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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작은 아씨들 종영-K드라마의 새로운 가치 부여한 여성 서사의 재미

by 자이미 202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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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이야기로 마무리된 '작은 아씨들'은 아쉬운 부분들도 존재했지만, 한국 드라마의 내외연을 확장시켜줬습니다. 정서경 작가의 힘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작품이었고, 김희원 피디의 섬세한 연출은 한국 드라마가 무한대로 발전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작은 아씨들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
시간
토, 일 오후 9:10 (2022-09-03~)
출연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 위하준, 엄지원, 엄기준, 김미숙, 추자현, 강훈, 전채은, 이민우, 공민정, 조승연, 박보경, 장광
채널
tvN

복수극의 마지막은 뻔한 내용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은 아씨들'의 마지막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 한계 속에서 나름의 가치를 만들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결말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성 서사의 힘이 마지막 순간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되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최근 여성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나 시스템이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작은 아씨들'은 그 가능성과 가치를 더욱 확장해줬습니다. '지락실'이 여성 예능의 가능성을 높여줬듯 말이죠.

법정에 진화영이 등장하며, 그동안 모든 이야기를 완성해줬습니다. 미흡한 부분들은 화영이 개입하며 완성했다는 점에서 그의 등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더욱 사망 전 성형 언급은 그렇게 화영인지 확실하게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흐름도 좋았습니다.

 

살인을 재미로 하는 상아로서는 성형한 체형이 비슷한 여성을 화영으로 충분히 착각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오랜 시간 이들과 함께 하며, 자신을 언젠가 제거할 것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화영은 철저하게 준비했고, 그렇게 마지막 반전을 이끌어냈습니다.

 

죽었던 이가 돌아오며 상아는 더욱 궁지로 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 그에게 현재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아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자신을 배신하고 조롱한 장사평을 푸른 난초를 이용해 죽인 그는 왜 자신이 오빠나 남편에게 자리를 빼앗겨야 했냐며 궁금해했습니다. 죽어가며 장사평이 언급한 상아가 최고의 자리에 앉을 수 없었던 이유는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쳤기 때문이라 합니다.

 

미친 자에게 조직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장사평의 생각이었죠. 그런 미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친 짓 외에는 없습니다. 인혜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도일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 인주는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가 사라진 이유는 상아에게 붙잡힌 화영을 구하기 위해 사지로 들어섰습니다.

 

아버지 나무가 있는 곳에 묶여 있는 화영과 천진난만하게 웃는 상아의 모습은 기괴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천진난만한 아이의 행동입니다.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위해를 가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상아가 그런 상태의 어른이었습니다.

인주는 도일 아버지가 선물처럼 준 폭탄까지 가져와 상아를 위협하지만, 그건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상아는 이미 죽음을 선택했기 때문이죠. 대신 상아는 나를 괴롭힌 자들과 함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다 합니다. 인경까지 납치해 이곳으로 온다는 그는 폭탄을 터트려도 아무 소용없다 합니다.

 

아버지 나무를 위해 만든 수많은 스프링쿨러에 물이 아닌 염산을 넣었다며, 폭탄이 터지는 순간 모두가 죽는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합니다. 염산에 노출되면 얼마나 끔찍하게 죽을지 설명하는 상아는 그게 자신의 고통일 것이란 생각은 못한 듯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염산을 틀어버린 상아를 막기 위해 인주는 바닥을 열고 폭탄을 던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철근 뚜껑을 들고 화영을 구하는 인주의 모습을 보며 심술이 난 상아는 불쾌하기만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도일이 인경을 구하고 현장에 도착한 것도 불만이었습니다.

 

염산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그들이 떠나려 하자 인주를 막아선 상아와 실랑이를 벌이다, 악마의 최후는 잔인하게 이어졌습니다. 자신이 만든 염산 바다에 빠져 사망한 상아의 마지막은 그렇게 가장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결과였습니다.

 

상아만이 아니라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원 장군 역시 사망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대의 역사는 저물었죠. 그리고 원 장군 옆에는 여전히 푸른 난초가 존재했습니다. 이는 '정란회'는 여전히 존재하고 조용하게 세상을 움직인다는 의미였습니다.

 

인경을 찾아 장사평이 전해달라고 했다는 '원기선 자서전'을 전달한 소녀가 미래의 '정란회'를 이끄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추측은 충분히 해볼 수 있습니다. 장사평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그 소녀가, 원 장군 사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높죠.

원기선이 어떻게 푸른 난초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뜻을 이어가려 했는지 여부도 자서전을 통해 모두 드러났습니다. 인주로 인해 생명을 구한 화영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 와중이 자신이 만든 웹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반 나누겠다는 화영의 제안을 인주는 거절합니다.

 

그런 호의가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인주는 뼈저리게 느꼈고, 10년 형을 받은 화영이 죗값을 치르고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비운 인주에게 선물들이 쏟아졌습니다. 사망한 고모할머니가 인주에게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선물했습니다.

 

집에는 주인이 따로 있다며, 아무리 절망해도 안락한 집 하나 있는 것은 큰 힘이라는 말을 했던 고모할머니는 인주에게 아파트를 줬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인주에게는 현금 300억이 입금되기까지 했습니다. 이건 인혜가 보낸 돈이었죠.

 

인혜와 효린이 도주하던 중 도일을 만났고, 도일은 효린에게 파나마 통장을 빌려달라 했습니다. 인주의 돈을 지키기 위함이란 말에 인혜는 큰언니처럼 도일에게 분배 안을 제안하고 받아들였습니다. 상아를 위협했던 파나마 통장은 사실 효린 명의 통장이었던 것이죠.

 

생일이 지나자마자 인혜와 효린은 도일과 함께 은행을 찾았고, 공평하게 분배했습니다. 기자 복귀보다 유학과 사랑을 위해 미국행을 선택한 인경까지 모두 100억씩 나눴습니다. 고생한 큰언니에게는 300억을 전하며, 자기 스스로 뭔가를 해가겠다는 인예의 홀로서기로 드라마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뭔가 아쉽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고, 권선징악으로 잘 마무리했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을 듯합니다. 어떤 드라마든 호불호가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건 각자의 몫일 듯합니다. 정서경 작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 했습니다.

나약해 보였던 세 자매가 악당과 마주하며 조금씩 성장해 거악을 제거하는 과정을 다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아닌, 뭔가 부족하고 어딘가 비호감인 부분도 있는 주인공들이 그 나약함을 슬기롭게 이겨내 거악을 무너트리는 과정은 현실적인 통쾌함을 줍니다.

 

선과 악이라는 그림 속에 언제나 남자가 중심이었던 이야기는 더는 무의미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능력까지 갖춰 큰 위기도 없는 이야기도 허무합니다. 나약한 세 자매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악과 맞서, 다양한 이들과 힘을 합해 대응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정서경 작가 작품에 미술감독으로 참여해왔던 류성희가 이번 작품도 함께 했다는 점도 반가웠습니다.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벽지만으로도 류성희 미술감독을 떠올렸을 겁니다. 소품과 장소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뛰어났다는 점에서 '작은 아씨들'은 잘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섬세한 연출로 호평받았던 김희원 피디는 다시 한번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습니다. 정서경 작가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영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김희원 피디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식상했던 남자들 위주의 이야기에서 여성들이 중심인 이야기가 품고 드러내는 가치와 의미는 '작은 아씨들'을 통해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여성 작가와 감독 등 여성 창작자들이 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도 '작은 아씨들'은 증명했습니다. 획일화된 이야기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더 절실함을 이 작품은 보여줬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작은 아씨들'은 올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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