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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더 글로리-김은숙과 송혜교가 제안하는 복수, 동참하시겠습니까?

by 자이미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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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을 보내고, 2023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넷플릭스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글로리'는 오픈했습니다. 16부작인 드라마를 8부작으로 나눠 방송한 의도는 명확하지 않지만, 김은숙 작가가 제안하고 송혜교가 재현하는 복수극에 우리는 동참할 수 있을까요?(이하 스포일러 포함)

 

그동안 김은숙 작가가 보여준 드라마와 결이 다른 이 작품은 철저하게 피해자의 편에 서서 가해자에게 잔인하게 복수를 해가는 과정입니다. 드라마를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우린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이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복수에 동참하지 않으면 불편한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글로리-송혜교 복수에 동참한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누군가는 누군가를 괴롭힙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어느 조직에서나 왕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는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잔혹하게 협박하고 처절하게 폭력을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성인이 되어 복수를 시작하게 된 문동은(송혜교)이 복수의 대상인 박연진(임지연)에게 자신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범행 일지를 쓰면서 시작합니다. 이 내용들은 내레이션으로 극의 흐름을 이어가며 설명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동은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온 후 집주인 할머니에게 '악마의 나팔꽃'을 선물 받습니다. 그 할머니는 뭘 알고 있었을까요? 그 역시 폭력 피해자 가족인지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매개로 등장할 수밖에 없음은 그가 맡고 있는 존재감 때문일 겁니다. 건물주에 부동산업자이기도 한 그는 많은 것을 알 수밖에 없는 위치니 말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2004년 여름에서 시작됩니다. 고등학생인 동은(정지소)은 학교 폭력을 신고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학교 폭력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담임 김종문(박윤희)에게 혼나기만 합니다. 가해자를 감싸고 피해자를 탓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현실에서 더욱 잔인하게 드러나고는 합니다.

 

이 상황은 동은을 더욱 학대하는 이유가 됩니다. 부잣집 자식들이라는 이유로 모두에게 비호받은 그들은 가난한 동은을 괴롭히는 것은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고데기를 가지고 동은의 팔을 시작으로 폭력을 가하는 그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이발소에서 남자들 머리를 감겨주며, 몸도 내주는 엄마는 어린 동은을 달방에서 살도록 방치했습니다. 작고 더러운 그 방은 유일하게 동은이 편안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그 역시 고통으로 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더 글로리-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반성은 없다

달방까지 찾아 동은을 괴롭히는 그들로 인해 자퇴소를 내지만 그게 마지막이 아니었습니다. 학교폭력을 자퇴 이유로 적었다는 것 때문이었죠. 담임은 고가의 시계까지 풀고 교무실에서 동은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연진의 어머니에게 뇌물을 받는 담임에게 가난한 동은은 인간으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딸의 안위는 상관없이 연진 어머니가 건넨 돈을 받고 학교폭력이 아닌 '부적응'으로 자퇴한다는 것에 사인한 동은 어머니 역시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달방도 빼버려 갈곳도 없어진 동은은 김밥집 알바부터 목욕탕 청소까지 온갖 일들을 하며 버티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데인 상처에서는 진물이 나오고 가려웠습니다. 생리통에 찢어질 듯한 고통은 그를 한강으로 이끌게 만들었죠. 간단하게 이 모든 고통을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이 눈앞에 있었지만, 동은은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날부터 동은의 꿈은 박연진이 되었습니다.

 

방직공장에 들어가 주경야독을 하며 대학에 합격한 동은은 그저 뻔한 대학생활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그의 삶은 오직 복수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을 뿐이었죠. 교육대를 가고, 열심히 과외 알바를 하면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박연진의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동은에게도 운명적인 존재는 찾아왔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동은은 커피숍에서 서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여정(이도현)과 같은 공간에 있었죠. 그리고 그런 우연들은 결국 그들이 한 팀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필연이 되었습니다.

 

영양실조로 응급실에 누운 동은과 옆 침대에 누운 여정의 인연은 바둑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여정에게도 복수의 욕망이 들끓었습니다. 의사 집안의 아들인 여정은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정직하고 유능했던 의사는 병원에서 잔인한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더 글로리-동은을 위해 칼춤 추는 망나니 택한 여정

그런 살인마가 교도소에서 사과한다며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런 편지를 받은 여정은 살인마를 죽이는 상상을 할 정도였습니다. 이후 여정이 동은이 거주하는 세정시로 옮기며, 그 편지를 여정의 어머니가 보고 난 후 교도소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사는 복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심심해서 사과 편지를 썼다는 살인마에게 진심어린 사과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교도소 안에 있는 것이 지루해 장난을 친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죠. 상임(김정영)의 이 분노는 결국 동은의 복수에 동참한 여정과 함께 할 수도 있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연진은 잔인하게 학교 동창들을 괴롭힌 일진이었지만, 그에게 거칠 것은 없었습니다. 예쁜 얼굴에 돈도 많은 그에게 삶이란 그런 것이었죠. 대충 졸업하고 그럴듯한 직업 가지고, 돈 많은 남자 만나 결혼해 사는 것이 연진의 꿈이었고, 실제 그렇게 되었습니다.

 

기상 캐스터가 된 연진은 재평건설 하도영(정성일)과 결혼해 딸 예진까지 낳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연진과 한패였던 전재준(박성훈)과는 여전히 잠자리를 나누는 존재입니다. 남편은 모르는 그들의 은밀한 관계는 결국 파국의 이유가 되지만 그들에게 그게 과연 두려울지는 모를 일입니다.

 

망나리로 살아도 돈은 재준을 건재하게 해 줍니다. 오히려 돈은 돈을 벌게 만들며 그에게는 거칠 것이 없는 삶의 연속이었죠. 과거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이며 살아왔든 그건 현재의 재준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아닙니다. 가해자의 삶은 그렇게 아무런 문제 없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죠.

 

대형 교회 목사 딸인 이사라(김히어라)는 과거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약에 취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화가로서 나름 인지도를 쌓아가는 그는 약이 없으면 하루도 버틸 수가 없습니다. 그런 그에게 약을 대주는 존재는 이들과 한패지만 동등하지 못한 손명오(김건우)입니다.

더 글롤리 스틸컷

그들이 시키는 일들을 하며 무리에 끼여 살아가는 명오는 과거나 지금이나 다름없습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험한 일을 대신하는 명오는 그래서 그들을 배신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동은에게 명오는 그런 용도의 복수 대상이었습니다.

 

스튜어디스가 된 최혜정(차주영) 역시 명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폭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가해자와 함께 가해자가 되었던 혜정은 세탁소집 딸로 이들 무리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혜정 역시 명오처럼 이들을 쉽게 배신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동은이 교사가 되고자 했던 것은 교직에 꿈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죠. 그가 교사가 된 것은 철저하게 복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세명에 살지도 않는 집을 구한 것 역시 하나의 목표였습니다. 세명초등학교 1학년 2반 담임이 목표였던 이유는 그곳에 연진의 딸이 입학했기 때문입니다.

 

세명 이사장이 동성애라는 사실을 알고, 협박해 자신의 요구를 성사시킨 동은은 사는 집 역시 연진의 일상이 훤히 보이는 옆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명 이사장 집에서 일하던 강현남(염혜란)이 공모를 제안합니다. 1년 동안 세명 이사장의 동태를 살핀 동은을 현남을 발견했고, 폭력 남편을 죽여주면 뭐든 하겠다고 합니다.

 

남편의 폭력에서 딸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현남은 그렇게 동은과 손을 잡고 중요한 일들을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동은이 가르쳐주는 대로 따르며 점점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발견하는 현남은 복수를 꿈꾸지만 동은과 달리, 유쾌한 복수자라는 점이 드라마를 더욱 매끄럽게 만들어줍니다.

 

동은은 철저한 계획 속에 연진의 남편 도영이 바둑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바둑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여정이 동은의 바둑 선생이 되어주고,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더욱 확장되었지만 동은으로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사치였습니다. 

더 글로리 피해자의 잔인한 복수가 시작되었다

18년이나 준비한 동은의 복수는 그가 연진의 딸 담임 교사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받는 박연진을 위해 직접 현장에 등장한 동은은 과거의 나약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큰소리로 외치며 박수를 보내는 동은에게 거칠 것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던 체육관에서 잔인한 가해자인 연진은 자랑스런 동문상을 받았고, 그곳에 모인 가해자들 역시 죄책감이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자비 없는 복수는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동은의 복수극에는 많은 이들이 협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동은의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보건교사도 동참했죠. 동은 역시 방관자 시절에 가해자들의 학폭 대상이었던 소희 정보는 동은이 명오를 움직이는 이유가 되었고, 이는 이들을 모두 뒤흔드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동은은 이미 지옥을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끝없이 추락하기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습니다. 그가 짜놓은 정교한 시나리오는 가해자 모두를 흔들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두려움이란 무엇인지 조금씩 맛보게 했습니다.

 

도영은 아내인 연진이 재준과 같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며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준은 연진의 딸이 자신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명오가 사라지며 더욱 불안해지게 된 가해자들을 향한 동은의 복수는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16부작인 이 드라마는 8부만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새해를 맞기 며칠 전 공개한 것은 여러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이죠. 위기의 넷플릭스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김은숙 작가의 '더 글로리'는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3월에 2부인 남은 이야기가 공개된다는 점에서 아직은 장단점이 무엇일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더 글로리 스틸컷 2

김은숙 작가가 그동안 보여준 이야기와 결이 다른 잔인한 복수극이라는 점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는 단순한 노선을 구축하며 이야기를 단순화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그 상황이 전복되며 벌어지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그동안 학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했지만 도덕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어설픈 용서와 눈물로 동화같은 이야기만 등장시키며,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극 중에서 동은이 이 이야기는 동화가 아닌 우화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김은숙 작가가 학폭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드러납니다.

 

김 작가는 딸에게 학폭과 관련해 질문하고 놀랐다고 합니다. 딸이 때리는 딸이었으면 좋겠어? 맞는 딸이었으면 좋겠어?라는 질문에 충격이었다고 하죠. 딸의 이야기를 듣고 김 작가는 '더 글로리'를 썼습니다. 동은을 통해 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합니다. 대표적인 복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흥미롭습니다.

 

가해자는 절대 반성하지 않고, 그들은 가진 부를 이어받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자살을 하지 않으면, 평생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갈 뿐입니다. 극중 동은이 고기 굽는 소리에 과거 고데기로 고통을 받던 시절이 떠올라 두려워하는 장면에서 피해자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잔인하게 각인되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더 글로리 포스터

역으로 가해자들은 자신이 가해한 자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저 폭력으로 발산된 그 모든 것은 쉽게 잊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고통은 피해자의 몫일 수밖에 없는 것이 학폭이자, 폭력의 속성입니다. 그들에게는 그저 어릴 때 했던 장난정도로 치부되지만, 그들의 가해는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몬 살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의 복수에 모두가 동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폭 가해자와 피해자를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필력과 함께 송혜교를 시작으로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이야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가해자에 복수하는 피해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러분은 이 복수에 동참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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