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 변호사는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영역에 장애를 가진 이들이 진출하는 것은 유리천장을 깨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당연한 그 과정이 장애인들에게는 엄청난 도전이니 말입니다.
'우당탕탕 우영우'와 '권모술수 권민우'의 대립 구도는 작은 재미였습니다. 이를 통해 자폐인이 어떤 존재인지 좀 더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5화의 주제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자폐인들은 천성적으로 거짓말을 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보통 인간은 나와 너라는 관계를 익히며 살아가기 때문에 수많은 거짓말을 하고, 듣는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를 판별하는 능력들을 가지게 되죠. 물론 완벽할 수는 없지만, 분명 상대가 나에게 진심인지 거짓인지 어느 정도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폐인의 세계는 타인이 존재하지 않는 나만 있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어린 영우가 아빠를 그저 자신을 돌봐주는 존재 정도로만 인식한 것과 다르지 않죠. 아빠가 아닌 그 누구라도 자신에게 잘 공간과 밥만 주면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이 자폐인의 특성입니다.
자신만 존재하는 세상을 사는 자폐인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거짓말은 상대를 속이기 위한 행동인데, 타인이 존재하지 않는 자폐인의 세상은 진실만 있습니다. 그런 영우가 변호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무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그런 영우에게 거짓말 구별법을 알려주는 동그라미 역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순수한 엉뚱한 존재죠. '돌+아이'이기는 하지만 남에게 거짓말을 하고 속이는 존재는 아니니 말이죠. 그런 점에서 영우와 동그라미가 친구가 된 것은 자연스럽기도 했습니다.
'참참참' 게임을 하며 거짓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그라미지만 게임은 영우와 완승이었죠. 눈을 보면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장애를 가져 타인의 눈을 보기 힘겨운 영우를 위해 미간을 보라고 조언합니다.
동그라미의 조언과 달리, 준호는 전문가에게 들었다며 상대의 거짓말 구별법을 알려주죠. 머리에서 멀어지면 질수록 제어가 힘들어진다는 점에서 손과 발이 중요하다 합니다. 미간부터 손과 발까지 상대의 행동들을 통해 거짓말을 구별해야 한다는 사실에 영우는 기절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ATM기 업체의 소송에 나서게 된 영우는 시작도 하기 전에 권모술수에 빠져 우롱을 당하고 말았죠. 로스쿨 시절 '권모술수 권민우'였다는 별명을 수연에게 들었는데 정말 권모술수에 능한 존재였습니다. 정명석 변호사가 사건을 권민우를 통해 우영우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수연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의뢰인과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뒤늦게 알고 권민우를 찾았을 때는 너무 늦었죠. 바로 의뢰인 면담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군대 어디 나왔는지 따지며 호형호재하려는 듯한 이화 황두용 부장의 행동이 준호는 싫었습니다.
영우와 함께 이화 ATM을 찾는 과정에서 준호는 전문가를 통해 거짓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줬지만, 황 부장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팔 다리 깁스에 그것도 모자라 미간에도 상처를 입으며 영우는 전열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려졌으니 말이죠.
하지만 직접 제작했다는 배성철 팀장을 만나며 확실하게 거짓이 무엇인지 구별해냈습니다. 준호가 알려준 대로 언제든 도망칠 준비라도 한 듯한 의자에 앉은 자세와 허벅지를 잡은 손, 결정적으로 거짓말하면 코가 가려워지는데 배 팀장의 코는 너무 부어서 터질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거짓인 배 팀장이 문제의 기술을 개발하고 만들어냈을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영우는 그게 거짓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권모술수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오히려 거짓말을 감추는 기술을 가르쳐주고 말았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영우는 그게 거짓임을 말하지 못하고 도와주고 말았죠. 이런 영우의 행동으로 인해 이화는 승리했고, 오픈소스로 개발한 것임에도 억울하게 위기에 빠진 금강은 존폐 위기까지 몰리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개발되어 모두에게 공개된 기술을 이화가 국내에서 단독으로 사용하려 한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독점하기 위해 경쟁자들을 옥죄려는 그 행동은 간사하게 이어졌죠. 그런 간교함에 권민수는 철저하게 응하며 의뢰인과 변호사의 정확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특성을 권민수는 잘 알고 있지만, 거짓과 참 사이에서 혼란스럽기만 한 우영우는 모든 것이 힘겹기만 했습니다. 그런 영우를 크게 흔든 것은 금강 사장이 보낸 편지였습니다. 편지를 가지고 권민우를 찾아갔던 영우는 변호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의무에 대해 알게 됩니다.
법을 사랑하고 그래서 법으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변호사가 항상 좋은 일만 할 수는 없음을 민우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변호사 윤리 강령'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돈 잘 벌게 된다는 해바라기 그림을 건 황 부장의 행동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이었습니다.
금강 사장은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끝내 찾아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미 소문이 나서 금강 제품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그 자리를 이화가 차지했으니 말이죠. 이화 황 부장은 변호사를 선임한 것부터 철저하게 이 결과를 얻어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ATM기기를 납품하려는 금강을 막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권모술수였죠. 이를 뒤늦게 깨닫고 영우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금강 사장은 자신들이 잘못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는 했지만, 기업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철저하게 거짓말만 했던 이화는 이 사건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습니다. 거짓이 참을 이기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사는 현실임을 깨닫게 된 영우와 그런 영우의 모습을 보고 함께 분개하는 준호의 모습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궁금해집니다.
금강 사장이 보낸 편지를 이화 부장이 걸어놨던 해바라기 그림을 떼어내고 붙여 놓은 영우는 진짜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소송만 이기는 유능한 변호사'가 아닌, '진실을 밝히는 훌륭한 변호사'가 되기로 다짐하는 영우는 그래서 고맙게 다가왔습니다.
여기에 영우의 새로운 친구가 될 최수연의 활약도 기대가 큽니다. '우당탕탕 우영우'와 '권모술수 권민우'라는 별명이 친근함으로 다가온 수연은 자신에게도 별명을 지어달라 합니다. 예쁘다는 수식어를 달고 싶어 하지만, 거짓말하지 못하는 영우는 수연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서 도와주는 수연은 영우에게 '봄날의 햇살' 같았습니다. 자신을 보호해주고 도와주는 수연은 그래서 영우에게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글썽거리는 수연은 정말 착한 존재죠. 전혀 다른 성향의 동그라미와 수연이 영우와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도 궁금합니다.
영우의 친모로 보이는 태산 태수미 대표 변호사가 법무부장관이 되면서 출생의 비밀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풍문으로만 나돈 우영우 출생의 비밀이 과연 어떤 이슈가 되고 사건으로 확장되며, 극적 흐름을 흔들지 기대됩니다.
이번 5화는 시청자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고르게 했습니다. 거짓말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 것인지 말이죠. '나만 아니면 돼'라는 예능 구호처럼 우린 오직 나에게 도움이 되면 타인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사고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독하게 우울한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겠죠. 여러분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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