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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Japan Drama 일드

숨도 쉴 수 없는 여름-사회적 약자인 무호적자 문제를 주목해야만 한다

by 자이미 201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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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낯선 어쩌면 이런 사람들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무호적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숨도 쉴 수 없는 여름>이 일본에서 방송 중입니다. 이 드라마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호적자 문제가 일본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무호적자 문제,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자신이 무호적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18년을 살아온 주인공 타니자키 레이(타케이 에미)는 정직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다 자신이 호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파티쉐가 꿈인 레이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가 다가왔지만 자신이 호적이 없다는 이유로 그 꿈마저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제과점에 취직한 레이는 남들에게 행복을 주는 빵과 과자를 만드는 파티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노력은 성과를 거두고 상사에게 인정을 받으며 정직원이 되는 기회를 잡게 됩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정직원이 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레이에게는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지요.

 

더욱 정직원과 함께 회사에서 진행하는 파리 제빵 학원 유학생 후보에도 들어가게 되었다는 점에서 레이는 행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만 제출하면 레이가 꿈꾸었던 삶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적 같은 현실에 뜻하지 않은 암초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구청에서 확인한 결과 자신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무호적자였기 때문입니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도 없고 기본적인 삶도 할 수 없는 국가라는 조직에서 유령 같은 존재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은 그녀를 힘겹게 했습니다. 왜 자신이 무호적자 신세인지 알 수가 없는 그녀는 어머니에게 따져 묻지만 쉽게 해답을 얻기 힘듭니다.

 

친딸이 아닌 입양아이기데 무호적자인 것인지 궁금하기까지 했던 레이는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무호적자들의 모임이 있는 사실을 알고 그곳에서 자신만이 아닌 많은 무호적자들이 일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녀는 조금씩 자신의 비밀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왜 자신이 무호적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어머니는 왜 자신을 이렇게 방치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사랑해서 결혼까지 했던 남자가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고, 그런 사실을 알고 이혼을 했지만 불행은 거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잦은 폭행으로 인해 두려운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재혼 후 남편의 호적에 올리려 했지만 법은 그런 그녀의 바람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잦은 폭행에 시달려왔던 어머니가 딸 레이를 호적에 올리기 힘들었던 이유는 남자의 호적에 입적이 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상습 폭행을 하던 전 남편에게 자신들을 노출하는 방법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공포까지 느껴야 했던 폭행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머니는 그런 트라우마로 인해 딸을 무호적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노력을 했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상습 폭행자의 호적에 올리는 것이 전부였던 법을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호적자가 문제가 되는 것은 서류상으로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분명 사회 속에 존재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그 어떤 서류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라는 점은 문제입니다. 무호적자들은 정상적인 취업활동도 결혼도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당연히 그들은 불합리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런 그들이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자명한 일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숨도 쉴 수 없는 여름>에서도 나오듯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습니다.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그들은 아프면 자가 치료를 하든 고통을 참아 내든 알아서 해야만 합니다. 취직도 할 수 없는 그들은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서류상에 존재하지도 않은 그들이 결혼과 같은 사회적 행위를 할 수도 없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역으로 서류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호적자들이 범죄자로 전락할 경우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서류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의 범죄는 기존의 수사 방식으로는 잡아낼 수도 없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중국에서는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인해 무호적자 수가 1300만이 넘고 있다고 합니다. 엄청난 인구에 비하면 1300만이라는 숫자가 크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이 수많은 이들이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큰 사회 문제로 번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선 무호적자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1999년 행정차치부의 '공식 통계자료'에는 국내에 7,000여 명의 무호적자가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조사도 아니었고, 전문가들의 추정 숫자는 2006년 기준 국내에서만 3만 명이 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3만 명의 이웃 중에 호적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해서 무호적자가 된 것이 아닙니다. 국가를 선택하지 않고 무국적자가 되는 것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태어나서 호적에도 올려 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진 그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의에 의해 버려진 운명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무호적자 문제는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만 합니다. 무호적자들이 취적 절차를 밟는 과정은 무척이나 번거롭고 복잡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취적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법원에 성·본 창설 허가를 청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원에서 허가심판서를 받은 다음에는 이를 첨부해 취적허가를 신청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허가가 나면 취적허가 결정문을 갖고 시(구)·읍·면장에게 1개월 이내에 취적신고를 하면 호적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더욱 노숙자나 수용시설에 수용된 장애인 무호적자들의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무호적자라는 것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점에서 자신이 호적을 취득하는 일은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무호적자 문제는 사회가 만든 결과입니다. 사회가 그들을 방치하는 동안 그들은 멍들고 상처 입은 채 사회에서 유령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가 제도적으로 무호적자들을 구원해서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살아있으면서도 유령이 되어야만 하는 무호적자. 그들의 삶을 직접 언급하며 사회적 모순을 이야기하는 드라마 <숨도 쉴 수 없는 여름>은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드라마적 재미를 위해 다양한 장치를 하고 최근 일본 최고의 여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타케이 에미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도 매력적입니다.

 

스스로 한류 팬임을 자랑하는 타케이 에미는 드라마와 영화에 연속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일본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연기하는 무호적자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녀가 출연해서라기보다 그 드라마 안에 담겨 있는 사회적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힘겨웠던 여름(이 제목이 뜻하는 것은 여름을 넘기며 호적을 취득한다는 의미겠지요)'이지만, 실제 무호적자들에게는 숨도 쉴 수 없는 일생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무호적자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호적자가 된 이들을 돕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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