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AI 회사 대표가 휴대폰 안에 갇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을 공격한 자들은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존해 있기 위해서는 휴대폰이 꺼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그의 처지는 무척이나 곤궁한 상태입니다.
웹툰 원작인 '사장님을 잠금해제'가 첫 방송되었습니다. 인생이 뒤바뀌는 이야기들은 너무 많습니다. 현재 방송 중인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인생역전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죠. 그럼에도 이렇게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이 큰 몫을 해준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드라마 역시 크게 색다르거나 파격적인 소재는 아닙니다. 물론 사장이 휴대폰에 갇혔다는 설정이 가장 큰 변별점이기는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설정들은 익숙함을 넘어 조금은 식상하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이는 역으로 익숙한 방식이라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 안정감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세 명의 주요배우와 반대편에 선 이들의 대립 관계는 선과 악을 단순화시킵니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취준생 박인성(최종협)은 실버 라이닝 최종 면접까지 나갔지만,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곽삼수(김병춘)와 티격태격하는 상황까지 만들었습니다.
실버 라이닝을 이끄는 김선주(박성웅)는 '바로 4.0' 완성을 앞둔 그에게는 거침이 없습니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선주에게는 시총 1위 범영그룹도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거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위에 선 모습으로 대하는 선주는 그런 존재입니다.
선주의 비서인 정세연(서은수)은 AI보다 AI 같다는 평가를 받는 존재입니다. 무표정에 기계처럼 일만하는 세연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죠. 병원에 장기 입원한 어머니로 인해 그는 사채까지 서야만 했습니다. 근무를 마치고 어머니 병실을 찾아 간병인과 교대를 하는 세연의 삶은 그를 무표정한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이 세명이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는데 첫 회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주요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가 분명해져야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만이 아니라, 어떤 드라마라도 첫 회는 사실 극의 흐름을 언급하는 것에도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죠.
그럼에도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주요 인물들을 첫 회부터 잘 연결하고 이야기의 중심으로 잘 들어갔습니다. 실버 라이닝 최종면접을 보러 간 인성이 엄마와 통화를 하다 커피를 들고 이동하던 세연과 부딪치는 과정은 뻔하지만 그런 관계가 곧 이들의 이후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실버 라이닝의 사장이 된 인성을 최소한 세연은 알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쏟았다고 화장실에서 서로의 옷을 갈아입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세연에게 돈을 빌려준 잔인한 사채업자 마피(김성오)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어 어떤 변수를 만들고 변화할지도 궁금해집니다.
사람이 아닌 돈을 믿는 마피는 과거 복싱 선수 출신이었지만, 지금은 전과 3범의 악랄한 사채업자입니다. 스스로 빚이 두려워 자살하려는 자까지 살려내 돈을 벌게 만드는 마피는 그저 악랄한 사채업자라고만 이야기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이는 마피가 의외의 변수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합니다.
선주에게는 분명한 악의를 품은 적이 존재합니다. 범영그룹의 오영근(정동환)은 그의 당당함이 기분 나빴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너무 당당하다는 오영근이 선주를 제거하려 했을 가능성은 충분하죠. 형과 함께 키운 범영그룹을 조카인 오미란(이상희)에게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중요한 열쇠를 쥔 선주가 사라진다면 당연히 범영그룹은 오영근의 차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마침 선주가 사라졌습니다. 의심을 받는 만큼 그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서 더욱 절실히 선주가 사라지기 바란 존재라는 점에서 악당일 수밖에 없는 오영근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궁금해집니다.
여기에 선주 집에 거주하는 인물들에 대한 의심도 커질 수밖에 없죠. 입주형 가사도우미인 정지혜(허지나)는 선주의 외동딸인 민아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인물이자, 집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는 악당이 되거나 가장 믿을만한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주를 도련님이라 부르는 심승보(최진호) 역시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집 금고에 '대외비' 문건을 넣은 선주 모습을 은밀하게 바라보던 승보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요? 그 역시 지혜처럼 선주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첫 방송에서 드러난 요주의 인물들이 범인일 가능성은 높습니다. 최소한 주도적이지 않아도 협력자로서 선주를 제거하는데 일조한 존재들일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휴대폰에 갇힌 신세가 되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우연과 같은 필연으로 하필 선주가 딸과 함께 하는 야영지가 인성의 본가가 있는 곳이라는 점도 흥미롭죠. 더욱 어린 시절 좋은 기억이 있던 뒷산 바위 옆에 선주가 갇힌 휴대폰이 존재했다는 것도 인연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는 없죠.
실제 자신의 통장에 1억이 입금된 것으로 보고서야 현재 상황이 실제라고 인식한 인성은 임무완수하면 10억을 주겠다는 선주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가고 싶었던 회사에 취직이 아니라 사장으로 가게 되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게 행복한 일이지만, 이제 인성의 재앙에 가까운 적응기는 시작입니다.
적이 될 수도 있고, 가장 믿을 수 있는 동지가 될 수도 있는 비서 세연과의 연대와 사랑은 결국 휴대폰에 갇힌 선주 사건을 해결하는 원동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그런 짓을 벌였는지 밝혀내고, 다시 세상에 돌아올 수 있을지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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