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연속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많은 대중들은 개탈의 행동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는 겁니다. 법이 제대로 법의 역할을 하지 못하니, 사적 보복이 일상이 되어버린다는 점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실제 개탈과 같은 인물이 나오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이 차이일 뿐입니다.
이야기는 다시 8년 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조금씩 그 사건이 일어난 시점으로 돌아보는 것은 그 안에 모든 답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무찬은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에게는 조카나 다름없던 석주의 딸이 처참하게 죽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딸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무찬도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디오 속에 남겨져 있는 딸의 모습을 보며 멍해져 있는 석주와 그런 그를 바라보는 무찬은 법이 제대로 처벌해주기 누구보다 간절하게 원했습니다.
이제 여덟살인 딸이 잔인하게 사망했습니다. 범인도 바로 체포되었기 때문에 중형에 처해질 것이라 확신했지만, 법은 달랐습니다. 정신지체를 가진 범인의 부모가 아닌 그들이 일하는 집에서 변호사를 써서 법망을 피해 갔습니다.
누군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누군지 모두가 알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민지영이기 때문입니다. 재벌가의 재취이기는 하지만 민지영의 집안도 사학재단으로 남부러울 것 없었습니다. 아들 둘을 둔 남자를 선택한 것은 그가 재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거대한 부를 이용해 국회의원이 된 민지영은 자신의 아들인 민수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어떤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면서도 아들의 잘못을 탓하기보다 정리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4회에서도 여배우를 폭행한 아들을 위해 대신 돈으로 정리하는 지영의 모습이 등장했죠.
아들보다 더 잔인한 모습까지 가진 지영을 보면서 8년 전 사건을 되돌아보면 범인이 누구인지 잘 보입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정신지체를 가진 범인은 지영의 집에서 일하던 자의 아들이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 명확하죠.
더욱 석주가 분노해 직접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정신지체를 가진 범인을 만난 날도 그는 해맑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 자가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기는 뭔가 이상합니다. 그럼에도 분노한 석주는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범인이 아니라 민수를 보호하기 위해 내세운 방패막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 형사가 학교 운동장에서 사건 현장을 찍고 있던 민수를 저지하며 그의 과거 이름을 언급한 부분은 중요합니다. 눈썰미 좋은 형사가 기억해 낸 인물이라면 과거 중요한 사건을 저질렀다는 의미입니다. 어쩌면 그 사건 이후 이름도 바꾸고, 민수가 저지른 범죄는 모두 정신지체아의 몫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석주는 정의로운 복수를 한다고 했지만, 억울한 피해자를 죽인 범인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사적 보복이 얼마나 황당한 결과를 만들 수도 있는지 권석주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사형투표'는 사적 복수이자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에 대한 분노를 다루고 있습니다. 현재 재판부에서 내리는 선고들을 보면 정말 개탈이 행하는 사적 복수가 정답이라는 생각도 하게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개탈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오히려 권석주가 행한 정의가 사실은 잘못되었음을 드러내며, 이런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려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가 던지는 주제는 의외로 강렬하고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흥미롭게 상황을 풀어간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권석주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교도관 박철민은 정말 그의 행동을 증오했기 때문일까요? 그가 권석주에게 전달된 편지를 무찬에게 보여준 것은 그저 돈을 원해서가 아닙니다. 박철민은 석주의 지시를 받는 존재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문제의 편지는 권석주의 팬이라고 자처한 자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이를 현이 분석해 보니, 이번 국민사형투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자세히 기록한 것도 확인했습니다. 뜬금없이 박철민이 무찬에게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의도적으로 흔적을 남겨 석주를 찾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1 호팬이 개탈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들은 자연스럽게 권석주를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석주가 박철민을 이용해 무찬에게 그런 정보를 제공한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특별사면을 요구하기 위함이죠.
무찬과 현은 많은 것들을 준비해 석주를 만나러 갔지만, 그는 이미 모든 것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개탈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존재가 자신임을 증명하며 원하는 것을 얻게 되었습니다. 석주가 교도소 밖으로 나가 개탈을 잡으려는 이유가 뭘까요?
자신이 행한 사적 복수를 실제 시스템화해서 진행하는 개탈을 보면 석주는 오히려 반가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주가 개탈을 잡으려 하는 것은 자신이 벌인 범죄가 사실 잘못된 것임을 교도소 안에서 깨달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딸을 죽인 진범이 여전히 밖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개탈을 잡기 위함이기보다는 진범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석주가 향하는 그 진범의 그림자 속에 민지영과 이민수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석주가 개탈의 정체를 파악하기보다는 진범을 찾고자 한다는 사실을 무찬도 어느 순간 눈치챌 겁니다. 8년 전 잘못된 선택을 뒤늦게라도 바로잡으려는 이들의 노력은 현과 함께 완성될 겁니다. 그리고 이들을 돕고자 하는 민과 지훈 역시 의외의 성과들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권석주의 특별사면은 이제 본격적으로 개탈의 정체가 누군지, 그리고 8년 전 사건의 진범이 누군지 밝혀내는 과정으로 이어질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통해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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