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57부-세기의 로맨티스트 숙종, 그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

영조의 모인 숙빈의 일생을 다룬 <동이>도 이제는 3회 차가 남았습니다. 10회를 연장하며 그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모호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역사적인 사실을 극적인 드라마로 이끄는 재미는 마지막 3회를 긴박하게 몰아갈 듯합니다. 

선위를 통해 모든 것을 얻으려는 숙종의 선택




권력을 손에 넣거나 유지하기 위한 궁궐 내 암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극단적인 행동들은 때론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하지만 그런 권력에 대한 집착이 권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지난 56회 말미에 숙종은 숙빈을 통해 세자와 연잉군 모두가 왕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나라의 왕은 하나일 수밖에 없는데 둘 모두를 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숙빈의 마음은 의외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방법은 숙빈도 숙종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세자를 추종하며 그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무리들에게 숙빈과 연잉군은 눈엣가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그들을 쳐내지 않고는 자신들의 권력을 영속화하지 못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숙종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모두를 모아 놓고 숙종이 내린 한 마디는 옆에 있는 세자만이 왕이 될 수 있다는 결정이었습니다. 더불어 숙빈에게 출궁을 명한 숙종의 모습은 그들에게는 완벽한 승리로 다가왔습니다. 자신들이 꿈꾸고 걱정했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모두 이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 당황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숙빈과 그녀를 추종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숙종의 깊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숙빈이 자신의 생각을 모두 말했고, 며칠 동안의 심사숙고 끝에 내린 답변이 세자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숙빈에 대한 출궁이라는 것은 당혹스러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숙빈 역시 숙종을 믿고는 있지만 권력암투가 극에 달한 궁에서 불안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중전에 오를 수 있는 기회마저 버린 채 세자와 연잉군을 살리는 방안을 선택했던 자신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닐까란 생각은 그를 포함한 다수의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왕이 될 준비를 해야 하는 세자는 숙빈이 출궁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숙종을 찾습니다. 궁에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숙빈이라는 말로 숙종의 어명을 돌이키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세자를 힘들게 합니다. 어미를 잃고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숙빈이 궁에서 쫓겨나야 하는 상황이 마음 아프기 때문이지요.

숙종은 오랜만에 숙빈을 찾아 그녀가 기거하게 될 사가를 함께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요한 말을 건네게 됩니다. 자신은 왕위를 세자에게 넘기는 선위를 할 것이고 이 곳 사가에서 숙빈과 함께 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곧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절대 권력을 내놓고 연잉군을 구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지요.

숙빈이 처음으로 욕심을 낸 세자와 연잉군이 모두 왕이 될 수 있는 방법은 곧 숙종이 자신이 가진 권력을 내놓고 물러나는 방법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세자는 왕이 되고 연잉군은 세제가 되어 자연스럽게 둘 모두 왕이 될 수 있게 되니 말입니다.  

세기의 로맨스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윈저공과 미국의 이혼녀 심프슨의 사랑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윈저공의 사랑처럼 숙종은 자신이 사랑하는 숙빈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숙빈이 마지막으로 가지고 싶은 단 하나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스스로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 그녀와 함께 여생을 보내겠다는 말처럼 대단한 로맨스는 없을 겁니다. 절대 권력이 가능한 조선시대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모습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런 극비 사안을 어렵게 알아낸 장무열의 쿠테타는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는 없습니다. 마지막 다짐을 위해 숙종이 궁을 비운 사이 숙빈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장무열의 도발은 그렇게 허망한 칼춤으로 끝날 수밖에 없음을 역사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마저도 자신의 탐욕이 덫이 되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장무열의 모습은 어리석은 권력자의 말로를 보는 듯해 씁쓸하면서도 통쾌합니다. 상생이 아닌 독점만이 권력의 태생이라 믿는 이들에게 권력을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숙종이 선택한 선위는 권력의 자연스러운 분배와 함께 자신이 사랑하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위대한 결정이었습니다. 세기의 로맨티스트 숙종은 그렇게 상생의 방법을 숙빈과 함께 하려 합니다. 그들의 현명한 선택은 이 시대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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