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의 불행을 살아내는 것이 수영의 삶이었다면, 상수가 느끼는 내일의 행복은 변수가 없는 삶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수영을 만나기 전 상수의 행복관이지만, 수영이 떠난 후 상수는 하루치의 불행을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젖은 머리를 닦고 수건을 챙겨 밖으로 나간 수영은 상수에게 건넵니다. 그리고 추워진다고 힘들어 하자, 그래도 눈이 온다며 말하는 상수에게 올 때는 좋지만 온 후가 문제라며 아무런 쓸모없다는 수영은 메말라 있었습니다.
상수는 그게 뭐든 감당할 수 있다며 수영과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고 다짐합니다. 그런 상수에게 그저 "곧 그칠거 같아요. 비"라는 수영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비가 그치고 날이 맑아질 거라는 기대였을까요? 그럼 그들의 사랑도 순탄하게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요?
연말이 다가오자 어김없이 달력이 은해에 도착했고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던 평범한 그날, 수영은 월차를 냈고 그 빈자리에 미경이 자원해 가며 자신이 몰랐던 과거를 확인하게 됩니다. 경필이 자신이 소개해준 적도 없는 사촌오빠를 알고 있었던 이유 말이죠.
경필 부친이 사기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이별을 강요했음을 알게 된 미경은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왜 경필이 그랬는지, 그리고 이번에도 왜 경필은 굳이 이 상황에 끼어들었는지 미경은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한때 사랑했던 이가 최악은 아니라는 것도 위안이 될 겁니다.
미경이 경필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상수와 이별을 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가 될 겁니다. 미경이 수면제 없이 푹 잘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상수와 이별을 받아들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도 있지만 첫사랑이었던 경필 때문이기도 합니다.
상수는 달력을 준비하며 수영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공간과 시간이 추억이 되어버린 그들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집앞에서 전화한 수영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습니다. 감기에 걸린 수영을 간호하던 상수는 동네 약국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겨우 문을 연 약국에서 상수가 사온 약을 먹고 잠이든 수영. 그리고 아침에 깬 수영은 상수의 흔적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맛은 없을 거예요'라고 적어 놓은 상수의 죽과 과하게 많이 사온 약들, 여기에 '베란다가 추워 보여서요'라며 화분까지 사다 놓은 상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 정도입니다.
종현을 위해 자리를 비우고, 아끼던 화분까지 버려야 했던 수영에게 상수는 전혀 다른 존재였습니다. 종현이 준비한 식사와도 비교되는 그 마음이 수영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종현에게 받은 그 배려, 혹은 사랑은 감사일지 모르지만 행복까지는 아니었으니 말이죠.
"각자의 이유로 아팠던 그 밤이 얼마나 길었는지는 모른다. 지난 시간을 돌이켰을 수도, 다가올 시간을 두려워 했을지도, 모든 걸 조용히 감당했을 그 밤. 조용히 곱씹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사랑. 흔하디 흔한 그저 사랑"
상수가 수영 병간호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독백은 이들의 사랑을 잘 정리해줬습니다. 화장실에서 종현의 흔적을 발견한 상수는 그저 사랑이라 이야기합니다. 흔하디 흔한 그저 사랑이란 말로 수영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명확하게 정리하기도 했죠.
수영은 자신이 원하던 직군전환에 성공해 신도점 종합상담팀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축하하지만 상수는 그가 다른 곳으로 간다는 사실이 아쉬웠습니다. 그런 상수에게 수영은 주말에 뭐 하냐며 밥을 사겠다고 합니다. 어제 일도 고맙고 직군전환 기념한다는 수영의 모습이 상수는 반가웠습니다.
수영과 마 대리가 다른 지점으로 간다며 환송회 언급을 하지만, 분위기는 싸하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 여자들끼리 수영이 축하해주자고 나선 민희지만, 예약 장소에는 둘만 있었습니다. 은정은 마 대리와 사귀고 있기에 데이트가 먼저일 뿐이었죠. 넌지시 프러포즈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단둘이란 사실에 오히려 미안해 말이 많아지는 민희와 그런 선배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운 수영이었습니다. 민희는 거기가서 그러지 마라고 합니다. 스스로 다치면서까지 지킬 것은 없다고 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남들도 만만히 보지 않는다는 민희의 조언은 수영을 위한 애틋함이었습니다.
뒤늦게 온 미경은 수영에게 밉다고 합니다. 그런 미경의 솔직하 표현에 수영은 고마웠고 미안했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죠. 그런 수영은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로 갔지만 '가게 임대'라는 문구가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들이 통영으로 내려가는 이유는 수영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서울이 너무 춥다. 수영아. 밥먹고 갈래"라는 아버지 말에 수영은 울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수영이 느끼는 감정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타향살이하며 버티는 삶을 살았던 수영은 상수를 사랑하며 많은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지쳤다고 이야기하듯, 수영도 자신이 태어나 살던 고향이 그리웠을 듯합니다.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수영이 그렇게 원했던 직군전환에도 성공하고,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주며 사랑한다는 남자도 곁에 있지만 수영은 이미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방전된 수영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상수를 부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찾아 결혼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미경. 그들은 자신들이 사귀기로 했던 한강에서 이별을 선택했습니다. 사귀는 내내 헤어질까 두려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미경은 동전 앞면이 나오면 헤어지고, 뒷면이 나오면 아버지 말처럼 결혼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던진 동전은 뒷면이었지만 미경은 헤어지자 하죠. 여전히 상수와 결혼해 행복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가 정말 행복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미경은 알고 있습니다. 경필의 상황처럼 자신과 함께 한다는 것이 그에게 얼마나 힘들 수밖에 없을지 조금은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죠.
"그래도 즐거웠어,. 다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았어. 고마워 하상수, 잘 가"
무슨 말이든 하라는 상수에게 울먹이나 미경은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런 미경을 보내고 한없이 울 수밖에 없는 상수는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임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고, 미경에게도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입니다. 상수에게 이별을 고하고 강에 동전을 던지며 배경으로 'Time is Up'이라는 배경 목소리로 두 사람의 끝을 알리는 장면은 생경하지만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수영이 식사 장소로 잡은 곳은 그들이 처음 만나기로 했던 그 곳이었습니다. 말만 하고 정작 와보지 못했다는 수영은 처음 여기서 보자고 했을 때 무슨 이야기하고 싶었냐 묻습니다. "좋아한다, 만나고 싶다고, 나랑 사귀자고"라는 상수의 말에 수영은 행복했습니다.
상수가 힘들 때 오는 곳이라는 그곳에서 수영은 마지막으로 온 건 언제냐 묻지만 상수는 기억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영 때문에 힘들어 왔던 상수지만 말이죠. 사랑 때문에 전쟁도 난다는 상수의 말에 수영은 "고작 사랑인데"라고 합니다.
상수는 그저 그런 흔한 사랑이라고 했고, 수영은 고작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동일하고 비슷합니다. 그저 흔한 고작 사랑일 뿐이었으니 말이죠. 그런 흔하고 고작일 뿐인 사랑이 인간에게 얼마나 대단한 가치인지 반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상수와 함께 있으며 첫 눈을 보고 "예쁘네요"라 말하는 수영과 "안 좋아한다면서요"라고 웃는 상수에게 "좋아했나봐요"라는 말은 흥미롭습니다. 굴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굴을 좋아했던 수영의 마음은 이번에도 동일하게 연결됩니다. 여전히 상수를 밀어내고 있는 수영의 마음 말이죠.
수영은 상수가 사 온 화분의 꽃말이 '내일의 행복'이라는 것을 착안해 그가 생각하는 내일의 행복이 뭐냐 묻습니다. 꽃말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예뻐서 샀다는 상수는 변수가 없는 삶이 행복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상수의 이름처럼 말이죠. 어려웠던 시절을 보낸 만큼 오늘도 큰 문제없이 보냈다는 사실에 행복했던 상수였습니다.
그건 수영을 만나기 전이었지만, 상수가 현재 느끼는 '내일의 행복'에 대한 말을 하기도 전에 수영은 '행복'이란 단어처럼 '불행'한 것 같다고 합니다.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수영의 말은 합리적입니다. 모두가 하루치의 불행을 살아가고 있는데 행복을 언급하는 것이 어쩌면 가식적이라고 수영은 생각했던 듯합니다.
"내 감정만 생각하고, 내 행복만 생각하려고요"라는 수영의 말이 그때는 뭔지 정확하게 몰랐습니다. 집 앞에서 내리지 말라며, 오늘은 가는 거 봐준다는 수영의 행동이 상수는 낯설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상수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온 수영의 집은 이삿짐이 있었습니다.
동생과 약속했던 행복한 삶을 꿈꾸며 만들어가던 그 장소를 떠나야 한다는 것은 수영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그 감정과도 이별을 고해야만 했습니다. 월요일 수영은 옮긴 지점에 출근하지 않았고, 옷장에 이미 사직서를 써놓았습니다.
미경이 준 목걸이마저 그의 책상에 올려놓은 수영은 그 시간 동안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상수는 수영의 집을 찾지만 이사한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황망해진 상수는 수영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없는 번호라고 합니다.
완벽하게 자신을 지워버린 수영. 토요일 헤어지며 전화해도 되냐는 말에, 하지 말라고 해도 할거면서 라는 수영의 그 말이 상수를 더욱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수영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마도 부모와 함께 통영으로 내려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영과 상수가 바로 사랑하고 연인이 되어 행복한 결말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 이들에게는 배신처럼 다가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드라마 제목이 '사랑의 이해'이듯, 이들의 감정선들이 급변해 로맨스 코미디로 변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지친 수영은 충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상수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와 평범한 일상 속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기 바랍니다. 자신의 불행이 상수를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는 그 마음도 사랑이기 때문이죠.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상수의 다짐은 수영을 오히려 피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그만큼 상수를 사랑했기 때문이죠. 이제 모든 것은 상수의 몫이 되었습니다. 돌고 돌아 다시 미경과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금새록이 자신의 SNS에 두 사람의 웨딩 사진을 올린 것처럼 말이죠. 물론 소품이라고 언급했지만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 두 번의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그들의 감정이 차분해지는 과정들이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서로를 향하고 있다면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상수가 수영을 찾아가고, 그렇게 그들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잘 살았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더 중요한 것이 이 드라마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 과정들 속에서 벌어진 모든 과정과 상황들이 곧 시청자들이 고민하게 되는 '사랑의 이해'인 셈이죠. 과연 남은 두 번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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