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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정이-클리셰 범벅 연상호 망작, K 콘텐츠의 위기도 부른다

by 자이미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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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 작업까지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예정보다 늦게 공개되었습니다. 주인공이었던 강수연 배우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그의 유작이 된 이 영화는 해를 넘긴 후 공개될 수 있었습니다. 고인을 기리는 유작이라는 점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루함이 가득한 클리셰의 향연이었습니다.

 
정이
“저희는 윤정이 팀장의 뇌 데이터로 이 전쟁을 끝낼 최고의 전투 A.I.를 만들겁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지구는 폐허가 되고 인류는 우주에 새로운 터전 ‘쉘터’를 만들어 이주한다. 수십 년째 이어지는 내전에서 ‘윤정이’(김현주)는 수많은 작전의 승리를 이끌며 전설의 용병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되고, 군수 A.I. 개발 회사 크로노이드는 그녀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A.I. 전투 용병 개발을 시작한다. 35년 후, ‘정이’의 딸 ‘윤서현’(강수연)은 ‘정이 프로젝트’의 연구팀장이 되어 전투 A.I. 개발에 힘쓴다. 끝없는 복제와 계속되는 시뮬레이션에도 연구에 진전이 없자,크로노이드는 ‘정이’를 두고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이를 알게 된 ‘서현’은 ‘정이’를 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전투 A.I. 정이, 연구소를 탈출하라!
평점
6.2 (2022.01.01 개봉)
감독
연상호
출연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이동희, 한우열, 윤기창, 이가경, 박소이, 엄지원, 전정일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작업은 SF물입니다. 그래서 거대한 자본을 들일 수 있는 할리우드에서나 나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은 그렇게 다른 나라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SF 작품들이 만들어지며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정이'에 대한 기대치는 이 SF물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양한 CG만이 아니라, 어떤 세계관으로 바라보느냐는 중요했기에 기대 역시 컸지만, 보는 순간 빠르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이-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영화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그 단순함을 더욱 단순하게 만드는 요인은 영화 속에서 보이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구를 떠나 새로운 공간을 찾아 살아가는 미래의 지구인들이 정착지들끼리 전쟁을 벌이며 이에 맞서기 위해 정이라는 로봇을 만드는 작업을 이어갑니다.

 

전투에 집중하는 정이(김현주)는 능숙하게 로봇들과 싸우기 시작합니다. 격렬한 전투 과정에서도 정이의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홀로 계속 침입하는 로봇들을 무찌르던 정이는 불에 탄 인형을 보고 멈칫하고는 총에 맞고 맙니다. 이 과정은 모두 시뮬레이션 과정이었습니다.

 

크로노이드라는 뇌 복제와 뇌 이식 등을 전문으로 하는 AI 기업으로 지구 식민지끼리 전쟁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이 회사는 연합군 최정에 리더이자 '전설의 영웅'이라 불린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윤서현(강수연)은 어머니인 정이를 전투 로봇으로 되살리는 일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이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어머니를 전투 로봇으로 만들기 위함은 아닙니다. 수술을 앞둔 자신을 두고 전투에 나선 이후 다시는 볼 수 없는 어머니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죠.

 

연구소장인 김상훈(류경수)는 정이를 빨리 전투 기계로 복원해 전쟁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만 가득합니다. 그 욕망의 실체는 사실 크로노이드 회장의 뇌를 복제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자신이기도 한 상훈을 통해 '정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단계에서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은 이들에게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군 수뇌부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 문제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정이가 최고의 용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가 사망하며 전쟁을 끝내지 못해 현재까지 전쟁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원흉처럼 여길 뿐이었습니다.

정이-한국 SF 영화의 한계

반복되는 실험 속에서 뇌만 살아있는 정이는 지독한 고통을 느끼고는 합니다. 그런 정이를 하찮게 바라보는 직원의 모습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서현의 표정이나 감정에는 특별한 변화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실험을 통해 서현이 뭘 얻고자 하는지 쉽게 다가오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지루하게 이어지는 이 실험에 반전을 주기 시작한 것은 서현이 시한부 판정을 받고나서부터 입니다. 자신이 죽기 전 어머니와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서현은 보다 집중하지만, 회장은 더는 이 프로젝트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전쟁이 끝나며 더는 전투 용병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죠. 그런 어머니를 폐기하는 것이 아닌 다른 용도로 만들어 판매하려는 회장에 맞서 서현은 어머니인 정이를 은밀하게 빼돌리려 합니다. 그 과정에 김상훈이 눈치채며 마지막 전투를 벌이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까지 가는 동안 영화의 4/5가 흘러갑니다. 지루하고 밋밋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다, 어머니를 살리려는 서현과 로봇이지만 모정이 살아있는 정이의 감정선이 연상훈 감독이 드러내고 싶은 주제였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가족이라는 개념을 언급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요즘 흐름처럼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고 있고, 그 반대급부에 남자가 존재한다는 설정 자체가 식상함으로 다가옵니다. 전투 장면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최후의 승부를 다투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만약 10년이나 그 이전에 만들어졌다면 "오호"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세계관도 미흡하고, 이야기 자체가 재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대충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이를 보는 관객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1982년에 나온 '블레이드 러너'가 왜 위대한 영화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정이-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강수연 배우 유작

이야기가 단조롭다면 영화적인 재미라도 뛰어나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합니다. CG 작업들 역시 감탄이 나오는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이 정도 비주얼은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죠. 로봇과 싸우는 장면들 역시 2001년 만들어진 'A.I'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강수연 배우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의미를 제외하면 이 영화를 볼 이유는 딱히 없어 보입니다. 연상호 감독의 다작은 이제 멈춰야 할 듯합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장르에 집중해, 제대로 된 작품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OTT를 통해 공개되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들을 보면 민망해지는 작품들이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OTT를 통해 제작비 규모는 커졌지만, 작업 능력은 퇴보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홍콩이나 일본 영화의 몰락과는 또 다른 의미로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SF 관련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미흡한 완성도는 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여전히 K 문화에 대한 흥미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졸작들이 양산되다 보면, 홍콩과 일본의 뒤를 따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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