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장르는 잘 만들면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장르적 코드가 가득한 '링크:먹고 사랑하라, 죽이게(이하 링크)'는 첫 회 이 복합장르의 특성을 매력적으로 풀어냈습니다. 미스터리함과 코믹, 그리고 살인사건이 바탕이 된 범죄물까지 다양한 장르들이 복잡하게 얽혀 흥미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세탁기만큼이나 일상의 필수품이 된 냉장고는 그 집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냉장고를 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어떤지 어느정도 알 수 있게 해 주니 말이죠. 드라마는 주인공이 셰프라는 이유로 냉장고를 중심으로 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성격과 삶의 방식, 그리고 수익까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냉장고가 때로는 누군가가 시체를 숨기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첫 방송에서 이렇게 흥미롭게 전개될지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각본과 연출 모두 흥미로웠고, 여진구와 문가영의 연기 역시 완벽했다는 점에서 이후 이야기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키웠습니다.
은계훈은 유명한 스타 셰프이지만 감정이 없습니다. 오직 요리에만 집중하는 계훈은 그가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18년 전 그 일이 있은 후 그의 삶에 행복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 계훈이 최근 이상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며,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거나 뜬금없이 웃는 일들이 잦아졌습니다. 키친에서는 감정까지 통제하던 계훈과 어울리지 않는 그 행동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동시성' 때문이었습니다. 쌍둥이들에게 자주 등장하는 링크가 그에게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18년 전 갑작스럽게 사라진 쌍둥이 동생 계영과 계훈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였습니다.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둘은 그렇게 한 몸처럼 지냈지만, 그날 그 사건이 있은 후 두 사람의 링크는 깨지고 말았습니다. 더는 동생의 감정이 전달되지 않고 지내왔지만, 18년이 지나 다시 그 텔레파시가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링크 대상은 빨간 산타복을 입고 어딘가로 뛰고 있던 노다현이었습니다. 그가 왜 자신과 링크가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처음 거리에서 마주치는 순간에는 확신도 할 수 없었습니다. 계훈이 그 감정을 정확하게 느끼는 것과 달리, 다현은 뛰어서 힘들어 가슴에 손을 얹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항상 1등을 놓치지 않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까지 들어갔지만 그만둔 상태입니다. 엄마가 갑작스럽게 집에 온다는 말에 일하다 말고 집으로 향한 다현은 겨우 엄마를 속일 수 있었지만, 오래갈 수는 없었죠. 엄마의 눈은 딸보다 더 빠르고, 심리전에도 능한 존재니 말이죠.
첫 회에서 중요하게 봐야 되는 부분은 여기부터 입니다. 18년 만에 갑작스럽게 교감이 이뤄지기 시작한 계훈은 감정 조절에 실패하며 동생 찾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그런 행동은 남들이 보기에는 미친 짓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옥상에서 다현과 우연하게 마주한 상황에서 한숨을 내쉬는 타이밍이 동일하고, 뭔지 모를 묘한 상황에 계훈은 혹시 잃어버린 동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어린시절 살았던 동네, 나이 나아가 가위바위보까지 해보자고 합니다. 이런 계훈의 행동에 다현이 변태라고 느끼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이 감정은 진짜 스토커와 혼돈하는 이유가 되며, 계훈을 지화동 사람에게 첫인상을 각인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계훈이 굳이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한 이유는 명확하죠. 동생과는 감정이 교류된다는 점에서 절대 승패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화동에서 떠난지 18년 만에 계훈은 그곳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다현 역시 엄마에게 회사를 그만둔 사실을 들킨 후 강제로 복귀하는 신세가 되었죠. 여기에 지화 파출소로 출근하게 된 신입 순경인 지원탁까지 그곳에 모여들게 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18년 전 계영이 사라졌던 그곳으로 계훈이 돌아오며, 같은 시기에 세 남녀가 그곳에 자리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과거의 사건과 관련이 있는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죠. 그 과정에서 다현과 그 가족의 모습이 기묘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며 억지로라도 웃던 다현의 행동을 오해하고 자신과 사귀고 있다고 착각한 스토커 이진근이 집까지 찾아오자 놀란 다현은 당황했습니다. 식당 문을 닫으려 하지만 화가 난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고, 그렇게 분노한 이진근은 다현을 때려 기절하게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다현이 깨어나자 진근은 피투성이가 되어 엄마 식당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상황에서 죽은 사람을 보고 다현은 파출소를 찾았죠. 자수하기 위해 찾았지만, 하필 그날은 불금이었습니다. 온갖 취객들과 사람들로 가득한 상황에서 다현은 자수를 포기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죠.
더욱 놀라운 것은 식당으로 돌아오자 죽어있는 이진근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와 할머니였습니다. 상황 설명을 하며 오열하는 다현을 다독이던 그들은 마치 준비라도 된듯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불에 이진근을 싸서 앞집에 이사 오게 된 계훈의 식당에서 내놓은 업소용 냉장고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로 가는 엄마와 능숙하게 흔적을 지우는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는 다현은 묘하게 언젠가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이 아닌 듯한 이들의 행동은 18년 전 계영이 사라진 날에도 그 흔적들이 드러났습니다.
지화동 토박이들이 평범해 보이지만 뭔가를 숨기고 있는 존재들이기도 했습니다. 열 살 아이가 실종되자 동네 주민과 파출소 직원들까지 모두 나와 찾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 사이 묘한 교감들이 이어지는 장면은 어떤 의미일까요?
실종 당시 무당이었던 주민은 동네에 범인이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경찰과 다현이 할머니가 나누는 눈빛은 뭔가를 숨기고 있음을 명확하게 했습니다. 그 당시 순경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파출소장 등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당시 계영을 찾던 주민들 역시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지화동에 살고 있죠. 그들은 과연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다현 엄마와 할머니는 무슨 일을 하는 이들일까요? 그들이 숨기는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현은 정말 이들의 딸이고 손녀일까요? 아니면 사라진 계영일까요?
순경이 되어 가기 싫었다는 지화동으로 오게 된 신입 순경 지원탁은 어떤 존재일까요? 이들이 지화동으로 돌아온 것은 운명과 같았습니다. 이제는 18년 전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하늘의 계시처럼 그들이 지화동으로 모인 것은 사라진 계영의 비밀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첫 회부터 다현은 살인자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기절한 이후 그가 이중인격자가 되어 살인을 저질렀을까요? 아니며 엄마나 할머니가 기절한 딸을 보고 분노해 죽인 것일까요? 그 죽음이 몰고 올 파국은 결국 18년 전 사건의 진실로 들어가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진구와 문가영의 조합은 최고였습니다. 매력적인 두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에 몰입하게 합니다. 그리고 코믹과 스릴러, 추리극까지 다양한 장르를 적당하게 잘 조합해 흥미롭게 이끈 작가의 능력도 첫 회는 최고였습니다. 다만 이런 강렬함이 마지막 회까지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현재까지는 충분히 매력적인 시작이었습니다.
'링크:먹고 사랑하라, 죽이게'라는 제목이 가진 중의적 표현은 첫 회 죽음으로 시작하며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쌍둥이를 상징하는 링크와 운명적 사랑이라는 두 갈래가 어떻게 결합될지, 그리고 셰프라는 직업이 주는 상징성과 죽음이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뤄 이야기로 전개될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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