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졸였던 '스물하나 스물다섯'이 16화로 종영되었습니다. 많이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희도와 이진이 사랑하고 그렇게 결혼까지 이어지기 원했던 이들에게는 배신에 가까운 결과였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이별을 암시하고 시작했었죠.
자우림의 동명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측되는 이야기는 결국 스물다섯 스물하나이던 시절을 추억하는 노래였습니다. 그 추억이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자우림은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너무 소중했던 추억에 대해 이야기했죠.
뉴욕과 서울에서 전화로 이야기만 나누던 롱디커플이 된 백도 커플은 그렇게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진은 911 사태의 중심에서 매일 생사를 오가는 이들을 취재하며 영혼까지 사라지는 경험들을 해왔죠. 그런 이진에게는 연애는 사치처럼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죽음으로 나뉜 이들의 삶을 바라보며 지독한 악몽까지 꾸는 이진에게 희도와 사랑이 편해질 수는 없는 일이었죠. 희도에게도 자신의 위로가 더는 다가서지 못하는 이진의 모습을 보면서 멀어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자신에게 항상 미안하다는 사람이 더는 미안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 희도의 사랑이었죠.
그만 미안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희도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상대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죠. 뉴욕에 나가 있던 이진과 해외 훈련과 시합이 많은 희도는 공항에서 캐리어로 재회했습니다.
함께 여행 가기 위해 샀던 빨간색 캐리어가 뒤바뀐 것이죠. 그렇게 바뀐 캐리어로 인해 다시 만났지만, 차가워진 관계가 회복되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면 모든 것들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희도 집 앞에서 너무 오랜만에 재회했지만 그게 끝이 되어버린 백도 커플의 모습은 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이제는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럽게 다가오니 말이죠. "할 수 있어, 헤어지는 거?"라는 이진의 질문에 "이미 하고 있었어"라고 답하는 희도는 확신했습니다.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음을 희도는 느끼고 있었고, 그와 달리 무뎌진 이진은 그게 이별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엄중함과 이를 알리려 노력해 보지만, 그건 일이지 사랑은 아니죠. 희도 역시 항상 운동에 매진해야 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이진과 하는 일은 다르지만 힘들고 바쁜 것은 비슷합니다.
희도 입장에서는 일이 이별하는 이유가 될 수 없었고, 이진의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이 관계를 청산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죠. 희도는 자신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고 이진이 뉴욕 특파원으로 가는 것을 엄마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연인 관계에서 존재할 수 없는 일이었죠.
이진으로서는 나름의 이유는 존재했습니다.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특파원 지원에 합격한 것은 의외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희도 엄마가 이진 선배라는 점에서 사내 정보에 밝아 빨리 알게 된 것이지,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이진이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알렸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전에 뉴욕 특파원 지원과 관련해 최소한 이야기라도 나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핑계일 뿐이죠. 이런 그들의 이별이 더욱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확실하게 드러났습니다. 항상 함께 했던 이들이 이제는 모두 함께 할 수 없게 되는 순간 깨닫게 되죠.
휴대폰 교환하러 간 매장에서 커플 요금제를 해지하려면 상대방도 동의해야 한다는 사실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난 그들은 마치 이혼 법정에 선 부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사인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말에 망설이지만, 결국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정리될 수밖에 없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너무 특별한 굴다리 앞에서 다시 한번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죠. 희도는 6개월 동안 생각해왔다고 하고, 이진은 없는 동안 혼자만 생각한 것이라 합니다. 그런 이진에게 모른 척한 것 아니냐는 말은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죠.
나의 힘겨움이 전염되지 않기 바랐다는 이진과 모든 것을 나누자고 했던 희도의 생각은 그렇게 달랐습니다. 생사를 오가는 현장에서 희도의 응원조차 힘에 부쳤다는 이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홀로 고통을 품고 감내하려는 이진과 모든 것을 나누기 바랐던 희도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죠.
좋을 때만 사랑이고, 힘들 때는 짐이 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우리가 헤어지는 것이라는 희도 말은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두 사람의 감정 모두 사랑인 것은 맞지만 서로 마주하는 방향이 달라지면 무의미하게 되는 경우들도 존재하기 때문이죠.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피하다 이진 품에 안겨 아이스크림을 얼굴에 묻히던 시절과 달리, 굴다리 앞을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피하기 위한 행동은 무미건조했습니다. 이 상징적인 비교 만으로도 이들의 이별은 현실이 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죠.
희도는 아버지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던 엄마 같은 사람을 사귀고 있다며 화를 냈습니다. 엄마의 지적에 상관없다던 희도는 그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오자 버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결정적으로 완벽한 이별로 이끈 것은 희도의 "사랑하긴 했어"라는 말이었습니다.
이는 절대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이었고, 이 말을 하는 순간 이들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이죠. 이별은 누구에게나 힘듭니다. 체력 하나는 최고였던 희도가 훈련하다 쓰러져 병원에 옮겨지고, 그런 엄마에게 이진과 헤어졌다는 말에, 욱하는 엄마 재경의 모습도 이별의 일부였습니다.
이진이 이사 간다는 말을 승완에게 듣자 희도는 갑자기 이별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이별이 싫었던 희도는 이진을 향해 달려가고, 이진 역시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희도 집으로 향하죠.
버스 정류장에 놓인 빨간 캐리어는 그래서 더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가장 행복했고 사랑이 가득했던 시점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처음으로 산 커플 캐리어가 홀로 방치되어 있었으니 말이죠. 그 앞에서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은 이 모든 것이 힘겹기만 했습니다.
풀린 운동화 끈을 묶어주다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이진과 그런 그를 바라보며 우는 희도는 그렇게 마지막 포옹을 하고 이별했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되어 아프게 이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7년이라는 세월은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재경이 앵커 자리를 내려오는 상황에 그가 추천한 이는 백이진이었습니다. 어리지만 벌써 10년 차 기자라는 것과 오바마 시대처럼 변화와 혁신을 앞세우는 시절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재경의 추천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UBS 신화를 작성한 이진은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고, 그렇게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메달을 딴 희도와 영상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짧은 시간에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이들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은 그렇게 영원한 추억으로 남겨졌습니다.
승완은 사는 것이 지겨워 예능 피디가 되었지만, 보는 이들은 즐거울지 몰라도 현실은 지독한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지웅은 유림과 사랑을 지켜내고 멋진 프러포즈까지 하며 완벽한 사랑을 완성했습니다. 공부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간 지웅은 나이 어린 CEO가 되었죠.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패피가 되었고, 옷을 파는 온라인 사업으로 대박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유림은 은퇴하고 펜싱 학원을 차려 큰 성공을 거뒀죠. 아이비리그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펜싱과 같은 운동이 필수라는 이유로 금메달리스트였던 유림 학원은 크게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승완 아버지 장례식에 모인 이들은 그렇게 열심히 산 흔적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승완을 찾은 이진은 이제는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7년이 지나며 과거 여친 이야기를 웃으며 넘기는 여유도 부릴 수 있었죠.
승완에게는 이제 이진의 남동생과 가능성을 열게 했습니다. 승완의 해적방송 열혈 청취자였던 이현이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며, 이들의 관계를 열어 두었죠. 펜싱 클럽에서 유림에게 프러포즈 퍼포먼스를 한 지웅과 은퇴식에 희도를 찾아온 유림과 뜨거운 포옹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이진은 헤어지며 미처 주지 못했던 물건이 있었습니다. 그걸 이진과 희도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던 책 대여점 사장에게 맡겼는데, 전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었죠. 폐업하며 정리하던 사장은 뒤늦게 그 봉투를 외할머니 집에 와 있던 민채에게 돌려줬습니다.
그렇게 찾았던 마지막 일기장을 발견한 민채는 환호했지만, 이를 엄마에게 돌려주며 다시 발레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자신도 엄마처럼 나만의 일기를 쓰고 싶다는 민채는 그렇게 엄마의 과거를 통해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사라졌다 생각했던 일기를 되찾은 희도는 마지막 장에 쓰인 이진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이별을 정리하며 추억했던 이진에 대한 감사함과 이를 보고 자신의 감정과 희도에 대한 감사함을 적은 이진의 글은 희도를 다시 굴다리로 이끌었죠. 그리고 그곳에서 젊은 시절의 희도와 이진은 만나 그렇게 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며, 서로에게 응원하며 영원한 추억으로 남겼습니다.
그동안 수만 번 고치고 싶었던 이별의 순간은 이미 희도의 일기장 속에 서로의 감정으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백도 커플이 이어지지 않아 서글프기는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사랑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죠. 그리고 그런 사랑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건 대단한 가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뜨거운 청춘들의 성장과 사랑, 그리고 좌절과 이별을 담은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방송 내내 뜨거운 사랑과 과열된 관심으로 가득했습니다. 결말에 대한 분노하는 이들과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나뉠 정도로 이들의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특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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