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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혼술남녀 9, 10회-하석진 박하선 사랑보다 울컥했던 모두가 서글픈 시대

by 자이미 2016.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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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1타 강사 정석과 첫 입성한 하나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렸다. 사랑마저 서툴렀던 그들이 조금씩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런 그들의 사랑보다 울컥하게 다가왔던 것은 모든 세대가 서글픈 시대라는 사실을 <혼술남녀>는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량진은 사회 축소판;

달달함보다는 엇갈리는 사랑과 모든 세대가 서글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혼술남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청춘들만 힘든 것은 아니다. 모든 세대가 붕괴 직전의 위기에 처한 현실은 참혹할 정도다. 청춘들은 붕괴된 가족들까지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굴레 속에 빠져 있다.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닌 우리 시대는 지독할 정도로 힘든 시대가 아닐 수 없다.

 

<혼술남녀>는 매 회 모두가 웃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9회에서는 하나가 정석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난 후 힘겨워하는 모습이 웃음과 함께 진하게 다가왔다. 진이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 정석에게 전화를 할 것이 두려워 자신의 손을 묶어달라고 잠이 든 하나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언제나 코미디다.

 

토를 할 거 같아 귀에 걸어든 비닐봉지는 어느새 얼굴 전체에 뒤집어쓰고 있고, 술이 깬 후 자신의 상태를 당황해하는 모습은 당혹스럽다. 갑작스럽게 드라마 <시그널>에서 납치를 당했던 여성을 떠올리며 당황하는 하나의 모습은 웃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10회에는 하나와 진이가 모두 남자 때문에 힘겨워 술을 마시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자신의 사랑을 무시하고 고 퀄리티를 앞세우며 소개팅에 나선 정석에 상처받은 하나와 결코 결혼할 생각이 없는 남자친구에게 더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진이는 술과 춤으로 달래기 시작했다.

SES와 젝키, HOT까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의 안무를 완벽하게 해내는 하나와 진이의 춤사위는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줄 정도로 탁월했다. 망가져서 더 아름다운 하나의 모습은 그렇게 서글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그 헛헛한 웃음은 서글픔을 감추기보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노량진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공시생들. 가난한 집안에서 형제들이 돈을 모아 시험을 돕는 현실이 힘겹기만 한 동영은 공부에 집중한다. 시험에 떨어진 후 오랜 연인과도 이별을 해야 했던 동영은 모의고사에서 합격점을 넘어서 행복했다.

 

오늘 같은 날은 자신을 위해 호사를 누려도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던 동영은 항상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치킨 집으로 들어섰다. 한 마리에 9천 원인 닭 한 마리 먹기 위해서도 수많은 고민을 해야 했던 동영은 큰마음을 먹고 들어섰지만 수중에는 돈 한 푼 없다.

 

형제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주었는데 이번 달에는 시간이 지나도 입금되지 않았다. 누나에게 안부 전화를 건 척 돌려 돈 이야기를 하는 동영은 어머니가 청소 일을 하다 넘어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게 된다. 통닭 한 마리 먹으려던 동영은 자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깨닫게 된다.

 

돈도 없고 그렇다고 능력도 탁월하지 않은 자신이 현실 속에서 버텨낼 수 있는 것은 공무원이 되는 것 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공시생이 폭주하는 이유는 그저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퇴보적인 사고만은 아니다. 그들이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그들을 공시생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노량진 핵미모로 유명한 채연은 최고 학부를 나왔지만 공시생이다. 큰 회사에 취직을 해도 될 것 같은 대단한 스펙이지만 그녀가 공시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문과생에게 좁아진 문이 던지는 한계다. 어쩔 수 없이 그 어떤 조건도 필요 없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은 서글픈 일일 수밖에 없다.

 

공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서글프지만 강사라고 마냥 행복할 수는 없다. 1타 강사인 정석처럼 엄청난 연봉을 받는 강사도 있지만 선택 과목을 가르치는 민진웅은 항상 서러울 수밖에 없다. 학생 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언제나 위태로운 상황에서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극진하게 보살피던 진웅은 강의 중 병원에서 온 연락을 무시했다. 언제나 그랬듯 좋아졌다 나빠지는 어머니의 병세로 인해 자신을 믿고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버리고 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 학생 수가 줄어들며 위기감을 느껴야 했던 그는 어머니가 임종한 사실도 모른 채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머니의 임종도 보지 못한 아들의 서러움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할 것이다. 외아들도 형제도 없는 진웅에게 어머니는 유일한 가족이다. 그런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평생의 아픔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진웅은 다시 똑 같은 상황이 다가와도 자신은 교실을 떠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대단한 의무감을 가진 강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보다 학생들의 심정을 알고 있는 진웅에게는 무거운 책임감을 공유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어쩌면 가장 힘겨운 시대일지도 모른다. 광복 후 전쟁의 고통까지 이겨내며 성장을 향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왔던 시대.

 

과도기를 지나며 민주화를 이끌었던 시대를 건너 우리 사회는 양적 팽창을 이루었다. 그 시기 모든 이들은 원하면 언제나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며 모든 것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부의 빈부 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극대화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재벌들의 수익은 극대화되지만 더 이상 노동자가 절실해지지 않은 현실은 노동자를 더욱 탄압하는 이유로 다가온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정부가 나서서 중재해야 하지만 권력자들은 모든 것을 가진 재벌들에게 보다 더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안달이다. 그들의 거대하고 음흉한 커넥션은 그렇게 노동자들만 탄압하는 행태로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일상이 되고, 아무리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고 해도 40이 넘으면 강제로 은퇴를 해야만 하는 사회는 불안하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만드는 사회 구조 속에서 행복은 먼 일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 불안이 자영업자를 급속한 속도로 팽창시키지만 이 모든 것은 가지지 못한 자들이 서로를 죽이는 제로섬 게임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대책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정부는 여전히 재벌에게만 모든 희망이 있다고 강변할 뿐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가 수많은 청년들을 공시생으로 만들고 있다. 청년들이 부모 세대와 달리 책임감도 도전의식도 없기 그저 편안한 공무원이 되려고만 한다는 억울한 누명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부모 세대들처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안 되고 더는 들어갈 구멍도 없는 바늘구멍 앞에서 바보처럼 도전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청춘들은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 지독할 정도로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만든 공시생 폭주 현상을 그저 청년들의 형편없음으로 폄하하는 기성세대들의 시선은 그래서 참혹하다.

 

한 차례 폭풍 같았던 사랑은 역전되었다. 하나가 마음을 추스르고 어려운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정석은 자신의 현재 모습이 사랑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술의 힘을 빌려 하나를 찾아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고 외치지만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정석을 하나는 그대로 믿지 못한다. 그만큼 상처가 컸으니 말이다.

 

전소민이 특별 출연해 광녀로 변신하는 모습도 시청자들에게는 큰 재미로 다가왔다. 청춘의 힘겨움을 담고 있으면서 웃음을 빠트리지 않는 <혼술남녀>는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무거울 수밖에 없는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어떻게 잡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묘한 균형감을 구축하고 있으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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