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살인사건을 알고 있어 막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과거 피해자들은 이번에도 피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시간과 장소가 차이가 날 뿐 분명한 사실은 과거가 바뀌지 않는단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운명의 물꼬를 틀어낼 수 있는 것은 진범을 잡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두 번째 희생자였던 경애를 구한 후 안도했지만, 그건 그저 해준과 윤영의 생각일 뿐이었습니다. 범룡이 다급하게 전화해 나간 개천에서는 붉은 실로 묶여 사망한 주영이 있었습니다. 죽음을 막기 위해 마을 밖으로 내보낸 그는 왜 다시 돌아온 것일까요?
목격자인 범룡은 전날 거리에서 주영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무반지 역시 그날 주영에게 받았다고 했죠. 이 상황에서 범룡이 기겁하며 두려워한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살인자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런 고민보다 간첩이라고 풍문으로 돈 운동권 학생인 주영을 신고하지 않아 처벌받을 것이 두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범룡이 살인 용의자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보다 더 당혹스러웠던 것은 살인사건 장소를 뒤로 하고 급하게 이동하는 경찰차들이었습니다. 주영 사망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봤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해준과 윤영이 도착한 그곳에는 경애가 사망해 있었습니다.
집에서 먼 그곳으로 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피를 흘리고 사망한 경애의 모습에 해준도 기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들게 구한 두 사람이 같은 날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동일하게 붉은실로 묶인 시체는 마치 전시하는 듯 놓여 있었습니다.
가슴에 손을 엇갈리게 교차해 있는 모습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인 후 유기하지 않고 그렇게 쉽게 눈에 띄는 장소에 전시하듯 한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죠. 사건 현장에 있던 봉봉다방 성냥갑 안에 넣어진 문구는 의미심장했습니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기괴한 이 글의 주인공이 곧 범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영은 서울대를 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해 보이지만, 망나니로 소문난 경애는 이 범주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순애가 건넨 책을 보고 그런 선택을 했다면 이들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인물일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유섭이 정신이상자로 지내며 윤영의 책들을 찢는 장면이 지난 회차에서 등장했다는 것은 복선입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이 상황은 진범이 누군지 추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섭의 행동은 이런 글귀와 무척이나 잘 맞아떨어지니 말이죠.
분명한 목적과 목표를 가진 범인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를 좁혀 나가기 어려운 것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숙입니다. 언뜻 보면 범인이 남성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현재 드러난 내용들을 보면 미숙이 연쇄살인마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우선 미숙은 윤영이 알고 있듯, 과거에 일어났던 살인사건 내용들을 책으로 썼습니다.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미숙의 글을 대신해 쓰듯 정리했던 윤영은 알고 있습니다. 주영을 보자마자 기시감이 들었던 것 역시 그 책 내용 때문이었죠.
이는 직접 살인하거나 가담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듯한 내용도 있다면 미숙이 유력한 용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신이 직접 하거나 누군가를 시키고 봤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죠.
주영의 사체가 발견된 장소에서 보인 미숙의 행동도 기겁할 정도였습니다. 미숙과 해경 사이에 권력관계가 구축되었다는 것은 이전 회차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일진으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해경과 친구들이 유독 미숙에게만 조용한 것은 병원장 딸이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미숙은 상대 약점을 찾아낸 후 본격적으로 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그의 오빠인 민수가 한 발언은 이를 잘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미숙이 항상 당하는 상대는 오빠 민수입니다. 누구보다 미숙을 잘 아는 민수는 그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였죠.
주영의 죽음을 두고 재밌겠다고 이야기하며 해경과 함께 현장을 바라보는 미숙의 모습에는 그 어떤 감정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굳이 표현하자면 기뻐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런 미숙의 모습을 보는 해경의 표정도 묘하게 다가왔습니다.
해경에게 마치 네가 죽인 것 같다는 이야기하는 미숙의 모습에는 이런 상황들에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결국 미숙의 문제를 풀어낼 중요한 존재가 해경일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누구보다 미숙을 잘 안다면 그와 영원히 함께 하는 존재가 되거나 그의 실체를 폭로하는 인물이 되기 때문이죠.
더욱 미숙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은 희섭과 만난 자리에서 그가 한 제안 때문입니다. 미숙의 제안을 받은 희섭은 스스로 살인범이라고 고백까지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희섭은 범인이 아닙니다. 그의 방에서 피가 묻은 옷을 숨기고 있었지만, 그건 희섭이 저지른 것이 아닌 형 유섭이 벌인 짓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 모든 실수를 없던 일처럼 덮을 수 있다는 착각"
희섭과 만난 자리에서 미숙은 어리석은 행동을 언급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돌이킬 수 있는 죄 같은 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미숙은 마치 희섭의 형 유섭이 무슨 짓이라도 벌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이게 사실일 수도 있지만, 반전이 존재할 가능성도 큽니다.
희섭은 형이 유력한 용의자라고 생각하고 보호하지만 사실 유섭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 말입니다. 유섭 역시 주영과 함께 운동권 학생이었다면, 그가 굳이 그런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는 목격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운동권 학생으로 피해 다니는 처지 때문에 진범을 밝히지 못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희섭의 약점인 형을 이용해 미숙은 제안을 합니다. 그가 지키고 싶은 이가 있듯, 자신은 버리고 싶은 자가 있다면 서로 협조하기로 제안하죠. 그리고 귓속말로 뭔가를 이야기하고 희섭은 스스로 살인자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숙은 자신의 오빠인 민수를 살인범으로 만들고 싶은 인물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희섭을 이용해 민수가 진범일 수 있음을 보여줄 뭔가를 준비했다는 의미죠. 당연하게도 민수는 다리에서 떨어지며 크게 다쳐 매듭을 묶을 수도 누군가를 살해할 수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해준이 목격자라는 점에서 민수는 최소한 살인범은 아니지만, 미숙은 오빠가 살인범이 되어야 했습니다.
지워버리고 싶은 오빠를 제거하기 위해 스스로 살인마가 되고, 민수가 살인범일 수밖에 없는 증거들을 던져 놨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럼 직접 오빠를 죽이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붙이라는 이유로 저항이나 반항도 하지 못하는 관계성을 생각해 보면 그건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해준도 희섭이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희섭은 자기 집에서 발견된 결정적 증거를 가지고 자기 것이라 발언했습니다. 정말 자기 것이라면 굳이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없죠.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범인을 자처한 모습에서 희섭 역시 범인 후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유력한 용의자 셋이 모두 범인이 아닙니다. 현재 유력한 용의자는 유섭과 미숙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숙은 유섭을 이용해 희섭을 자기 멋대로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결국 미숙이 유력한 용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물론 전제는 유섭이 진범이 아니어야 하지만 말이죠.
다시 변수가 만들어졌습니다. 순애 어머니가 딸을 잃고 자신이 매몰차게 굴었던 것에 한탄하며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해준으로 인해 죽음을 막았습니다. 순애 집안은 언니와 어머니의 죽음으로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순애가 희섭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유 역시 이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엄마 옥자가 살아나며,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들만 대학 보내려던 부모의 마음도 변할 수 있게 되고, 순애 역시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그렇다면 희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후반부 해준의 아버지 연우가 등장했습니다. 혹시 범인 유형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지만, 그는 타임머신이 자동차를 수리해 줄 중요한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누구보다 아버지를 잘 아는 해준이 아무렇지도 않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연우의 행동은 진범을 잡는데 혁혁한 공헌을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급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다시 변수들이 등장했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이들은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런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진범이 누군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거법을 통해 용의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진범의 코앞까지 다가서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요? 희섭이 가지고 있는 열쇠는 그 해답이 되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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