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교주를 처단하기 위해 박수무당으로 변신한 도기는 역시 도기였습니다. 그가 행한 그대로 되갚아주는 도기의 복수는 언제나 통쾌합니다. 뻔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과정의 연속임에도 이 복수가 통쾌한 이유는 현실은 전혀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악용해 자신의 사익을 취하는 것이 사기꾼들이고, 사이비 종교입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사악한 존재들이 바로 이들이기도 하죠. 사람의 영혼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처벌이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솜방망이가 전부입니다.
사이비 교주를 믿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빌드업이 필요합니다. 타인을 악랄하게 속여서 사익을 취하는 자를 속인다는 것은 힘든 일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첫 만남부터 박수무당이 된 도기의 말을 믿을 정도로 교주 옥주만이 만만한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벼랑 끝에서 마지막 희망을 찾고자 순백교를 찾은 신자들이 사망해도 옥주만은 아무런 상관없다 생각합니다. 어차피 죽을 목숨, 죽기 전 빼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빼앗고 사망하면 그저 악어의 눈물 한 방울 흘리면 그만인 것이 그들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사이비의 경우 그저 교주 하나만 제거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2인자가 다시 교주가 되어 사이비교를 이끄는 방식으로 지속되니 말이죠. 이런 사이비교를 파괴하는 것은 신자들이 각성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믿는 자가 있으면 사이비교는 영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의 그 막연한 신념과 확신이 만든 믿음을 깨트리지 않는 한 사이비교는 영원할 수밖에 없고, 신자들 역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두가 악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그들 사이에서 자신들을 시기해서 벌인 사기라고 주장하며 똘똘 뭉치는 것이 현실 속 사이비교의 모습이니 말입니다.
드라마에서 만들어진 상황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극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모범택시'의 복수극이 통쾌할 수밖에 없습니다. 순백교를 무너트리고, 신도들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사이비 교주 옥주만을 파괴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박수무당이 된 도기가 첫 만남부터 죽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불안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좋았습니다. 사기만 쳐서 남들의 행동들을 무시하거나 믿지 않는 옥주만에게 이 정도로 마음이 흔들릴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보다 극적으로 벌어지면 달라질 수밖에 없죠.
귀신을 믿지도 않은 사이비 교주 옥주만의 눈앞에 귀신이 등장하고, 교통사고로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상황은 완전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철이 귀신으로 분장해 옥주만 앞에 나타나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범주였으니 말이죠. 당연히 두려움에 도기를 찾아 부적까지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주의 방 여러 곳에 부적을 붙이는 옥주만의 모습을 보면 이들의 실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주죠. 종교 비즈니스의 민낯은 이런 것임을 드라마는 충분하게 잘 보여주었습니다. 무결점의 교주가 사실은 자신들이 믿었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 사이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니 말입니다.
자신이 귀신을 본다는 사실과 무당에게 부적까지 사서 붙이는 상황에 심기가 불편해진 교주는 신자들을 분풀이로 사용합니다. 이런 폭행을 정당하하는 행태마저도 믿는 신자들의 모습은 섬뜩하기만 합니다. 폭력과 재산을 강탈하는 행위마저도 정당하다 믿는 그 믿음의 실체는 공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이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사이비 신자들이 믿는 그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하고 실체가 없는 것인지 무당과 부적, 종교를 앞세운 사적인 폭행을 통해 잘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화시키기는 했지만, 우리가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봐 온 사이비교의 행태들이라는 점도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사이비 교주인 옥주만에게 자신은 돈은 필요없는 듯한 행동으로 더욱 큰 신뢰를 얻는 것도 사기의 한 방법이죠. 상대를 통해 돈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존재라는 확신을 가지게 만드는 것도 돈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옥주만이 도기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남들이 알 수 없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옥주만의 돌아가신 어머니로 빙의되어 그만이 알 수 있는 사연들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믿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죽음을 알려주기 위해 어머니가 찾아온 것이라는 말에 옥주만은 뭐든지 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죠. 신자들의 죽음은 우스워도, 자신의 생존은 특별한 것이 사이비 교주의 행태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도기가 시키는 대로 뭐든지 하는 상태가 된 후 본격적으로 옥주만을 붕괴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옥주만은 자신이 신자들을 속여 전재산을 빼앗은 것과 마찬가지로, 도기에게 속아 공포심에 자신이 빼앗은 모든 것을 내주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굿판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헌금도 받지 말고 기도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충실하게 따랐습니다.
옥주만의 전부라고 할 수도 있는 헌금과 기도를 멈추게 하는 것은 곧 순백교가 유지되기 어려워지는 이유가 됩니다. 기도를 해 자신의 상황을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신자들에게는 허망하고 불안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도기가 준비한 굿판을 위해 옥주만은 전 재산만이 아니라 담보 대출까지 받아 받칠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 작두까지 타며 굿판을 벌이는 도기가 더는 참지 못한 것은 신도가 교회에서 쓰러졌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신도들의 죽음마저 하찮게 여긴 자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습니다.
병원에도 가지 않고 쓰러진 신자들을 위해 옥주만이 했던 방식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도기의 분노는 시청자들의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현실 속 불합리함에 미쳐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범택시'는 시청자들에게 큰 대리만족을 시켜주고 있는 중입니다.
순백교 2인자가 나서 이제 옥주만을 대신해 자신이 이끌겠다고 발표하는 상황에서 개싸움을 하는 교주와 2인자 싸움 뒤에 그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신자들을 속이고 조롱하는 모든 것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모든 신뢰는 무너졌습니다.
신도들이 떠난 뒤에도 도기를 '법사님'이라 부르며 추종하는 옥주만은 신자들이 그를 신이라 믿고 따르던 것과 동일하게 맹신하게 되었습니다. 컨테이너 박스에 갇혀 어딘지도 모르게 끌려가는 상황에서까지 도기를 맹신하는 그의 모습은 씁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이비를 잡기 위해 사이비로 변신한 도기와 무지개 운수의 이번 작전 역시 완벽한 성공을 거뒀지만, 씁쓸한 것은 이런 사이비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다니고, 수많은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영혼까지 완전히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맹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 하준은 도기를 찾아와 형님이라며 살갑게 다가와 상담을 부탁합니다. 자신에게 동생이 많은데, 언제부턴가 동생들이 자꾸 맞고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가 나서 혼내주러 갔는데 도대체 왜 때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앙심도 알고 있던 사이도 아닌데 왜 그런지 답답하다고 합니다.
그런 하준의 말에 도기는 고민 상담은 어렵다고 하니, 그래서 친구를 하려고 한다며, 친구가 되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묻기도 하죠. 이런 하준에게 도기는 처음부터 두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을 하죠. 이 부분은 도기가 하준이 누군지 어느 정도 정체를 눈치챘다는 의미였습니다.
도기는 자신이 친구하자면 된 거 아니냐는 말에 그 사람은 동생들을 계속 때릴 거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서로가 너무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의미가 되죠. 하준은 더는 참지 않고 정체를 드러냈고, 도기는 그가 어떤 존재인지 감을 잡았다는 반증이니 말입니다.
화장실을 쓰겠다고 도기 집으로 들어간 하준은 코타야 사건과 사라진 반지남 자료를 보며 선을 세게 넘었다고 혼잣말을 하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와 화장실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도기의 모습은 긴장감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예고편에서는 '천원짜리 변호사'의 천지훈 변호사가 등장해 도기와 만나는 장면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천 변호사가 의료사고 사건을 처리하던 도기와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죠. 같은 SBS에서 방송되는 드라마의 세계관이 이렇게 결합되는 것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들의 세계관이 연결된다는 것은 '천원짜리 변호사'가 시즌제로 다시 시작된다면 '모범택시'의 도기가 그곳에 등장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단순하지만 명쾌해서 더욱 매력적인 '모범택시 시즌2'는 그렇게 사이비 교주에게 제대로 된 복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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