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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Japan Drama 일드

그래도 살아간다 1회-살인사건과 남겨진 이들, 고통은 누구에게나 균등하다

by 자이미 2011.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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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동생을 죽인 중학교 동창. 15년이 흐른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 하나의 살인 사건을 두고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삶을 밀도 깊게 끌어가는 이 작품은 당사자가 아닌, 가족들의 삶을 통해 범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고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 모두가 힘들 뿐이다




너무 날씨가 좋아서 아랍인을 쏴 죽인 카뮈의 '이방인'처럼 <그래도, 살아간다>의 주인공도 그런 느낌이었을까요? 켄지(카자마 슌스케)는 동창생 히로키(에이타)의 7살 여동생 아키를 무참히 살해했고 이 사건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삶은 완전히 파괴되어버렸습니다. 

서로의 처지는 극과 극이지만 이들 가족들이 겪어야 했고 느껴야 했던 고통은 같았습니다. 가해자 가족들은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야만 했고 누구인지 모를 이의 끈질긴 투서로 그들의 삶은 이방인처럼 옮겨 다니며 살아야만 했습니다. 학창시절 왕따는 기본이고 사귀던 연인과도 헤어져야만 하는 삶. 화장한 번 한 적도 모두가 즐거워하는 국가적 행사에도 마음껏 소리 질러 보지도 못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가해자 가족들.

피해자 가족의 고통 역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가장으로서 죽은 딸만 찾는 부인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아이의 기억들을 모두 태워버리는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오히려 부인과 이혼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그렇게 그들의 가족은 조각난 채 살아야만 했습니다.

일상의 즐거움이란 찾아볼 수도 없는 이들의 모습은 그저 살아있기에 사는 무기력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암에 걸려 죽음을 앞 둔 상황에서도 죽음이 두렵기보다는 자신이 지켜줄 수 없었던 딸과 만날 수 있음에 행복해 합니다. 마지막으로 딸을 죽이고도 8년 전에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살아가는 가해자를 죽이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라 생각하는 아버지에게 남겨진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그즈음 히로키의 집으로 찾아온 후타바(미츠시마 히카리)로 인해 그들의 삶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도 못한 채 혹시 피해자 가족들이 자신들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에 찾았지만, 그들의 삶은 자신들 못지않게 피폐해 있었습니다. 삶의 즐거움이란 찾아볼 수도 없는 그들의 삶에는 여전히 무거운 15년 전의 기억만이 지배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한없이 죄송한 마음으로 힘겨워한 후타바와 그런 사실도 모른 채 그녀에게 15년 전의 기억들을 이야기 해주는 히로키. 한적한 자신의 가게를 찾은 그녀를 보면서 히로키는 자살을 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으로 생각했습니다.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에게 자신의 아픔을 통해 소통을 원했던 히로키였지만 자신의 오빠가 저지른 사건을 직접 들어야 하는 후타바로서는 힘겨운 시간일 수밖에는 없었지요.


암으로 고생하면서도 이젠 폐허가 되어버린 예전 집에 들려 딸 아끼의 방에서 흐느끼는 히로키의 아버지. 칼을 품고 도쿄로 향하려 한 히로키의 아버지는 갱생원에서 범인인 켄지를 돌보던 이의 장례식에 그도 참석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장례식이 있던 날 히로키의 아버지는 숨을 거두고 마지막 유언처럼 남긴 일을 실행하기 위해 칼을 품은 채 동생을 죽인 켄지 올 것으로 예상되는 장례식 장으로 향합니다. 도착한 장례식 장에서 의외의 인물인 후타바를 만나게 되고 육교 위에서 예를 갖추고 있는 켄지를 목격한 히로키는 순간적으로 품에 품고 있었던 칼을 빼들고 그에게 향합니다.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뉜 가족들.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 기억과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 가족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 그 사건들에서 기억되는 잔상들은 잔인한 살인의 추억일 뿐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사건에서 우리가 놓쳐왔었던 남겨진 가족들. 그들은 과연 그 충격적인 사건 이후 어떻게 살아갈까? 라는 의구심은 이 작품의 주제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의 삶은 일반적으로 어떨지에 대해 많은 이들은 비슷한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가족들이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 예측하기보다 힘겨움 속에서 그 지독한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하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혹은 의도적으로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이들은 바로 가해자 가족입니다. 가해자와 한 가족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 당당하지 못한 그들은 마치 가족 모두가 가해자라도 된 듯 손가락질을 받고 살아야만 합니다. 가해자와 가족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모두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 정당할까요?

<그래도, 살아간다>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여전히 고쳐지기 힘든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가가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주변에 자신들이 살인자 가족임이 알려지고 이로 인해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는 가족들. 다시 일상의 생활이 파괴되어 할머니와도 떨어져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자신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알고 싶어 몰래 피해자 가족을 찾습니다.

그렇게 가해자 가족이 피해자 가족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어떤 고통을 당하고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지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다는 설정은 그래서 의미 있고 아름답습니다. 가해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일상의 삶을 포기하고 숨죽이며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요?

드라마 <그래도, 살아간다>는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삶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잃고 살아왔던 인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과 가족이라는 울타리, 살인사건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중심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뉜 그들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작품은 의외의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가정 폭력을 당하는 아이를 납치해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가정 폭력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뤘던 <마더>의 작가 사카모토 유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나이 구분 없이 매력적이고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고 있는 이 작품은 우리가 잃고 살았던 혹은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을 끄집어내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만 하는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들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 대한 고찰과 성찰을 이뤄낼지 알 수 없지만 무척 흥미로운 드라마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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