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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9화-방구뽕의 동화가 감동으로 다가온 이유

by 자이미 202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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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차 이야기는 완벽한 동화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세상에 누군가는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방구뽕이 아이들은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는 외침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영우가 사랑을 하고, 그의 친모와 관계가 기자에 의해 의혹을 사게 되며 흥미로운 전개가 예고되는 상황에 방구뽕의 등장은 이 드라마가 가장 동화 같은 이야기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방구뽕'이라고 개명까지 한 이 남자의 정체는 흥미롭기만 합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에 가는 아이들이 탄 차를 탈취해 도주한 엄연한 납치범입니다. 운전기사에게 약을 탄 음료수를 먹이고, 그가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방구뽕이 하고 싶었던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그 나이대에 필요한 자유였습니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것은 고 3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도 온갖 학원들을 다니며, 공부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문화는 결국 수많은 문제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빈부 격차는 이런 학원 문화의 다름도 만들지만, 과거와 달리 요즘 학생들의 삶은 천편일률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학벌사회의 민낯은 아이들의 삶을 바라보면 더욱 명료해지죠. 무조건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구해야만 한다는 사회의 암묵적 지시는 그렇게 모든 이들의 꿈을 하나로 모으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좋은 직장에 모두 갈 수는 없는 일이며,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행복하지도 않죠.

 

학원 다닌 추억이 전부인 학생들이 성장해 성인이 되어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런 그들의 되물림 역사는 결국 영혼을 볼모 잡힌 채 그게 답인지도 모르는 답을 향해 나아가는 꼴만 만들 뿐입니다. 높은 학구열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이제 시대는 달라졌고 달라져야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9화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방구뽕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름으로 개명해 스스로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라 지칭하고, 아이들에게 어린이 해방군 입대를 권하는 행위는 과정은 잘못되었지만, 그 의미는 깊고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향합니다. 학원 순방은 밤늦은 시간이 되어야 마무리됩니다. 초등학생부터 시작해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채바퀴 돌듯 이어지는 이런 삶은 과연 그들에게 행복일까요? 그리고 그런 삶을 통해 얻어진 성인이라는 지위는 그들에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영우가 맡은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방구뽕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의 죄명은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이죠. 죄명만 보면 무척이나 심각한 수준의 범죄입니다. 미성년자를 약취 유인한 행위는 강력한 처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죄이니 말이죠.

 

우영우를 능가하는 방구뽕의 등장은 그를 더욱 이번 사건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죄명과 달리, 그가 아이들을 데리고 간 야산에서 한 행동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도록 한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운전기사가 잠든 4시간 동안 아이들은 마음껏 놀았습니다. 

 

"어린이는 지금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행복해야 한다"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방구뽕은 아이들이 열심히 놀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어머니가 운영하는 무진학원에 다니던 아이들이었습니다. 방구뽕의 어머니는 아들 셋을 모두 서울대에 보냈다고 자랑도 많이 했습니다. 이는 방구뽕도 서울대를 나왔다는 의미겠죠. 

 

무진학원은 자물쇠 반이라고 불렸습니다. 학원이 끝날 때까지 외출이 금지되어 그렇게 불렸죠. 교도소나 크게 다르지 않은 학원의 모습에 영우도 놀랄 수밖에는 없었죠. 늦은 밤까지 대충 끼니를 때우고 공부에 몰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학원가 편의점에서 아이들이 먹는 것은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가 전부입니다. 그저 때우는 수준의 식사에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그들에게 친구는 그저 경쟁 상대일 뿐입니다. 서울대를 가고,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에 가는 것이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건 자연스럽게 얻은 꿈이 아닌, 부모가 강요해 만들어진 목표일 뿐이죠. 수십억 고가의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그렇게 공부의 노예가 되는 것은 학벌사회의 실체를 직접 느낀 부모의 강요이기도 합니다. 최고가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은 아이들을 공부 기계로 만들고 있습니다.

방구뽕 역시 그의 과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머니에 의해 공부만 하도록 강요받았고 결국 서울대에 입학하기도 했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름마저 아이들이 들으면 바로 반응하고 재미있어할 '방구봉'으로 바꾼 그는 아이들에게 진짜 아이들 다움을 찾아주고자 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그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동의를 얻은 행위라고 하지만, 미성년자에게 이런 식의 행동을 하는 것은 현행법상 심각한 범죄가 될 수밖에 없죠. 사건을 조사하며 영우는 방구뽕에 동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방구뽕과 사회 중 누가 더 범죄자인지 가리기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죠. 법정에서 그런 논리를 펴는 영우에게 권민우가 불만을 토로하며 질책하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어린이 학대였다면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지 왜 납치했냐. 미성년자 약취 요인은 의도가 아무리 선했어도 죄가 성립한다"라는 말은 당연히 정답이죠.

 

방구뽕도 그게 정답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가 이름까지 개명하면서까지 이런 짓을 벌인 것은 그 전조가 존재했기 때문이겠죠. 권민우의 말처럼 바꿔보려 노력도 해봤을 겁니다. 하지만 바꿀 수 없는 세상에 그는 아이들에게 진짜 즐거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이들 다움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이 것 외에는 없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법정 장면은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서울대를 나왔다는 변호사들이 피해 아동들이 법정에 참석할 수 있도록 권하고, 서울대라는 말에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는 학부모들의 모습까지 이 모든 것은 현실적이었습니다.

 

정신병을 이유로 피해갈 수도 있었던 방구뽕은 자신이 한 행동과 신념에 대해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에 동조한 영우로 인해 아이들에게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까지 성사시켰죠. 아이들과 함께 놀았던 행위 자체가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다는 방구뽕은 법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구호를 외쳤습니다.

아이들에게 방구뽕과 함께 했던 4시간은 그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날의 행복을 기억하고 싶어 산에서 얻은 열매들로 목걸이와 팔찌를 만들어 다니는 아이들에게 방구뽕은 납치범이 아닌, 자신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준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일뿐이었습니다.

 

방구뽕이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정말 아이들을 학원에 매몰된 삶을 살게 해야 할지, 아니면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은지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질 뿐이었습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사안을 드라마는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환상이자 동화나 다름없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매회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직시하도록 하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뭐가 정답이라 강요하지 않고, 사회적 문제를 드라마로 끌어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도록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가지는 가치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과 다를 수밖에 없지만, 한 번쯤 고민해볼 수 있도록 요구한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가지는 가치이자, 시청자들이 애정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광호의 김밥집을 찾은 태수미와 한바다와 친한 기자의 촬영. 그리고 영우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준호로 인해 이후 이야기는 보다 다채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법정에서 펼쳐지는 우영우의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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