는 계기는 각자 다르지만 시청자들을 향한 그들의 모습은 시트콤 역사에 길이 남을 특별함이었습니다.
황정남은 자신에게 누나 소리를 안하는 준혁을 혼내주고 싶었던 정음이 만들어낸 상상의 인물이었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준혁에게 겁을 주기 위해 키도 크고 싸움도 잘하는 황정남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기한번 꺽어보겠다고 시작했던 정음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한번 만나보자는 준혁의 기세에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생각해낸 것은 변장이었습니다. 예비군복에 나무다리를 달아 키를 키우고 남자의 이미지를 주기위해 콧수염을 붙인 정음의 모습은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던 준혁으로 인해 친구들의 도움으로 일어서지도 못한채 준비한 광수의 목소리만 트는 정음. 처음부터 강하게 나오는 황정남에게 기분이 상한 준혁은 따지기 시작합니다.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정음은 계속해서 "됐고!"만 반복해서 틀어대고 마침 스프링쿨러는 정음의 분장마저 망쳐놓습니다. 그렇게 황정남의 변신은 망신창이로 끝나고 맙니다.
자신이 시작한 기싸움에 변변한 공격한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채 준혁에게 흠만 잡히고만 정음으로서는 잊고 싶은 기억이지만 그런 황봉남으로 인해 정음은 '지붕킥'의 최고 캐릭터로 거듭날 수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이나봉은 자신의 목적인 지훈에게 당당하게 접근을 하지요. 과거 애인인 지훈을 보기위한 나영의 행동은 정음과는 달랐습니다. 정음이 스스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일방적인 대사만 무한 반복을 했다면, 나봉은 상대방에게 말도 안되는 가상의 인물을 들이대며 당황스럽게 합니다.
공격자로서 정음의 어수룩함을 넘어서는 현명한 공격이 아닐 수없지요. 이름마저도 당황스러운 "절봉이"라고 부르는 나봉이의 출현은 지훈으로서는 당혹감으로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남의 "됐고"가 단절을 향한 절규였다면 나봉이 "됐고"는 지훈의 기억을 정지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설정을 들이밀었던 이유도 그의 기억에 혼란을 주기위함이었으니 나봉의 남장은 현명했으며, 그런 남장한 여자들의 대표발언이 되어버린 "됐고"는 효과적인 도구로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 어수룩하지만 훌륭했던 역할로 인해 지훈이 간직하고 있는 옛사랑의 기억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리게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쉽게 잊을 수없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연인보다 자세하게 기억할 수없는 가슴속에만 남겨진 사랑. 그런 쉽지 않은 사랑을 깨우는 나봉이의 사랑은 특별해 보였습니다.
치유의 약이기도 하고, 기억을 되살리는 약이기도 한 술에 온몸을 맡기고 난 후에야 겨우 과거의 기억을 타인에게 이야기할 정도로 지훈의 마음은 많이 아파있었습니다. 그녀들의 남장은 정음이 준혁을 혼내기위한 단편적인 이유였다면, 나봉이는 지훈을 가까운 곳에서 마지막으로 바라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여기에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지훈의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아닌 정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복합적인 결론을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정음과 나영의 남장 변신의 승패를 가늠해볼 수있는 대목은 화장실에서 조우한 이나영과 황정음이었지요. 변장을 지우는 과정을 목격한 정음을 향해 조용히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는 이나영의 모습에 놀란 정음은 만감이 교차할 뿐입니다. 노련한 나영의 완승은 당연했지요.
러브레터로 승화된 패러디의 미학
목적은 달랐지만 그들의 상대를 속이기 위한 방법으로 공통적으로 변장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여자에게 가장 적합한 변장은 눈밑에 점을 찍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성을 뒤집는 행위가 가장 훌륭한 변장임을 깨닫게 합니다. 그렇게 성을 바꾸는 행위에서 우린 여자가 남자를 바라보는 속성을 알 수있었습니다. 남자를 특징할 수있는 콧수염으로 상징되는 외모와 굵고 거친 목소리로 대변되는 "됐고"였습니다.
"됐고"는 상대의 말을 끊어버리는 단절의 호통이었습니다. 더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는 이 발언을 선택한 그녀들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사회속 남자의 모습으로 볼 수있습니다. 사회적 지위에서 앞서있는 남성은 여성에게는 그런 존재였던 셈이지요.
무슨 일이든 "됐고"로 일갈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위압감보다는 남자라는 사회적 지위가 가져다준 비정함만을 느꼈을 듯 합니다. 원할한 소통을 강하게 거부하는 그 단어는 자주 접하는 장면들입니다. "됐고"는 상대방의 주장을 막아서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때 사용됩니다. 이런식의 대화법은 사회에서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많을 수밖에는 없었지요.
그런 절묘하면서도 즐거운 유희를 선사하는 '지붕킥'의 센스는 여전합니다. 황정남의 코믹함을 나봉이라는 캐릭터로 승화시켜 지훈의 과거속 기억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재미와 함께 황정남과 나봉이를 적절하게 연결함으로서, 시청자들의 기억속 절대적인 재미를 승화시키는 재능은 '재미와 감동'을 어떤식으로 조절할 수있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정음이 자신을 능가하는 나봉이의 변신을 목격한 후 지훈의 방에서 과거 사진을 보는 장면에서 사용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영화의 패러디이기도 했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를 보면 이번 에피소드의 숨은 뜻과 영화 패러디의 정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있습니다.
자신의 숨진 애인의 2주기 추모식을 마치고 졸업앨범에서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연인을 위한 그녀의 행동이 의외의 깨닭음을 느끼게 했던건 동명이인의 자신과 닮은 여인이 있었음을 발견하고 부터이지요. 자신이 잊을 수없었던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그가 잊을 수없는 첫 사랑과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남자의 잊을 수없는 사랑 후지이는 '와타나베 히로코'로 인해 잊혀져갔던 과거의 첫사랑을 기억해내고 추억을 더듬게 됩니다. 그와의 만남들과 자주 만났던 장소들을 찾던 그녀는 도서관에서 의외의 발견을 하게되지요. 자신과 동명이인이자 사랑했던 단 하나의 존재의 가치를 말이지요.
어린 후배들이 후지이에게 책 한권을 전해줍니다. 바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지요. 생뚱한 그들의 모습에 당황한 그녀. 그런 그녀에게 마지막 장을 열어보라 합니다. 그곳에는 자신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대출 열람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려본 뒷 면에는 자신의 얼굴이 그려져있음을 발견하곤 가물거리기만 했던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후배들에게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은 신기한 인물이었습니다. 대출 열람표에 두번씩 적혀있는 그 이름이 장난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발견한 그림으로 모든 비밀은 밝혀진 것이지요. 결코 잊을 수없는 첫 사랑의 흔적을 남겨둔, 이젠 이세상에 없는 잊지 못할 남자 '후지이 이츠키'의 사랑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러브레터>에 대한 패러디가 탁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동명이인과 닮은 얼굴. 시트콤인 '지붕킥'에서는 말도 안되는 '나봉'이와 '절봉'이로 닮은 얼굴은 황정남과 이나봉의 남장으로 연결시키며 기존의 내용과 새로운 패러디를 적절하게 결합해내 '지붕킥'의 내용에 절묘하게 섞일 수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프루스트의 책 속에서 지훈과 나영의 과거 행복했던 사진을 발견하는 정음과 자신을 그린 첫사랑의 흔적을 확인한 후지이의 모습은 절묘한 매치업을 보여줍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을 차용하면서도 다른 느낌들을 전달함으로서 패러디의 한계를 뛰어넘는 탁월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소도구와 주제들을 자신의 내용속으로 차용해 새로움으로 창조하는 '지붕킥'의 능력은 대단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11년전 영화속 의미들을 끄집어내어 단순한 코믹 캐릭터였던 황정남을 다시 불러내고, 이나영의 나봉이를 특별함으로 만든 85회의 재미는 '지붕킥' 최고의 에피소드로 기억되어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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