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주제로 잘 풀어갔지만 후반부 아쉬운 전개는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그 전개가 맞지만, 이미 어떤 과정으로 이어갈지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이야기는 아쉽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건설회사에서 벌어진 다양한 형태의 비리들을 해결하는 감사팀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상이 건설회사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 그 어느 분야를 대입해도 동일하게 이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JU 건설의 최종 보스는 사장인 황세웅이었습니다. 강직한 감찰 전문가인 신차일을 회사로 불러들인 인물도 황세웅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미 황세웅의 정체가 드러나며 긴장감은 빠르게 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병원에서 회복 중이던 황건웅 사장이 사망하며 황대웅이 범인이라는 상황이 만들어지며 긴장감을 키우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개도 이후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황대웅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라이터를 사망한 황 사장 병실 침대 아래 떨어트려 몰아가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진짜 범인이 누군지 추적하던 차일을 제거하려던 인물이 알고 봤더니 황세웅이었다는 그다음 전개 역시 그리 긴장감이 크지 않았죠. 현재까지 전개된 이야기 흐름을 생각해 보면 차일이 사망하거나 할 일은 절대 없으니 말입니다.
더욱 친절하게, 쓰러지는 차일이 자신을 공격한 자가 황세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더는 비밀은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위기는 존재하지만 절망은 없는 상황들이 반복해서 이어지면 시청자들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황세웅은 살아돌아온 차일을 감사팀에서 배제하고, 배다른 동생인 대웅을 형을 죽인 범인으로 몰아갑니다. 경찰 조사만이 아니라, 그의 직책인 부사장에서도 쫓아내기 위한 인사위원회까지 개최합니다. 모든 증거들을 취합해 대웅을 내쫓기 위한 준비를 마친 세웅은 일사천리로 상황을 정리하려 했습니다.
그런 세웅의 야욕을 꺾은 것은 다시 차일이었습니다. 쥐새끼를 잡기 위해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그에게 포기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는 차일이라면 절대 그 증거를 놓칠 인물도 아니었으니 말이죠.
대웅을 몰아내기에 혈안이 되었던 세웅은 오히려 사장 자리에서 쫓겨나고 살인자가 되어 체포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웅의 여죄는 많았습니다. 그 역시 도덕적이고 깨끗한 경영을 언급해 왔습니다. 사장이었던 형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더욱 밖에서 데려온 대웅을 지독하게 싫어했던 세웅은 자신과 같다고 생각한 형의 선택에 분노했습니다. 깨끗한 척 정의로운 척 하는 세웅을 싫어했던 건웅은 배다른 동생이라고 배척하고 따돌렸던 대웅이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아버지가 세웅을 뱀같은 존재라며 신뢰하지 못했다는 말까지 하면서 자폭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형인 건웅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 세웅은 이미 집에 들어선 순간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장기 입원을 해야 했던 건웅은 정신을 차리며 세웅을 언급했었습니다. 자신을 죽이려 한 자가 동생 세웅임을 알려주려 했지만, 상황이 곡해되기만 했죠.
세웅은 자신이 원하는 깨끗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온갖 만행들을 저질렀습니다. 목표를 위해 수단의 정당성을 무시한 세웅의 정의론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장난일 뿐인 욕심입니다. 그런 세웅에게 단호함을 보인 차일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절실하게 바라는 존재로 다가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대만 드라마가 뭘까요? 그건 '판관 포청천'이었습니다. 포청천이 나쁜 짓을 저지른 자에게 정의를 실현하는 그 모든 과정에 국민들은 환호했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시대 포청천은 모든 이들이 바라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죠.
차일도 이와 유사합니다. 자신들만 옳다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위정자들을 보고 있자면 차일 같은 존재가 절실해집니다. 거악인 세웅을 잡인 후 대웅은 JU 건설의 새로운 사장이 되었습니다. 그 역시 완벽한 존재는 아니지만 최소한 회사와 직원들을 위해 사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제격이었습니다.
사장이 된 대웅은 자신에게 사직서를 낸 차일을 잡으려 노력했습니다. 비록 티격태격거리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차일은 자신이 이곳에서 할 일이 더는 없다며 회사를 나옵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회식을 한 감사팀에게 자신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고 알리죠. 그리고 부족했지만 누구보다 차일을 믿고 따르며, 그를 닮고 싶어 했던 한수는 이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차일 밑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죠.
한수로 인해 차일이 왜 이런 삶을 선택했는지 과거 이야기가 등장했습니다. 초반 건물이 붕괴하며 아버지가 사망한 장면이 등장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서사가 나오지 않았는데, 한수에게 자신이 이런 삶을 선택한 이유를 들려줬습니다.
감사팀에 처음 입사해 상사의 비리를 가볍게 생각하고 믿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철골을 빼먹는 짓을 했음에도 상사는 능숙하게 어린 차일을 속였고, 당연하게 상사의 말을 믿었던 그는 아버지 죽음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붕괴된 건물에 깔려 사망한 아버지를 보며, 더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신을 희생한 것입니다.
사람을 손쉽게 믿어 생긴 결과는 자신을 위해 평생을 희생만 해왔던 아버지의 죽음이었죠. 한수는 캘리포니아로 가고 싶은 꿈을 포기했습니다. 감사팀에 가게 된 것도 2년 후 캘리포니아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지만, 이제 차일이 떠난 감사팀에서 리틀 신차일이 되기로 작정했습니다.
모두 각자가 원하는 자리에 서게 된 사이 차일은 의문의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제안을 받죠. 이제 회사가 아닌 국가를 위해 일을 해달라는 제안에 차일의 눈빛은 다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국가를 좀먹는 쥐새끼들을 잡기 위해 차일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시즌제에 대한 기대를 열며 '감사합니다'는 종영되었습니다. 신하균이라는 배우가 가지는 힘은 강렬했습니다. 그가 아니라면 이 작품이 나올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신하균의 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 역시 충분히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여줬습니다.
진구나 정문성 같은 배우들은 이미 자신의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당연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신인들인 이정하와 조아람은 이 작품을 통해 보다 많은 드라마 출연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만큼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시청자들에게도 호평을 받았으니 말이죠.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쥐새끼들은 여전히 많기만 합니다. 자신의 삶까지 포기하고 그런 쥐새끼들을 잡는 신차일과 같은 존재를 현실에서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드라마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한심한 작태들을 드라마에서는 화끈하게 해결해 줬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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